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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포스터에 쥐 그림 - 국가기밀 폭로죄로 구속해야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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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3,051회 작성일 10-11-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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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은 박정희 시대의 그 암울했던 시절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누이야,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다." 사실 이 말에 담긴 뜻을 더욱 깊게 보자면, 풍자가 아니라면 그것을 표현할 길도 없는 세태에서 느끼는 암울함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G20 정상회담을 홍보하는 광고물에 '쥐'를 그려넣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두 명을 상대로 한 명은 구속을 결정하고, 한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구속을 신청하긴 했는데, 법원에서는 구속영장 발부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공안부'가 직접 나서서 담당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풍자마저도 '구속 대상'으로 바라보는 검찰이 있는 국가를 '민주국가'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정도 수준이면 거의 김일성 초상화에 낙서를 하거나 동상 옆에 오줌을 갈겼다는 이유로 잡아가 강제노동을 시키거나 심지어는 극형까지도 마다않는 북한과 뭐가 다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지난 정권 때, 저들은 늘 대통령을 '개구리'라거나 혹은 다른 험한 이름으로 불러대곤 했습니다. 그때 이런 비슷한 일이라도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대통령을 닮은 쥐'를 'G 20 정상회담'을 앞두고 홍보 포스터에 그려넣었다는 이유로 '공안 검사'가 '직접 수사'를 나설 수 있는, 이런 사고방식이 통하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회귀한 것을 바라보면서, 다시 김수영 시인의 선언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풍자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결기가 비치는 정권입니다. 그냥 놔 두면 4대강이고 뭐고 다 하겠다는 결기의 우회적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 정권을 막는 것은 지난 촛불 정국 때 보여주었듯, 각성해 뭉친 시민의 힘일 뿐입니다. 검찰이 용의자들을 체포하면서 '조직적인 음모' 운운했다는데, 하긴 아직 한국 대통령과 쥐라는 설치류 동물와의 연관성을 모르는 각국 정상들이 이런 포스터를 보고 나서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말 닮았군!" 한다면, 아마 지금까지 외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러나 우리들은 다 아는, 그런 비밀 하나가 국제적 매스컴을 타게 될 것이며, 그런 경우엔 이것이 '국가 기밀의 유출'이라는 황당한 죄목이 붙을 수도 있겠군요.


갈수록 이렇게 '민주사회의 원칙적 시각'으로 보기엔 황당하기만 한 일들이 이렇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것을 그냥 포기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국민들도 각성해야겠습니다. 미국같으면 워터게이트 식의 대형 사건으로 커질 '청와대 대포폰' 이야기가 나온 소식까지 들으면서, 그냥 놔 두면, 정말 뭔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풍자마저도 막아버리겠다는 유신 시대의 유산이 이런 식으로 부활한 것을 멀리서 목도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목구멍 어딘가에서부터 차올라 넘어오는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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