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걸린 노숙자'가 교회에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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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걸린 노숙자'가 교회에 남긴 유산 | ||||||||||||||||||||||||||||||||||||||||||||||||||||||||||||||||||||||||
샌프란시스코 Old First Church 천장화에 담긴 사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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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어느날, 덥수룩한 수염의 한 노숙자가 남루한 행색으로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교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초라한 노숙자의 어이없는 제안에 교회들은 시큰둥할 수밖에. 낡은 자전거 한 대와 지친 육신을 이끌고 교회를 찾아다니던 그는 Old First Presbyterian Church(이하 Old First Church)에 이르렀다.
"이름은 래리 보이스. 미시건 로체스터에 있는 오클랜드대학에서 건축역사를 전공하고, 졸업 후 유럽에서 르네상스 시대 건축양식을 익혔다. 1970년 초부터 '개념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해, 73년부터 빅토리아풍 실내 장식 전문가로 활약했다. Larry boyce & Association이란 회사를 만들고 미국 각종 유명 교회와 호텔, 영화배우의 저택 등의 실내장식 작업을 주도, 1986년에는 부통령 집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실의 실내장식과 스텐실 작업에 참여해 <스미스소니언매거진>(1981년 8월호)과 <뉴욕타임즈>로부터도 조명을 받기도 했다." 잠자리를 구걸하던 노숙자는 래리 보이스라는 실력 있는 예술가였다. 앤더슨 목사는 당회와 교회 건물 관리 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건물 관리 위원장이었던 스티브 테이블 장로와 보이스는 구면이었다. 보이스가 몇 해 전 그의 집의 실내장식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보이스가 내민 포트폴리오가 사실이었다. 스티브 장로는 에이즈 환자인 보이스를 위해 자신의 집을 선뜻 내놓았다. 보이스 씨가 스티브 장로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예배당 천장화 프로젝트도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교회는 교인 7명과 교역자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보이스를 지원했다. 100년 가까이 된 예배당 입구는 우중충하고 지저분했지만, 보이스는 마름모꼴 무늬의 아치형 천장에 주목하며 비잔틴 양식의 천장화를 제안했다. 래리는 한때 가톨릭 교인이었지만 신앙을 버리고 선불교에 심취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보이스는 기독교 신앙을 탐독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Old First Church 교인들은 보이스가 이 프로젝트에 "스스로를 던졌다"고 회고했다.
보이스가 완성한 천장화의 디자인은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다. 깊고 푸른 배경에 있는 8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별은 초대 교회를 감싸고 있던 하늘을 뜻한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에 담긴 문양을 본떠서 그린 비둘기는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내려왔던 성령을 의미한다. 포도와 밀은 '몸을 입고 오신 주님'을 기념하는 성찬식에 기초가 되는 포도주와 빵을 나타낸다. 경계선 가장자리의 꽈배기는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상호 연결되어 있는 연합의 상태를 뜻한다. 시편 100편 2장을 인용해 하나님에 대한 예배자들의 감사하는 마음과 교회의 풍성한 음악적 전통을 보여주고자 했다. 천천히 진행될 줄 알았던 보이스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보이스가 혼자서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걸로 예상했지만, 최종 디자인이 교회로부터 승인받은 92년 3월부터 그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막 그림을 그리려던 그때 그의 기력은 쇠약해져서 작업대조차 오를 수 없을 정도였다.
95년 2월, 예배당 입구의 천장은 비로소 완성됐다.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던 노숙자가 그림으로 남긴 신앙고백을, 그에게 쉴 곳을 주고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준 교회 공동체가 함께 마무리한 것이다. Old First Church는 보이스와 교인들이 함께 그려낸 천장화를 "기독교인에 의해, 기독교적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제작되는 과정 자체에 기독교적 가치가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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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죽음을 목전에 둔 한 에이즈 예술가가 비록 끝을 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남아있는 그의 혼을 담아낸 작품일것이라 생각되니 가슴이 찡하네요.
조조님의 댓글의 댓글
조조 작성일남들이 외면했지만 작은 관심과 사랑이 만들어낸 결실 이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