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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는 범죄자"라고 말하는 우리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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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4건 조회 3,445회 작성일 10-12-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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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정말 거리는 한산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성탄 전날의 따뜻함을 즐기고 있겠지요. 어머니께선 제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꼭 버터를 많이 넣은 카스테라를 집에서 구워주시곤 했었습니다. 집에 있었던 조그만 오븐에 불이 켜지면 일단 스테인레스 그릇에 담긴 버터가 그 안에서 녹는 걸 지켜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나서는 그 버터를 발라 닭을 구워주시곤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방학은 내겐 수많은 즐거움이자 늘 기대에 차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좀 머리 크고 나서, 저는 아버지께서 우리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두시는 걸 보고 산타클로즈를 잊기로 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만 열두 살이 된 큰아들 지호가 드디어 산타클로즈가 없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홉살짜리 작은아들 지원이 역시 그 선언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왜 산타클로즈가 없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지호는 심각한 얼굴로 제게 말했습니다.

"만일 샌타클로즈가 있다면, 범죄자니까요."

"응?"

"선물 놓고 간다는 핑계로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고,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몰래 바라보고, 그리고 항상 '호 호 호'라고, 인종 차별적인 말을 하잖아요." 흠, 확실히 아이들이 접하고 있는 문화를 아직 모두 꿰고 있지 못한 저로서는 그런 말이 인종차별적인 욕설로 쓰인다는 것도 처음 알았거니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부적절한 성적인 접촉과 시도' 같은 것에 대해서도 배운다는 것을 이 짧은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도 있을 법 하지만. 어쨌든 내 아랫 세대들은 저와는 또 다른 의미의 성탄을 맞을 것입니다. 그것도 완전히 문화가 다른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니, 제가 가졌던 어떤 아련함 같은 추억보다는 무엇을 선물받았던 크리스마스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지도 모르지요.

 

지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원래 성탄절이 12월 25일일 수가 없다는 것도, 지호는 나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빠,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12월에 나자렛에서 양치기들이 바깥에서 양 칠수 있을 때가 아니래요." 하긴, 산타클로즈의 빨간 옷과 하얀 수염 같은 것도 코카콜라가 자사 광고 이미지로 차용한 것이라지요. 아이들은 영악해지고, 그만큼 낭만은 줄어든 걸까요.

이제 저만큼이나 커 버린 체격으로 초롱거리는 눈동자로 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도 내가 어렸을 때 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아버지의 무릎이 얼마나 편안하고 좋았었는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이게 어떤 의미의 명절이든간에, 함께 축하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음이 기쁜, 그런 날일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날이 이만큼 소중함을 느끼면서, 저처럼 가족이 함께 즐거울 수 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만일 그것만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면, 성탄은 당연히 더욱 행복한 날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득 지호 지원이를 내 무릎에 앉혀보고 싶었습니다.

다리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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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이 산타가 없다고 믿는다해도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 깊어가고 아이들이 잠들면
잠깐이나마 산타로 변신할 필요는 있겠지요.

산타가 바로 엄마 아빠란 사실은
산타가 없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훨씬 행복하게 할 것이니까요.

권종상 님, 그리고 온 가족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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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갓더파워님의 댓글

유갓더파워 작성일

전 다시 맘이 어려지고 산타할아버지가 그립네요...^^..

올해는 오히려 우편으로 손글씨 카드 보내고...유치하고 어려보이는 스티커도 잔뜩 붙이고....
.
어렸을때 그리도 이미 다 어른인것처럼 느꼈던 감정이....

이제는 오히려 동화 속에서.....유치해지고 싶은걸 보면

늙은이가 되었다는 건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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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님의 댓글

마하 작성일

세상을
직관하는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라서
다행입니다
 

아버지에


아들이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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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애들 크는것 지나보니 잠깐이더군요.. 아직 품에있을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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