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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가 아멘으로 끝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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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12건 조회 6,273회 작성일 10-12-2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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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 이맘때 가장 많이 연주되는 음악은 역시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메시아입니다. 바로크 시대를 양분했던 거장 바흐가 엄청난 종교음악을 써댄 것에 비해 헨델은 거의 종교음악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헨델의 메시아는 바흐의 대표작 마태수난곡보다 더 한 인기와 명성을 누려왔습니다.

 

 사실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할 무렵 50대 중반에 접어든 헨델은, 연이은 오페라 신작의 실패와 이로 인한 부채,그리고 신체의 마비를 불러온 지병의 발병으로 인해 전체 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본 새로운 조국 영국에서 어느덧 한물간 작곡가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지요.

 

 바로 그 험난했던 1741년 늦여름, 친구인 찰스 제넨스가 보내온 예수의 탄생과 수난과 부활을 다룬 일련의 가사에서 급작스러운 영감과 감동을 받아 한물가고 있다던 헨델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작품을 써내려가게 됩니다.

 8월 22일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1부를 쓰는데 6일, 2부를 쓰는데 9일, 다시 3부를 쓰는데 3일이 걸렸고 전체곡의 관현악보를 편곡하는데에는 불과 이틀만에 끝이 나 겨우 24일만에 끝이 났습니다.  모두 54곡에 달하는 아리아와 서창과 합창과 독창으로 구성된 장장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는 이 대작은 통상 헨델 같은 정상급의 작곡가들조차 아무리 빠르게 작업해도 최소한 수년 이상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경이로운 속도였습니다.

스스로의 고백에 따르면 '신이 나를 찾아오셨다'는 말에 걸맞게 헨델은 이 작품을 써내려가는 기간에 거의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몰두해 있었고 작품을 다 쓰고 난후에는 탈진해 무려 3일이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이로운 탄생과정을 거친 헨델의 신작 메시아는 이후 그의 인생과 음악의 역사를 송두리채 바꾸고 맙니다. 그 다음해인 42년 4월 부활절을 전후한 더블린의 자선음악제에서 초연시부터 이 걸작은 청중들을 감동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고 43년 런던 초연시에는 유명한 할렐루야(44번째 곡)를 듣던 당시 영국국왕 조지2세가 너무도 감동한 나머지 체면도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국왕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덩달아 일어선 청중들로 인해 이후 이곡이 연주될때에는 청중들이 기립하는 전통이 생겨났을 정도였으니, 메시아의 인기를 짐작케 합니다.

 

 바흐의 많은 작품들이 한동안 잊혀졌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헨델의 대표작이 되버린 메시아는 이후 수백년동안 많은 청중들과 작곡가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아왔습니다. 특히 헨델은 이 작품으로 잊혀져가는 혹은 한물간 작곡가에서 다시금 거장으로 재조명되었고 유럽 곳곳에서 메시아를 지휘해달라는 요청으로 다시 명성과 부를 획득합니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늘 기부와 나눔을 실천했던 계몽주의자였던 헨델은 자신을 다시 일으켜준 메시아를 곧잘 자선공연의 레퍼토리로 사용했고 이때문에 메시아는 이후 쭉 자선공연에 연주되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오늘날 자선공연이 많은 연말 가장 많이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메시아가 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나, 다시 자선음악제에서 대표작 메시아를 지휘하고서 쓰려져 74세로 세상을 떠났으니,그야말로 이후 인생은 메시아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수 있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명쾌한 구성으로 이뤄진 메시아는 후세 작곡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나 고전파의 아버지 하이든은 걸작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쓰게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헨델의 메시아임을 밝혔고 악성 베토벤은 평생 메시아의 악보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을 정도로 헨델을 존경하고 흠모했습니다. 그의 주치의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죽기 며칠전에도 베토벤은 헨델의 메시아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할정도니까요. 그의 대표적인 성악곡 장엄미사와 합창 교향곡에는 메시아의 영향과 흔적이 곳곳에 뚜렷합니다.

 

 

 크리스마스무렵에 가장 많이 연주된다는 헨델의 메시아는 맨 마지막 54번째 곡을 '아멘'으로 끝내고 있습니다. 아멘이라는 단 두글자를 무려 4분에서 5분넘게 지속하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 요즘에서야 왜 헨델이 '아멘'으로 자신의 대표작이 된 이 작품을 마무리하게 되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혹은 그렇게 되기를 믿는다라고 해석되는 아멘이라는 단어안에 헨델은 그 어떤 보편적인 인류의 희망과 바램을 투영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이미 50대 중반에 접어들었던 헨델은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또 인생 자체가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누구못지 않게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예수의 생을 통해서 불의와 압제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인생의 의미를 노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아멘 코러스는 장엄하고 경이롭습니다.

 

 지난 1년간 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만, 참 우리 뜻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고 해도 과언아 아니겠지요.하지만 헨델이 메시아를 아멘으로 마무리 했듯이 우리 역시도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서 아멘이라는 전망과 희망을 함께 거머줘고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해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 하게 되네요. 일년간 보잘것 없는 글들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일들이 아멘이 될수 있기를.

 

아멘!!!

 

 

 http://www.youtube.com/watch?v=e1DfenKdgVk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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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성탄 이브 아침에 나그네 님의 귀한 글을 대할 수 있어 참 흐뭇합니다.

헨델이 메시아를 통하여 추구하고자 했던
평화의 메시지가 온 세계인의 마음 속에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나그네 님께도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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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감사합니다. 내년 한해에도 댁내 모두 평안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리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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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잘 감상했습니다.
왜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고 답답할까요.
아멘으로 만들 수 없는, 지금 당장의 그 한계 때문일까요.
하지만 그 희망의 메시지를 간직하려 노력해야겠지요.
글만 보고 있어도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브로드웨이에서 너무 오래 근무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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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저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긍정하고 바래야 내일을 볼수 있다고 믿습니다.
네, 너무 오래 근무하셨나봐요. ^^; 누군가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데, 제가 더 고마운 일이겠지요. 평화가 늘 요셉 형제님 가정에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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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님의 댓글

조조 작성일

언제 들어도 경이로움,감동 이지유...
기회가 오면 전곡을 다시한번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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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저도 그렇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를 거 같네요. 그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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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K0206님의 댓글

ECK0206 작성일

성탄시즌을 맞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국의 정황이 개선되는 날 메시아를 합창하듯 모두 같이 큰 노래를 부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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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감사합니다. 내 나라가 다시 바르게 가는 날을 위해서 메시아를 불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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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님의 댓글

돼지 작성일

매년 이맘때쯤 되면 항상 듣게되는 헨델의 메시아 웅장하고
격동에찬 선율은 들을때마다 감동을 받곤 합니다.

헨델이 50대 중반에 음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거의 파산한 상태에서
인생의 우울한 시기를 보낼때 자선에 관심이 있던 헨델이 아알랜드의 자선단체의
부탁으로 열정적으로 작곡한 메시아는 그이후 헨델의 삶에서 밝은 미래가 펼쳐졌다는 것은
오늘날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또는생존의 현장에서 힘든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고 내일의 희망을 갖게 합니다.

우리의 내일이 밝은 삶으로 꽉 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또는 그렇게 되기를 원하면서라는 아-멘의 뜻이 이루어지를 기대해봅니다.

올 한해도 나그네님의글을  아주 잘읽었읍니다.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읽고 있읍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힘있는글을 쓰실줄로 기대하겠읍니다.

줄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바라며
새해에도 희망찬 한 해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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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너무 잘 알고 계시니, 제 마음도 같이 훈훈합니다.

돼지님의 가정에도 즐거운 일이 가득하시길.....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주님의 이름으로 평화가 함께 하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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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K님의 댓글

시애틀K 작성일

좋은글 이제야 보고 또다른 분들을 위해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성탄절은 지났고..
해피 뉴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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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아멘!!!

올 한해도 변함없이 좋은글로 많이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나그네님과 함께 할수있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한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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