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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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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680회 작성일 22-06-0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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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제 4 편 새세대들

8


총련동시험직전에 리남웅은 병원에 입원한 진수현실장에게 한번 전화를 걸어보고싶었다. 다문 몇마디라도 그와 의논을 하고 조언을 받아야 마음놓고 시험에 진입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입원환자에게 어느 의사가 전화를 바꿔주겠는가?! 어차피 서진주에게 전화부탁을 해야겠는데 이젠 그와 남남보다도 더 못한 사이가 된 남웅이라 선뜻 송수화기를 들수가 없었다. 분명 진수현실장은 서진주가 담당한 입원실에 들어있을것이였다.

어떻게 한다? 대신 정철에게 전화번호를 대주면서 병원에 전화를 하도록 하면 어떨가? 그럴듯 한 생각이였지만 공연히 제3자에게까지 자기와 진주와의 별난 관계를 드러내보이는것 같았고 또 자기대신 그를 내세운다는것이 이전과 같은 졸장부의 소위같기도 하여 자꾸 망설이게 되는것이였다.

총련동시험 30분전에 리남웅은 조용한 옆직장 휴계실에서 제5병원 안과의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를 제발 다른 의사나 간호원이 받기를 바라면서…

《여보시오?》

《의사 서진주 전화 받습니다.》

일도 참 공교롭게는 되였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리남웅이 전화합니다. 안녕하시오?》

《?!… 안녕하세요?》

《한가지 부탁을 하고싶어서…》

《…》

《저, 거기에 우리 실장선생님이 입원했지요?》

저도 모르게 자꾸 존대하는 소리가 나갔다.

《네.》

《수술은 했는가요?》

《이제 곧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마 수술이… 잘되겠지요?》

《안과에선 이번 수술을 무척 중시하고있어요. 이번에 새 기술이 도입되는만큼…》

《저어, 미안하지만 실장선생님한테 이 전화를 좀 바꿔줄수 없겠는지?…》

《안됩니다.》

《규정에 어긋난다는건 나두 알지만…》

남웅은 속이 달아올랐다.

《사정이 좀 딱해서 그러오. 이제 인차 총련동시험을 해야겠는데…》

《수술전에 환자를 흥분시키면 어떻게 해요?》

《몇마디만 주고받으면 되오. 그러면 우리 실장선생님도 오히려 마음을 놓게 될거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안됩니다.》

《동문 여전하구만, 너무하오!》

《네? 어쩌면?!…》

륙감으로 느껴지는 처녀의 흐느낌소리에 리남웅은 심장을 예리한것으로 찌르는듯 한 아픔을 느끼며 덜커덕 송수화기를 놓고말았다. 그는 가슴속에 물결쳐 일어나는 애짭짤한 감정을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그는 현장으로 나갔다.

중앙조종실에서는 공장지배인과 기사장, 설계연구소 소장이 긴장한 기색으로 서성거리면서 저마끔 팔목시계를 보기도 하고 전화로 현장사람들에게 무슨 지시를 주기도 하고 채근도 하였다. 그곁에는 송화기계무역회사 서관범사장과 리윤덕부사장의 얼굴도 보였다. 자기네들이 가져온 일부장치들과 전자설비들의 가동상태를 보고싶어 내려온것이였다.

리남웅은 어제 회사사람들과 이미 공식적으로 인사를 하였었다. 그때 리윤덕은 그에게 심사가 꼬인 소리를 하였다.

《동무네가 그 프로그람도구를 무시했다면서? 소식은 이미 들었소. 방금전에 송동무로부터 기억기도 되돌려받았고… 정확히 받았소.》

《예, 유감스럽게 되였습니다. 사실은…》

《이를테면 동무네가 급수있는 체계관리프로그람을 개발했다는거지?》

《그렇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리남웅은 곧이곧대로 대답하였다.

《이따가 좀 보기요.》

《…》

리남웅의 불안은 더 짙어졌다. 시험이 제대로 돼야 할텐데…

중앙조종실 주콤퓨터앞에 앉아있는 리정철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본 남웅은 마음이 좀 진정되는것 같았다. 가까이 지내볼수록 리정철은 말없는 노력가였고 실력자였다. 그리고 어려울 때 의지하고싶은 당원이였다.

남웅은 그와 지금 몇마디 말을 하고싶었다. 이미 확인할것은 다 하고 미타한 문제들도 내놓고 서로 토론한 뒤였지만…

남웅이가 그의 곁에 다가서는데 중앙조종실의 전화종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기사장이 받더니 이쪽으로 송수화기를 내밀었다.

《남웅선생한테 오는 전홥니다. 제5병원에서…》

아, 실장선생이구나! 여기 전화번호를 아는건 실장선생뿐이지, 그러니 진주가 어떻게 련락을 해준 모양인가?

《리남웅이 전화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진주입니다. 》

차거운 목소리였다.

《안녕하시오? 실장선생님이 곁에 있소?》

《제가 실장선생님은 전화를 할수 없는 처지에 있다고 이미 상기시켜드리지 않았어요?》

《그럼?…》

《저는 실장선생님한테 공장에서 전화가 왔댔다는것만은 알려드렸어요. 이것도 규정위반이지만… 실장선생님은 프로그람상에서의 모의시험들이 다 제대로 된 모양이라고 기뻐하시더군요. 이번 총련동시험은 남웅동지가 주관하고있으니 자기는 마음놓고 수술을 받겠다고 하셨어요.》

《고맙소.…》

송수화기를 내려놓던 리남웅은 가슴을 에이는듯 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이미 지나간 결별의 순간에 자기를 지배하던 생각이 과연 옳았던가싶었다.

그 처녀와 더불어 보낸 순간순간들이 그렇듯 무의미한것이였던가? 심장의 두근거림, 새날에 대한 기대, 그 처녀가 나에게 주었던 밝은 빛… 그 모든것이 한갖 허망한 유희에 불과했단 말인가?…

날이 갈수록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무서운 힘으로 떠오르던 이런 의문은 이 순간 또다시 묵은 상처를 덧뜨리며 자신에게 해명을 요구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대답할수가 없었다.…

총련동시각이 한초한초 다가오고있었다.

송춘도와 지학준은 기대들사이를 오가며 오은경이네들과 어울려 마감 점검을 하고있었다. 공장책임비서도 현장기술자들속에 끼여서 총련동준비가 다되였는가를 보아주고있었다.

정각 10시가 되였다.

지배인이 《시작합시다.》하고 지시하자 자기 위치들을 차지하고있던 현장사람들이 각 공정들에 저마끔 주의를 집중하였다. 가벼운 공기의 설레임같은것이 현장우로 지나갔다. 크게 움직인 사람들은 없었다. 공장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구간과 기대들을 지켜볼뿐이고 무슨 조종 같은것은 할 필요가 없었기때문이였다.

중앙조종실에서 리남웅이 정철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하자 그가 주콤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여 유연생산체계전반을 기동시켰다. 비로소 기계들의 동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 첫 시험은 아직 소재를 기대에 직접 물리지 않고 진행되였다.

주콤퓨터의 지령을 받은 2대의 승강대차가 립체창고에서 가상적인 소재를 꺼내여 운반대차에 실어주는 동작을 하자 운반대차들은 붉은등을 껌벅이며 각기 다른 경로로 달려갔다. 그 《소재》들을 원기둥, 관절로보트들이 받아서 공작기계들에 물려주고 한가지《가공》이 끝나면 그 《반제품》들은 해체되고 다시 운반대차에 실려 다음공작기계들에 흐름식으로 《운반》되여가며 련속 《가공》되여갔다. 각종 공작기계들과 승강대차, 운반대차들에는 CNC장치 《조종7호》가 장비되여 주콤퓨터의 지령을 받으며 기대공노릇을 하고있었다. 지금 현장사람들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계와 전자뇌수들의 동작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리윤덕은 자기가 애써 구해보냈던 체계관리프로그람개발도구를 외면한 젊은이들의 처사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어떤 급의 유연생산체계관리프로그람을 개발했기에 남들의 고도기술을 무시하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싶었다.

혹시?… 이제 기적을 보게 될런지도 모를 일이였다. 전번에 초정밀공구측정장치를 시동할 때 그는 남웅이네가 몰라보게 자란것을 보고 크게 놀랐었다. 그 덕에 자기가 체면치레를 한것도 사실이였다.

이번에도 젊은 연구사들이 진수현의 도움을 받으며 거창한 일을 이루어냈을수 있지 않을가?!

후생가외라고 장래가 있는 젊은 사람들을 대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보는 리윤덕이였다.

그는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한 시선으로 《소재》가 사람들의 도움없이 하나하나 《가공》되여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1차시험이라 역시 빈 《소재》에 허상 《가공》이였다.

한참 구경하던 그는 큰 눈을 슴벅거렸다. 보면 볼수록 놀라왔다. 무인직장이라고 할수 있는 높은 수준의 유연생산체계가 눈앞에서 가동하고있는것이였다. 그는 진수현이 젊은 연구사들을 데리고 1년반사이에 이루어놓은 희한한 현실앞에서 자기 눈을 의심하였다. 마치도 꿈을 꾸는것 같았다.

수자조종후라이스반을 감시하던 한 운전공이 다른 운전공에게 애매한 손짓을 하며 무어라고 소리쳤다. 뒤이어 여러 사람들의 불안한 거동이 윤덕의 눈에 띄였다. 그가 작업공정에서 혼잡이 일어난것을 알아차린것은 다음순간이였다. 요란한 기계파괴음같은것은 없었지만 운반대차가 제멋대로 굴러다니고 로보트들이 헛손질을 하는가 하면 공작기계들이 까닭없이 돌거나 저절로 멎어버리는것이였다. 현장 여기저기서 놀라는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리남웅은 주콤퓨터와 마주앉아 헛되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정철에게 시험을 중지하라고 소리쳤다.

이어 현장에 무거운 정적이 드리웠다.

《어디가 고장이요?》

지배인이 리남웅에게 물었다.

《체계관리프로그람이 마비되였습니다.》

《인차 퇴치할수 있겠소?》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리남웅이 초조해서 대답하였다.

지배인이 공장일군들에게 오늘 시험은 이만하겠다고 알려주었다.

현장에서 불안하게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참 유감입니다.》

중앙조종실에 들어와 기웃거리던 리윤덕이 지배인에게 수군거렸다.

《처음엔 뭔가 좀 되는줄 알았는데… 역시 우리 쏘프트웨어수준 가지군 안될것 같습니다. 신뢰성이 문젭니다. 오늘은 설사 성공했다치더라도 래일의 정상가동을 담보하기는 힘들거던요. 이게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리윤덕이 개탄하는 소리를 듣는 리남웅은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얼어드는것만 같았다. 리정철도 윤덕의 말을 반박하려는듯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입술만 깨물고있었다. 실패앞에서는 그도 할말이 없었다.

남웅과 정철은 혹시 이 체계에 숨어든 어떤 비루스의 작간이 아닐가 하고 최신판왁찐프로그람을 동작시켜보았다. 1시간 가까이 비루스잡이를 했는데 하나도 걸려들지 않았다.

젊은 연구사들은 당황한 시선으로 서로 마주보기만 하였다.


오전에 리남웅과 두차례의 통화를 하고난 서진주는 또다시 가슴아픈 회오와 번민에 휩싸이게 되였다. 자기와는 영영 갈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총각과 생활의 교차점들에서 다시금 마주치게 된것이였다.

진주는 전번에 진흥기계공장에 내려갔을 때 자기의 무자각하고 얼빤한 태도로 하여(처녀로서 얼마나 얼굴이 뜨거운 처신이였는가!) 그 꽃다발이 리남웅에게 가닿게 되였고 결국은 그것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비참한 꼴을 당했던것이다.

진주는 두고두고 그때의 수치와 모욕을 잊을수가 없었으며 리남웅이라는 남자를 그리고 자기자신의 실수를 용서할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더 훌륭하고 의젓한 총각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진주가 알고있는 주위의 총각들중에 처녀에게서 받은 꽃을 경멸하듯 땅에 내던질만 한 총각은 쉽사리 찾아볼수가 없었다.

K방식과 같은 문제풀이로 장차 학계를 뒤흔들어놓을만 한 큰 인물도 없었다. (물론 진주는 입원한 수현실장을 통하여 종이장우에 적힌 남웅의 그 련립방정식들이 조종분야의 새 국면을 열어놓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점차 리해하게 되였다.) 더구나 그처럼 진주에게서 부모의 직업이며 가정환경 같은것은 념두에 두지 않고 진주의 변덕스럽고 오연한 성미 그 자체에 애착을 느끼는 총각이 또 있을것 같지 않았다.

아니, 제아무리 멋진 대상이 새로 나타난다고 해도 그를 대신하여 공허한 이 생활을 채워줄수는 없다는것을 진주는 깨달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진주 자기는 보석보다도 귀한 존재를 잃어버리고만것이였다.

모든게 자기탓이였다.

자기에게는 리남웅이라는 인물의 재능을 리해할만 한 학식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학은 자기와 인연이 멀어 그렇다치고 의학방면에서도 진주는 학구적인 태도를 가지지 못했었다. 의학과학은 아직도 수학과 같이 공리론적인 공고한 토대우에 서있다고는 볼수 없었다.

이것은 의학이 기초과학보다 저급한 학문이라는것을 뜻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하고 고급한 학문이기때문에 기전들을 밝히고 토대를 구축하기가 어려운것이였다. 진주는 의학대학시절에 학과를 외우고 수술수기를 련마하는데 그치고 콤퓨터시대의 의학과학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연구와 창조가 어려웠기때문이였다.

그는 남웅을 리해할만 한 지성적인 안목도 없었다는것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회사를 떠나 연구소로 돌아간 남웅을 주견이 없는 남자로 보았으며 리윤덕부사장의 험담만 곧이듣고 그 총각을 의리없는 사람으로 곡해했었다.

그뿐인가. 마음이 식어가는 이 별치 않은 녀자를 탓하지 않고 따라오는 그를 보고 자존심도 없다고 하찮게 여기지 않았던가.

인간생활에는 그저 지나가는것이 없고 과실은 후에 그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진주는 리남웅이 자기가 보낸 꽃을 내버린 까닭이 짐작되였고 나중에는 그를 마음속으로 용서할수밖에 없었다.

후회는 때늦은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 모든것은 이젠 돌이킬수가 없게 되였다.

다만 한가지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그 총각이 마감으로 남긴 부탁과 이어진것이였다.

진주는 다른 안과의사들과 함께 진수현실장의 눈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오전에 그 수술을 하게 되였다.

수술하기 전에 환자의 부인이 도착하였다.

수술은 예정대로 3시간나마 진행되였다. 이제 보름후에 눈에 처맸던 붕대를 풀어보아야 확실한 결과를 알수 있겠지만 집도의사는 수술이 잘 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진주는 한숨 마음을 놓게 되였다. 이 소식을 남웅에게도 알려주고싶었다. 그것은 그 어떤 의무감 이상의것이였다. 하지만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그 공장에 가있는 아버지를 통해 알려주는것도 신통한 방도가 못되였다.

수술을 받고난 진수현실장은 지친듯 입원실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의 머리맡에 앉아있던 부인이 의사실로 찾아왔다.

부인은 진주에게 자기 남편이 2시간 30분동안이면 총련동시험이 끝나는데 아직 소식이 없으니 이상하다면서 몹시 궁금해하더라고 이야기하였다.

《내가 공장에 전화를 걸어보고 그이한테 시원히 알려드리는게 어떨가요? 소식을 모르면 오히려 더 불안해할것 같군요.》

진주는 잠시 생각해보고나서 그에 동의하고 탁상우의 전화와 의자를 내주었다.

그는 공장 중앙조종실 전화번호를 누르는 부인에게 《수술이 잘되였다고 전해주세요.》하고 튕겨주고나서 제김에 얼굴을 붉히였다.

《그러자요.》

부인은 송수화기를 들었다.

《남웅선생, 수고해요… 예?!… 실패예요?…》

《…》

진주는 심장의 박동이 멎는것 같았다. 이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남웅의 처지를 생각하며 속을 태웠다.

《예… 정임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알리겠어요. 원인을 찾아 퇴치하겠으니 마음놓으라고… 예. 그리구 남웅선생, 담당의사선생이 그러는데 오늘 수술이 잘되였답니다.… 예, 그럼 수고하세요.》

부인이 근심어린 얼굴로 입원실로 돌아갔다.

진주는 한참동안 진정을 못하고 의사실에서 서성거리다가 그 입원실로 찾아갔다.

《진주선생 아니요?》

눈을 붕대로 싸매고 침대에 누워있던 진수현이 기척소리를 듣고 물었다.

《네, 저예요. 국부마취가 풀리면서 눈알이 조이는감이 들지 않아요?》

진주가 나직이 물었다.

《아니, 일없소.… 정말이요.》

침묵이 흘렀다.

《진주선생, 왜 한숨을 쉬오? 무슨 걱정이 있소?》

진수현이 조용히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저…》

《프로그람들에는 결함이 없을거요. 비루스작간인것 같소.》

《남웅선생이 그러는데 왁찐프로그람으로 검사를 했다던데요?》

부인이 끼여들었다.

《새형의 비루스같소. 비루스가 나온 다음에 그에 대응하는 왁찐프로그람이 만들어지니까 쉽게 잡히지 않을수도 있소.》

《제가 공장에 그렇게 알려줄가요?》

부인이 진주의 심정을 대변하듯 수현실장에게 물었다.

《남웅동무한테도 짐작이 있을거요.》

실장의 대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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