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민주당, 이건 아니다 > 통일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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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아들 서울대 로스쿨 입학 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했다가 망신을 당했더군요. 안상수씨, 물론 비판받을 사람이고 지금은 '공적'을 넘어선 '공공의 조롱거리'로 그 위신이 추락한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안상수씨의 아들' 문제를 가지고 문제를 엮어낼려다가 망신당했다는 것, 보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가 그런 문제를 거론할 자리도 아니었지요. 괜히 혹 떼려다가 혹 붙인 셈이 된건데, 아무튼 이래저래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것에 대해 해당 학교에 '사실 확인'조차 안 했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바로 이게 아니라고 딱 짚고 나오고, 또 조국 교수마저도 이 문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하게 나오자 이들은 바로 꼬리 내리고 '이런 의혹이 있었으니, 진위를 알려달라' 정도였다고 발뺌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더욱 실망스러운 행태입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은 꼭 한나라당의 전매특허만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이른바 '현실 정치권'이나 '기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애꿎은 사람 죽이기 수법인데, 이번 경우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민주당의 실수이며, 나아가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별로 차이 없는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없기 때문에 더욱 개탄스럽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입니다. 그것이 비록 '한나라당 대표의 아들'이라도, 지킬 건 지켜주는 것에서 민주주의는 시작됩니다. 물론 공인들이야 이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민주당이 당명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주의'는 사실 작은 것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것은 대부분 '원칙'에서 시작됩니다. 민주당이 진짜 수권정당이 되고 싶다면 이런 작은 것부터 지켜줘야 합니다. 그것은 그 작은 것들이 크게 뭉뚱그려진 것이 큰 의미에서의 민주주의의 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입수했다.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으면 훨씬 구차하지 않고 나을 뻔 했습니다. 이것은 안상수 씨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안상수씨의 아들에게, 그리고 그 입학을 허가한 서울대에 사과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제기하려면 먼저 그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나서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무 자리에서나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절차와 원칙 다 무시한 좋은 예의 하나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번 건은 민주당의 실수이지만, 어디 이런 꼴을 한두번 봐야지 말입니다. 원칙이 무시된 정치판에서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진실로 왜곡되고, '주장'이 사실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계속되다 보면, 진실은 묻혀버리게 마련입니다. 이런 예들을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겠지요.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또 다른 정당들도 원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가지고 정치하지 마십시오. 정정당당히 '정강'과 '정책'을 가지고, 파워게임보다는 '국민의 컨센서스를 얻어내는 것'으로 승부하기를 바랍니다. 민주당은 이번에 진보진영에 큰 누를 끼쳤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사소히 넘길수 없는 이유는, 마찬가지 이유가 힘이 있는 쪽에게 '탄압의 빌미'를 줍니다. 나아가 이것을 엮어서 어떻게든지 지금의 '수세'를 극복해보려는 한나라당에 힘까지 실어주는 '우리편 뒷통수 치기'의 행위입니다. 이번 일은 지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민주진영에게 심대한 타격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적할 것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구제역 문제와 물가 인상 문제 등 수많은 현안들, 그리고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반드시 지적해야 할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겨우 남의 뒤나 들추는 것으로 정쟁거리를 삼으려 합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