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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래일에 사는 사람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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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215회 작성일 22-05-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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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제 2 편 청 년 조

6

최일이 조장사업을 그만두자 청년조의 아침시간은 하는 일없이 흘러갔다.

송춘도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자질구레한 소자들을 검사기에 차례차례 넣어보며 코노래를 흥얼거리고있었다.

리남웅은 구석에 돌아앉아 종이장에 무슨 수학식을 써내려가다가 갑자기 얼빠진 사람모양으로 그 종이장을 쪼각쪼각 찢기 시작하였다.

지학준은 MP3록음기레시바를 귀에 꽂고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거렸다.

최일은 콤퓨터를 켜놓고 의자에 비뚤서앉아 허공만 쳐다보고있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임창만이 불쑥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실장방에 가서 이 실태를 반영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최일은 코웃음을 쳤다.

아니나다를가 임창만이 돌아와서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실장선생님이 그러는데 조장이 기판의 결함원인을 생각하는 동안에 조원들은 자리를 정돈하고 일들을 찾아서 하라는거요.》

춘도가 슬쩍 그를 떠보았다.

《임동문 뭐길래 앞에 나서서 그래? 새 조장인가?》

《나야 조원이지. 청년조가 중도에서 주저앉으면 조장은 물론 우리 조원들도 체면이 설수가 있나.》

《여, 조장자리 났으니까 동무가 다 하라!》

최일이 그를 흘겨보았다.

창만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선동을 하였다.

《내가 여기 와서 느낀 소감을 동무들한테 한번 말해보라오? 그건 청년조성원들의 학적기초가 다 좋다는거요. 난 통신졸업생이니까 례외지만… 확실히 잠재력들이 있다고 생각했소. 정말이지 우리 청년조원들이 발동되고 서로 힘을 합친다면 기판제작은 물론 프로그람개발단계도 승리적으로 결속할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다들 어떻소?》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임창만은 스스로 대답하였다.《그렇단 말이요! 그리구 아침마다 1시간씩 외국어학습일과도 지켜야 할것 같소. 머지않아 과학원적으로 외국어경연이 열린다는데 우리 조에서도 선수를 내보내야 할게 아니요?》

《이번 경연상품은 어떤걸가?》 송춘도가 관심을 보였다. 《보나마나 수현실장이 또 나가서 1등상을 타겠구만 뭐. 나두 외국에 좀 드나들었더라면 경연에 한번 나가보는건데…》

《우리 실장선생님은 이젠 경연에 안 나가겠다는거요. 그 나이에 젊은 사람들속에 끼여서 상을 타는게 멋적은 모양이더군. 대신 우리들중에 누가 나갔으면 하던데?》

《겸허한분이군.》

《최일동무, 그러지 말구 한번 출전해보라구. 영어는 물론이구 괴테의 〈파우스트〉원서 같은것도 뜬금으로 외운다면서? 소문이 자자해.》

《…》

《남웅동무도 대학시절에 영어실력에서 손꼽히댔다던데 이번 경연에 나서볼 생각이 없소?》

《남의 념려는 그만해도 좋지 않을가?》

최일이 아니꼽다는듯 쏘아주자 임창만이는 시물거리며 이번에는 남웅과 학준을 기판주위에 끌어들이였다. 그가 송동무, 송동무 하면서 연방 이것저것 질문을 들이대니 송춘도까지 끌려들어 제법 선배연하면서 기판을 짚어가며 제나름의 해석을 가하는것이였다. 송춘도는 최일이 들으라는듯 목청을 가다듬고 장치리론을 펴나갔다. 점심시간에 창만이 오늘은 배구치러 나가지 않겠는가고 묻자 최일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마당에 나간 청년들과 실장, 김승길연구사들이 법석하며 배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별로 사기가 왕성한것 같았지만 역시 패한 모양이였다. 그래도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떠들어대면서 찬물에 몸을 씻고 젖은 머리칼들을 수건으로 훔치며 실험실로 들어왔다.

최일은 외롭고 울적하였다.

그날 오후에 실장이 최일을 제 방에 부르더니 여느때없이 엄한 소리로 물었다.

《청년조에서는 어째서 요즘 외국어학습시간을 지키지 않소?》

영낙없어, 창만이가 또 참소를 했는걸!《나야 조장을 내놓지 않았습니까!》하는 소리가 목구멍으로 치솟았지만 그는 어제 결판이 난 그 문제를 구구하게 두말하기 싫어 딴 소리를 했다.

《외국어학습이야 다들 자각적으로 하게 돼있지 않습니까.》

《그럼 최동무자신은 왜 하지 않소?》

《…》

《외국어를 홀시하는 과학자가 무슨 큰일을 하겠소. 아무리 현행과제가 바빠두 앞을 내다봐야지. 그렇지 않소?》

《…》

최일은 여전히 창밖만 내다보았다. 그는 중학시절부터 외국어실력에서는 내노라는 자부심을 가지고있었다. 워낙 총기가 있는 그는 대학때에도 남보다 크게 노력하지 않았지만 영어, 도이취어, 로어, 중어, 일어로 인쇄된 기술자료들을 불편없이 읽을수 있었고 특히 영어, 도이취어로 쓴 소설들은 원서로 읽는 수준이였다.

《최동무는 나한테 무슨 할 얘기가 있는것 같은데?…》

《없습니다―》

최일은 이 한마디를 던지고 나오고말았다.

창만은 동무들을 데리고 기판을 주무르다가 저녁녘이 되자 타고난 구성진 목청으로 무슨 서정가요를 은은히 불렀는데 코노래를 좋아하는 송춘도까지 즐겨 목소리를 합치는것이였다.

최일은 그들을 남겨두고 제시간에 퇴근하였다.

이튿날 아침에 최일이 출근하자 임창만이 다가오더니 자못 걱정어린 어조로 귀띔하는것이였다.

《이젠 조장이 지시를 줘야지. 어제 밤에 실장선생님이 여기 들렸댔는데 오늘부터는 청년조와 함께 일하겠다고 했소. 조장이 입을 다물고있으니 조원들이 별나게 생각하지 않겠소?》

최일은 키가 작은 임창만을 굽어보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왜 이리 활기를 띠는가?

《난 동무하고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소.》

그는 실장방으로 찾아갔다.

실장이 혼자 밀대질을 하고있었다.

《실장선생은 아직도 날 조장으로 생각합니까?》

《그렇소.…》 태연자약한 소리였다.

《그 꼴은 차마 못 봐주겠습니다. …》

《누구 말이요?》

《무식을 아첨으로 굼때려는 그 친구 말입니다.》

《누구라구?》

진수현은 못내 유감스러운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무는 뭔가 잘못 본것 같소.…》

이때 공교롭게도 임창만이가 들어섰다.

《실장선생님, 다들 나왔는데 조장동무가… 아, 조장동무가 여기 있는걸!》

《곧 가겠소.》

창만이 돌아가자 실장이 밀대를 구석에 세워놓고 말했다.

《조장동무도 가야지?》

《난 그만두겠습니다.》

《정말 조장을 못하겠다는거요?》

《조원노릇도 싫습니다.》

《조장을 정 못하겠다면 할수 없지. 하지만 청년조에서는 나갈수 없을거요.》 랭정한 목소리였다.

《그거야 내 맘대로가 아닙니까!》

《동무는 얼마전에 세계최첨단급 CNC장치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댔소?》

《그랬지요. 한데 보시는바와 같이 물러났습니다. 비웃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웃으라지요!》

《지금 동무가 동무자신을 비웃고있소. 동무는 그때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조국의 기대앞에 청년과학자의 자각을 안고 나섰댔소. 그 신성한 맹세와 존엄을 한낱 웃음거리로 치부할셈이요? 이제 어디로 물러서겠다는거요?…》

진수현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문을 열고 나갔다.

한순간이 지나갔다. 최일은 격렬한 모대김끝에 어쩔수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이였다.

그가 따라오는것을 알고 진수현은 이상한 감동을 체험하였다. 그래,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

저 최일은 역시 자존심이 강한 청년이다.…

최일은 지금 수틀린 사람처럼 낯을 잔뜩 찌프린채 실장과 간격을 두고 실험실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청년조원들과 김승길연구사뿐아니라 김정태초급당비서와 박사원 지도교원인 변대식박사까지 앉아있었다.

진수현실장이 김정태초급당비서곁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좌중을 보며 실무적으로 말했다.

《최일동무는 조장을 사절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임창만동무가 청년조를 책임졌으면 합니다. 어떻소, 창만동무?》

《제가요?…》 창만이 얼떨떨해서 일어섰다.

《해보지 뭐.》 송춘도가 최일이쪽을 흘깃 돌아보며 《주요발언》을 했다.《창만동무야 군중성이 있지 않소.》

최일은 쓰거운 표정이였다.

《동무들이 도와준다면 해보겠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으면서도 창만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이윽고 김정태초급당비서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말했다.

《청년조원들이 요즘 고생을 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래 도움이 될가 해서 이전에 있은 하나의 사건을 상기시키려고 합니다.

동무들도 〈도시바사건〉을 알고있을겁니다. 일본 도시바기계회사에서 스웨리예의 콩스베르그회사를 통해 이전 쏘련에 초정밀공작기계 몇대와 프로그람들을 팔아먹은 일이 있었지요. 그 공작기계로 가공한 잠수함의 기관부속들과 추진기들은 매우 정교하고 완벽한 곡면이여서 회전할 때 소음과 맥동을 포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 수중음향탐지기에 잘 걸리지 않았지요. 이런 고급한 공작기계들이 이전 쏘련의 수중에 들어갔다는것을 뒤늦게 알게 된 미국에서 얼마나 아우성을 쳤댔습니까. 쏘련의 핵잠수함이 미국 근해에 잠입하게 되였다고 말입니다. 미국 집권층은 그때문에 군사비 30억딸라를 손해보았다고 떠들면서 일본의 도시바기계회사에 막대한 벌금을 들씌웠습니다. 사장은 감옥에 집어넣었지요. 콩스베르그회사는 벌금때문에 망하고말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연구개발하려고 하는 〈조종7호〉의 지표들은 그보다 더 고급한것입니다.

미제와 그 추종세력은 이런 초정밀수자조종장치를 우리가 가지지 못하게 하려고 〈와쎄나협정〉의 그물을 치고 무역통로들을 가로막고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느 나라도 고도기술을 남의 나라에 선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과학과 기술로 〈조종7호〉를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과학기술은 강성대국건설의 힘있는 추동력이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우리 청년조의 과제가 세계최첨단수준으로서 아름찬것만은 사실입니다. 기판제작에서부터 애를 먹고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요즘 진흥기계공장에서 새로 만들어낸 공작기계들을 보면 기계부분은 세계 1류급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어찌나 정밀한지 소재를 물리지 않고 돌릴 때는 기계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축이 마치도 정지해있는것처럼 보이는데 그 축에 껴묻어 돌아가는 바람소리만 들립니다.

이런 정밀기계들에 우리가 〈조종7호〉를 개발해서 장비하면 나라의 기계공업을 비약시킬수 있고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을 짓부셔버릴수 있습니다.

전기문제도 그렇습니다. 수력타빈날개가공반에 붙어있는 CNC장치를 〈조종7호〉와 교체하면 가공된 타빈효률을 2~3프로 더 올릴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수력발전소들의 타빈효률을 1프로만 올려도 그 효과는 큰 발전소 몇개를 새로 건설한것과 맞먹는다는것을 동무들도 잘 알고있을것입니다.

참으로 동무들은 오늘 강성대국건설의 최첨단선에 서있는셈입니다.

여기에 변대식박사선생님도 계시지만 20여년전에 우리 조종장치실에서는 당시 세계최첨단급의 수자조종장치를 만들어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렸댔습니다.

선생님, 그때 이야기를 청년조원들에게 좀 들려주십시오.》

변대식박사가 석쉼한 목소리로 떠듬떠듬 이야기하였다.

《그때 우리들가운데는 안된다고 머리를 젓는 사람이 거의 없었소. 된다, 되도록 해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의합이 되였댔소. 낮에 밤을 이어 일하던게 지금도 눈에 선하오. 지금 소장이 실장시절에는 위병이 심했는데 건위산을 먹고 책상우에 누웠다가 동통이 좀 지나가면 또 회로도를 그려나가군 했소.

기계전문가였던 고상훈박사는 전공을 바꾸어 수자조종프로그람의 기초부터 파고들기 시작했소. 그는 악전고투하던 끝에 마침내 조종장치의 생명이라고 할수 있는 전용체계프로그람의 비밀을 밝혀내고 돌파구를 열어제꼈지요.

난 지금도 어떤 힘이 우리를 떠밀었댔는가고 돌이켜보군 하오.두말할것없이 세계최첨단수준의 CNC장치를 바라시는 우리 장군님께 그 실물을 만들어 보여드리자는 그 정신이 비약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하오. 바로 그 정신력이였소.

이젠 동무들 차례요.

그때 우리 연구집단의 평균나이는 40살이였는데 동무들은 모두 20대청년들이요. 청년들이 최첨단급조종장치를 개발해낸다면 이건 기적중의 기적으로 될거요. 우리 조종장치분야의 미래가 바로 동무들에게 달려있소.》

변대식박사가 나간 뒤에도 그가 남긴 이야기의 여운은 청년조원들의 얼굴에 남아있었다.

진수현이 새 조장인 임창만에게 기판토의를 하자고 말했다.

임창만은 다시 실장을 돌아보았다.

《제가 먼저 말해야 됩니까?》

《동무가 집행해야지.》

임창만은 딱한듯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일동무가 주관해서 제작한 이 기판은 A―20소자의 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구성되였다고 봅니다. 회로설계에서 새롭게 해결한 부분은 경탄할만큼 높은 경지입니다. 큰 선에서는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 파형들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겁니다. 파형들을 보면 결함이 한가지가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조장이 되였지만 수자조종장치에는 거의 문외한입니다.

어차피 여러 동무들의 지혜를 동원할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송춘도동무의 견해부터 들어봅시다. 정말이지 여기 와서 송동무의 장치에 대한 경험과 감각에는 나도 느끼는바가 많았습니다.》

《챠, 내가 무슨 어린애요? 올리췄다 내리췄다 하면서, 거북하구만.》

송춘도는 그닥 싫지는 않은 모양이였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판을 원주필 뒤등으로 짚어보이며 자기의 견해를 이야기하였다.

《나는 결함의 원인들이 바로 이 려파기와 또 이 요소, 이 요소들의 정수계산상착오에 기인되는것이 아닌가고 간주하게 되였습니다. 이렇게 단정할수 있는 근거는 뭔가, 첫째로…》

송춘도는 왼손가락들을 오른손의 도움으로 까부리는 형용을 하면서 근거들을 렬거해나갔다.

리남웅은 얼굴에서 뭔가 우울한 그림자가 걷히지 않았지만 새 조장의 지명을 받고 한가지 신중한 주장을 내놓았고 학준은 의문점들을 이야기하였다.

점차 순서없이 론의가 교차되고 심화되였다.

그 자리에서 최일은 시뜻한 표정으로 굳어져 종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조원들의 지혜가 하나둘 발동되는것을 내심 놀랍게 지켜보고있었다. 그는 송춘도가 확실히 경험과 재치가 있고 남웅은 역시 생각이 깊다는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를 제일 놀래운것은 새 조장 임창만의 실력이였다.

그는 실장과 더불어 자주 《그때》를 상기하면서 이 기판의 결함을 추리하는것이였다.…

최일은 임창만과 실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가를 점차 알게 되였다. 작년에 임창만은 진수현실장을 따라서 남산공작기계공장에 유연생산체계를 도입하러 갔다가 지금 A―20소자보다 규모가 좀 작은 소자를 축으로 하여 기판을 만들어 새로운 자료전송체계를 실현한 모양이였다. 임창만이 이번에 론문을 썼다는게 바로 그 내용인것 같았다.

최일은 그가 뭘 제 손으로 론문을 썼으랴 하고 우습게 여겼댔는데 오늘 보니 창만은 실장과 거의 동등한 높이에서 학술문제를 론하고있는게 아닌가! 창만은 한갖 실장의 그림자가 아니였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최일은 더더욱 임창만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임창만이 조장으로서 실력과 경험을 갖춘데다가 성미가 소탈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동무들의 지혜까지 계발시키고 김승길이 청년조의 고문노릇까지 착실히 하게 되니 숨어있던 기판의 결함들이 하나, 둘 퇴치되여갔다. 최일은 언제까지나 침묵할수는 없었다. 그는 점심때 더는 실험실에 혼자 남아있지 않고 마당에 나갔으며 나가서는 팔짱을 끼고 배구경기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화를 냈다.

《여, 창만이! 5번자리가 비였어!… 저 춘도는 오늘 왜 맥을 못추고 저래?》

《구경군이 말이 많구만.》 송춘도가 시까슬렀다.

《최동무, 내 대신 들어오라구.》 실장이 숨이 찬듯 자리를 내주었다.

최일은 웃동을 벗어던지고 분연히 배구장에 뛰여들었다.…

하루는 실장이 최일을 따로 만났다.

《외국어경연에 나가볼 생각이 없소? 임동무는 부지런히 준비하는 모양이던데.…》

최일은 좀 늦은감은 있지만 경연참가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지고싶지 않았다. 예선경연에서 최일과 임창만이 다 통과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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