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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도 커피 자폭테러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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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토니오
댓글 2건 조회 2,379회 작성일 11-03-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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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곳 시애틀에 정착한지도 어느새 20년을 바라보는군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제가 한국에서 살던 세월보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지겠군요. 아~~ 세월은 정말 빛의 속도로 이 시간도 지나고 있다는 생각 새삼 해 봅니다.

모두 아시는것처럼 이곳 시애틀은 커피가 유명하더군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 향토(?) 혹은 local기업인 별다방이 있군요. 몇년전 제 초등, 중등, 고등학교 친구가 무작정 캐나다 유학길에 절 찾아와 젤 먼저 가자고 졸랐던 곳이 저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던 별다방 1호점이었습니다. 친구가 제게 부탁하더군요. "마! 한 방 박아!! 찰칵 찰칵" 두 방이었나???..... 그 때 속으로 "야 얘네 사장이 유태인인데 이라크같은데 침략할 때 무기도 사주고 그래서 나는 잘 안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넓고 깊은 인간성으로 참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시애틀 북쪽엔 별다방도 많지만 굳이 한국식으로 말하면 '떴다 길카페'라고 말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스탠드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대단한 유혹이지요.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지 개스스테이션 미지근한 커피보다야 훨신 뜨겁고 고소한 커피려니와 의사 비스므르레한 직업을 가진 아는사람이 졸릴때는 에너지 드링크보다는(사실 '모모불'을 하루에 4개를 마시고도 집에 들어가서 밥도 안먹고 잠을 잔 기억도 많습니다) 뜨거운 '아메리까노'를 마시라는 권유이후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참고로 저는 주치의의 권유로 한 8년전부터는 디카페에 적응하고 있던 참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길카페들 간판에 이상한 비키니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하더군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비키니 에스프레소'가 말 그대로 우후죽순처럼 주변에 생기기 시작했던 거지요. 제 기억에는 이 유행(?)이 아마 2008년 경제 위기이후 더욱 심해지더군요. 처음에는 "드디어 한국 티켓 다방의 선진문화가 이곳에도 정착되어가는구나"라는 실없는 생각을 해 본적도 있고 "왜 별다방은 이렇듯 아늑하지? 좀 야스스한 분위기는 없고 한국처럼 말이야"라고 생각했던 이민초기 저의 '앞선 혜안(?)에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문화는 인류가 하나가 되는 지름길이야!!!".

어느날 지겨운 손수 회사에서 만든 디카페를 3잔을 하고 허겁지검 외근을 나갔는데 그날따라 졸음이 아침까지 떠나질 않더군요. 그래서  평소에 눈!여겨 보아두었던 전통을 고수(?)하고 있던 길카페에 저도 모르게 들어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제 눈앞에는 꿈에도 그리워지던 비키니와 란제리 그 사이 어디쯤엔가를 입고계신 아리다운 아가씨가 제게 화사한 웃음을 짓고 반겨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말까지 걸더군요. "하이루!!" 라구요. 저도 순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왓스업!!". 그 사이 외고집 상인정신에 입각해 한 길을 걸을것 같던 이 곳도 영업전략을 바꾸었던 겁니다. 얼굴은 태연했지만 제 맑고 고운 눈동자는 그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젠장할 옛 성현 말씀에 "비키니는 모든것을 보여주는것 같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주옥같은 말씀도 있건만 웬 시츄에이션이란 말입니까? 얼마인지 커피를 건넨후에 아가씨가 손을 벌리자 저도 모르게 5불짜리를 내고는 말하고야 말았습니다. "잔돈은 됐어요!!"라고요. 나름 호기를 부렸는데 다정했던 아가씨 표정이 일순 창백해지면서 날쌔게 창문을 닫아버리더군요. 순간 느꼈습니다. 시골 길손다방 단골이신 김씨 할아버지가 매일매일 겪으실지도 모르는 '노 페이 노 게인'의 참혹한 심정을요. 그 다음부터는 저는 되도록이면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미스김 길카페'는 애써 외면하고 전통을 고수하고 있던 운전길 근처 길카페만 줄창 다녔습니다. 저의 도덕적 순결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커피값에 '앤덴 썸'을 지불하기가 아까워서 였지만요. 

그러다 어느날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보는데 중동인지 러시아인지 '자폭테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은 자폭테러범의 야만성과 비인간성을 조롱하는 조였습니다. 가만히 방송을 보다가 갑자기 우리동네 '길카페 미스김'들이 생각났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정치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은 제가 이 자리에서 평가할 일이 아닐지라도 한 인간이 스스로의 몸을 '무기'화 한다는것은 분명 그 상황의 절박성을 웅변해주는 말일 겁니다. 제국주의자나 지배자들의 압도적인 무력앞에 나름 저항과 반격의 무기로 최후로 선택하는 것이 온 몸에 폭탄을 휘어감고 적진으로 뛰어든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우리동네 길까페 미스김'들도 결국엔 경제위기, 실업난, 그리고 대자본 커피회사의 맹공앞에 가장 자본주의적 창발성과 도전정신으로 '자폭테러'를 하는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미치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떤 오피스의 여직원이었을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있던 여성 청년노동자가 대자본의 공세와 날로 오르는 또 다른 커피관련 대자본 유통업자의 공세앞에 독기를 품은 소상인의 가장 자본주의적 생존방식이 결합한 형태가 이 시애틀판 티켓다방이 아닐까요? 물론 장하준 교수의 주장처럼 이런 소자본(저개발국)들이 이러한 창발성(보호무역?)을 무기로 생존에 성공해도 결국 또다른 대자본이 되어 더 나쁜 사마리아인이 될 거고 그때에는 그를 본받아 더 많은 소자본들이 또 다른 승리를 위해 더 야한 옷을 입게 될 거고 그때에는 이런 창발성도 또한 역사의 박물관이 될 거지만요. 물론 저는 이런 자본주의가 현실에서 가능한지--오늘 보호무역으로 모두가 사마리아인이 되는-- 적어도 현실의 자본주에서 가능한지 항상 의문이지만요.

전쟁은 큰 놈이 힘 센놈이 그 역의 세력을 지배하는것은 살 점뜯겨져 나가는 자폭테러의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도 매일매일 새벽부터 멈출줄을 모릅니다. 아! 이 엿같은 자본주의여!! 닐닐리 만만세라.

우리동네 미스김들이여, 오늘 그대들이 옷을 벗고 커피를 파는것이 단지 옷을 벗은 것 말고 '벗고 판'게 스스로가 행복해서 선택한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오늘의 기억을 부디 돈 많이 벌어서 건강하게 생존해서 그대들의 후손들에게 반드시 전해들 주시게나.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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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님의 댓글

추운데 작성일

요즘같이 추운데도 그런 차림으로 커피를 파는가유..

이건 머... 나쁜 사마리아인에 비교할 수는 없고
(그건 부자나라가 약소국에게 깡패처럼 행동하는 것인디
커피 장사 좀 잘해보려고 종업원 비키니 입히는 것에 비할 수가 없으니)
그냥 자본주의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이지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생존경쟁
먹고 살아남기 작전

이런 다람쥐 쳇바퀴를 끊어버릴 수는 없을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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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안토니오님의 비유가 아주 예리하고 적라하군요.
그러고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상업적 아이디어가
일종의 자폭테러에 준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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