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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그의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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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3건 조회 2,211회 작성일 11-04-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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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여우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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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그의 적들

유시민은 분명 정치인이되, 이른바 정치적은 아니다. 그의 언어가 정치적이 아닌 것부터 그렇다. 참 다행스럽게도, 요즘 들어 ‘마사지 언어술’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언어는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주도면밀한 계산에서, 눙치고, 감추고, 언구럭 피우는 투가 아니다. 그는 아니면, 아니라고, 냅다 외쳐버린다. 그때마다 적이 만들어진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대해 그가 선머스매처럼 어줍게 웃으며 내놓은 답은, 정치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였다.

그런데다 그는 현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박식하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자기 논리로 저술해낼 수 있는 정치인은 유시민이 거의 유일하다. 정치인이 낸 책 가운데 대필 아닌 것은 유시민 외에는 많지 않다. 그는 또 오만할 정도로 당당하다. 그의 소유는 투명하고, 그의 행적은 적나라하다. 티잡힐 게 없고, 꿀릴 게 없으니, 당당할 수밖에 없다. 그 당당함, 그럴 만한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얄미워 보이겠는가. 우리네 풍토에서 나보다 낫고, 나보다 앞선 남은 예쁘게 보아지지 않는다. 1986년이었던가, 김용옥의 이른바 양심선언 뒤, 이어령은 김용옥에게 경고한다 - 조심해라. 우리 사회에서 튀면 죽는다. 이 경고대로라면, 유시민은 죽을 짓만 골라 하고 있다.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시민이 가는 곳에 분쟁이 있다. 이것은 정설이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정치적 공간에서, 이 정의는 사실이다. 그가 가는 곳에 분쟁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깊이, 무겁게 동감하는 그대로, 우리 정치판은 개판이다. 비루하고 치사한 권모술수가 판친다. ‘정치’는 ‘허위’와 동의어다. 명색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표 얻을라면 무슨 소리를 못해, 한다. 그것이 우리네 이른바 ‘정치’다. 그런 허위에 실실 박자 맞춰줄 만큼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능하지 못하다. 유시민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지른 그 어린아이다. 분쟁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유시민이 함께 하는 분쟁 하나하나는 또 유시민의 적을 생산한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2004년 총선 때였다. 조성준 당시 의원이 열린우리당 비례 대표 상위 순번을 받기로 하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우리네 ‘정치’의 전형인 밀실 정치의 예였다. 그때 무슨 회의에서 험상궂는 표정으로 냅다 손을 들고, 무대를 향해 왼쪽 끝 통로를 거쳐 뛰쳐나가, 조성준을 낙마시킨 사람이 바로 유시민이다. 조성준만은 아니다. 밀실에서 조성준 ‘영입’ 공작을 함께 했던 사람들, 얼굴이 허얘졌다. 그들은 물론 모두 유시민의 적이 되었다. 유시민은 매번 그런 식이었다.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의 정치적 행적은 곧 정치적 적 만들기였다.

그가 정치판에 등장한 초장부터 그랬다. 그가 ‘화염병을 치켜들고 바리케이트 앞에 서는 심정’으로 정치판에 느닷없이 뛰어든 순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조직적으로 왕따시키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거에 유시민의 적이 되었다. 그때 노무현 옆에는 천정배 하나가 있었을 뿐이다. 그 외에는 모두 어떻게든 노무현을 낙마시키기 위해 아예 작당한 무리들이었다. 이번 김해 전투에서 유시민을 에워쌌던 막강 군단의 주축은 그때 유시민의 적이 되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개판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 사람들! 그 판에서 비루한 모습으로 밥 빌어먹은 그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유시민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돌팔매질을 하는 풍경, 그냥 우스워하기에는 너무나도 처연스럽다! 욕지기가 난다!

그의 등장부터 그랬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대세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 당시 노무현 낙마시키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대세를 향해 들입다 화염병을 치켜들었다. 그는 그렇게 대세에 굴복하는 대신 스스로 대세를 만들려 했다. 노무현은 ‘노공이산’은 ‘愚公移山’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비슷한 표현에 ‘精衛塡海’도 있다. 양편 모두 불가능한 일에 대한 무모한 도전을 뜻하는데, 유시민은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객관적 정황으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 분명히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로 보아 꼭 불가능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왕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공신이 유시민이라는 사실에는 대충 이의가 없다(그런 것 같다). 유시민은 어쨌든 그 일을, 적어도 어느 부분이나마, 해냈다. 지난 해, 경기도 지사 선거 당시, 이제 막 새로 생긴 정당 후보 유시민이 막강 민주당 후보를 이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재야의 명망가들마저 유시민을 분열의 원흉으로 지탄하고 있던 판이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그 일마저 해냈다. 그리고 이번에 김해에서 그는 한번 더 우공이 되었고, 정위가 되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서, 거센 돌팔매질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버텼다. 그가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봉팔닷컴의 발표 전야 조바심이나 발표 직후 환호가 예가 될 듯한데, 유시민을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발악하듯 하고 있는 사람들마저 그 가능성을 크게 믿지 않았다.

지난 해 한번 당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위세는 그만큼 등등했다. 그들 연합군은 유시민의 자신의 정치적 역정에서 만든 그의 적들, 그 총화였다. 이봉수후보와 경쟁하는 곽진업후보 선대위원장이던 김영춘은 유시민에게 ‘싸가지’라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멸칭을 덮어씌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의 적들 하나하나가, 평소의 앙심마저 있었기에 더욱더 악랄하게, 유시민을 아예 짓밟다시피 했다. 그들 상상력으로 가능한 온갖 모멸적 언어들이 총동원되었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국회의석 하나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이후 정치 역정 전체에서 유시민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국회의원 무려 44명이 그 보좌관들과 함께 그래봤자 조그만 시골 도시에 지나지 않는 김해로 떼를 지어 몰려갔을 때, 그들의 각오가 얼마나 비장했겠는가. 이제 유시민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서만 남은 듯했다. 그런데 유시민은 또 해냈다. 유시민은 또 웃었고, 그의 적들은 또 허연 얼굴이 되었다. 아프다 소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유시민은 또 하나의 대세를 그 스스로 만들었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그랬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중심 이슈는 유시민이다. 그것이 대세를 거부한 유시민이 스스로 만든 자기 자신의 대세다. 이 장관(壯觀)!

유시민도, 유시민의 막강 적들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한쪽인가는 지게 되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는, 유시민은 그토록 호락호락하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에게는 유시민이라는 ‘경호실장’이라도 있었지만, 그는 그야말로 혈혈단신이다. 만산평야에는 온통 적들뿐이다. 아, 잊었다. 그에게는 열성적 개미들, 이른바 유빠들이 있다. 세상의 온갖 조소에도 불구하고, 유빠들은 헌신한다. 어느 누가 말했던가. 세상에, 제 돈 써가면서 선거운동 하는 것은 노빠와 유빠뿐이다,라고. 아, 그렇다. 혈혈단신 유시민에게, 열혈 유빠들이 있다.

이상주의자는 패배한다. 역사적으로 보아 그렇다. 노무현이 그랬듯, 유시민은 아무래도 이상주의자 같다. 그도 결국 패배하고야 말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보다는 패배니 하는 게 우습다. 노무현이 패배했는가? 그렇다면 지금 현재 시점에서 다투듯이 친노를 표방하고 있는 그 세력들의 존재는 무엇인가? 그보다 앞서, 그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린 허다한 사람들의 존재는 또 무엇인가? 그러고 보면 이상주의자에게 승리니 패배니 하는 것은 의미없는 것이 되겠다. 계속되고 있는 유시민의 대세 만들기, 그 각박한 전투를 좀 편안하게 바라보아도 좋을 듯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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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님의 댓글

저도 작성일

이 아줌마가 어떻게 해야 그에게 도움이 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번 여름에 봉하방문도 일본원전 문제로 저희 가정엔 제동이 걸릴지경이고
자식을 둔 엄마라 이렇게 이기적일때가 있습니다.
소극적인 제자신을 보면 한탄스러울때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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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사막여우님의 글이 주어진 현상에 대해 아주 정곡을 찌릅니다.
노무현 전임대통령께서도 이후에 과연 자신이 정치인으로써 제대로된
자세를 유지했던가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하게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적들을 만들어가는 것은 역사에서 보아도 정치적으로 그리 현명한
처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적군과 아군을 분명 구분해낼 수 있되 적으로 하여금 방심토록 도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정치적 전략일 것입니다.

유시민은 그런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고있습니다만
만약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면...유시민도 유능한 정치인이 아니라 사상가이자
이념적 계몽가로 마무리될 우려가 분명 있습니다.

정치판에 몸을 던진 한 살아남아 대권을 쟁취하고 자신의 정치적 뜻을 이루어야
성공한 정치인이 되는 것이며 그것이 대의가 될 것입니다.

순수함과 영악함이 혼재하는 기질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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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것이 유시민의 장점이면서
또한 그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원인입니다.

희망적인 것은 일반 민중이 유시민을 이해하고 지지하는데다 그 세력이
번져가는 들불이 되어간다는 것이지요.

민중으로부터의 신뢰와 지지가 있는 한 유시민의 도전은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누가 지적했듯이 유시민의 단 하나뿐인 몸을 잘 지켜내는 것 또한 너무도 중요한
일로 여겨집니다.  저렇게 노출되어 있는 정치인에게 사방에 적들이니까요..
경호원들이 있긴 한지...그리고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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