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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이유 있는 특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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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2건 조회 1,912회 작성일 11-04-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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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영토를 가지고 있다지만

대한민국보다 더 적은 3천 5백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 캐나다,

변변한 공장이나 제조업도 없고 그저 나무와 숲과 호수만 많고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는

1876년에서야 영국에서 독립한 2백년도 안된 젊은 나라입니다.

나라의 영토가 지금처럼 확정된 것도 2차대전이 끝나고 그때까지

영국의 영토였던 뉴펀들랜드가 선거 끝에 캐나다 연방에 참여하면서부터랍니다.

영연방의 일원이고 특히나 친정집인 영국과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캐나다는 여러모로 영연방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른데가 많은 특이한 나랍니다.

먼저 이 나라는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들이 모두 좌측통행을 하는데 비해

미국처럼 우측통행을 합니다. 앵글로 색슨계의 나라들이 국제표준인 미터법

대신 관습적으로 마일과 피트 그리고 인치와 파운드등의 거리환산과 도량형단위를

쓰는 것과는 달리 캐나다의 거리표지판은 국제표준에 맞춰 킬로 미터를 쓰고 있고

모든 도량환산에서 미터법과 킬로그램 그리고 리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어가 통한다고 캐나다를 자기네 변방구석쯤 치부하고 놀러온 미국 방문객들은

낯선 캐나다의 도로표지에 나오는 킬로미터와 전혀 생소한 가게의 판매단위를 보고서야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요?

저의 사견으로는 퀘벡 때문인거 같습니다. 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로 이뤄져 있지만

대부분의 인구는 영국계가 주로 사는 온타리오 주와 프랑스계가 주로 사는 퀘벡주에 몰려 있습니다.

이번 연방선거에서 퀘벡과 온타리오를 제외한 나머지 8개주의 의석수를 다 합쳐도 퀘벡이건 온타리오건

어느 쪽의 의원수도 능가하지 못하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서부에 그나마 인구가 좀 산다는 비씨주

조차도 4백만 수준이니... 다른덴 볼 것도 없습니다. 북부 3개 준주의 인구수는 인구수를 이야기하기전에

차라리 백평방킬로미터당 사람이 한명 살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연방선거의 향배도

두개 주에서 어느 당이 더 다수를 차지하는 가에 달려 있지요.

3천 5백만의 캐나다 인구중 거의 천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퀘벡은 원래 누벨 프랑스라고 불리던 프랑스의

영토였고 17,18세기에 걸친 영.프 전쟁의 결과로 영국땅이 되기는 했으나, 지금도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적인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몬트리올과 세인트로렌스 강이라는 천혜의 입지조건으로 캐나다 경제의 거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아직도 틈만 나면 캐나다 연방에서 탈퇴해

딴 살림 차리겠다는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항상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요.

억지로 영국의 일원이 된터라, 또 그 전쟁과정에서 엄청난 피씻음(퀘벡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전투에서

양측의 지휘관인 영국의 울프장군과 프랑스의 몽캄장군이 모두 전사했을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고 비록 영국이 이겼다고는 하나,

영국의 입장에서도 이 전쟁은 상처뿐인 영광이었고 퀘벡을 완전하게 복속하는데에도 사실상 실패하고 맙니다)을 했던

아픈 과거와 또 그로 인해 거의 200년 가까이 영국계에게 핍박과 차별과 설움을 당했던 퀘벡인지라, 그럴만도 합니다.

지금도 퀘벡주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je me souvien(나는 기억한다)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Beautiful British Columbia, Wild rose country, The way you discovered, 등

자연친화적이고 다소간 낭만적인 타주의 번호판 표지와는 달리 퀘벡의 '나는 기억한다'는 바로 영국놈들에게

당한 설움과 아픔의 세월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퀘벡의 고집과 의지 그리고 다수 영국계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때문에 캐나다의 헌법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공용어로 명문화 했고 그것도 부족해 다문화의 인정과

보존과 양성을 촉진한다는 문구까지 집어넣어 이웃나라인 미국보다 훨씬 더 인종차별이 덜한 나라이자

이민자들에게 매력적인 땅이 된 이유도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과 화해가 빚어낸 산물입니다.

그래서 퀘벡주는 캐나다 땅에서 유일하게 연방의 국기보다 주기가 더 많이 휘날리는 곳이기도 하고

길거리 표지판에 영어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영어는 아예 안통하는 여전히 고집스러운 프랑스고 그 프랑스는 현재의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답다는

평을 들을정도로 과거의 전통과 관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술은 오직 리쿼샵에서만 판매하는

대부분의 캐나다 주와는 달리 퀘벡은 수퍼건 편의점이건 어디서나 술을 살 수 있답니다.

캐나다 연방의 공식 수도인 오타와 시가 온타리오에 속해있기는 해도 강하나만 건너면 퀘벡주라는

사실도 바로 이러한 퀘벡의 불만과 감정에 대한 캐나다 연방의 고민이 스며 있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훨씬 더 다수이고 전쟁에서 승자인 영국계가 수백년에 걸친 고민끝에 연방으로 정식출범하면서

이 나라의 도로통행과 각종 도량환산단위를 모두 국제단위, 정확히 말하면 퀘벡주의 프랑스계가 써오던 단위를

전체 캐나다 표준으로 정하게 된 것 역시 그만한 아량과 배려가 없이는 이 연방이 존속하기 어렵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겁니다.

사실 요즘 와서 퀘벡의 분리주의자들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그들이 정말 캐나다 연방에서

분리되었을시 그들에게도 그렇게 이득이 될 것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캐나다의 묘한 동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선거만 되면 퀘벡주에 뭐 하나라도 챙겨주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각정당의 주요 정치인들을 봐도 그렇고 막상 이제와서 찢어지면 둘다 허울좋은 명분은 얻겠지만,

캐나다라는 쓸만한 공동체를 잃어버린다는 현실앞에서 분리독립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쯤에서 제가 하고픈 얘기 하고 마무리짓겠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민족도 한나라를 이루고 번영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처럼!!!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캐나다의 영국계처럼 많은 것을 정말로 많은 것을 양보하고 배려하고

약자 혹은 소수자의 권리와 권익을 존중하고 또 존중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캐나다를 보다가 남북관계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지금 남과 북중 누가 캐나다의 주도권을 쥔 영국계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건만,

사사건건 북을 완전히 짓밟아 뭉개지 못해서 안달복달인 현재 남한의 의식과 태도로는

제 아무리 역사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다 한들 통일은 커녕 공존조차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나다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백년에 걸쳐 프랑스계를 억눌렀지만 그 결과는

프랑스계의 소멸이나 쇠퇴가 아닌 오늘날 영연방에서 가장 특이하게 영연방스럽지 않는 면모를 가진

전혀 새로운 나라의 탄생이었습니다.

남북전쟁 이후 북부연방이 남부동맹의 주들을 포용했기에 미연방이 존속했던 것처럼

오늘날 캐나다가 전혀 영연방답지 않게 우측통행을 하고 미터법과 킬로그램과 리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퀘벡은 진작에 독립했을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긴 정복자들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이토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했건만,

전쟁에서 이겨보지도 못한 찌질이들이 오늘도 북한과 한판 싸워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한민국이 왜 여전히 분단의 질곡에서 허덕이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딱 10년간 북한에게 관대했던 시절 우리의 안보는 굳건했으며

외교에서는 위상이 올라갔고 경제와 문화는 번영했었습니다.

통일이 아니라 적대적 상호의존에서 벗어나 공존과 화해의 시늉만 했을뿐인데도

우리가 얻어냈던 무수한 과실과 영예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무엇에 투자하고 무엇을 해야할지는 자명한 것이 아닐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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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너무나 옳으신 말씀! 정말 그렇습니다. 좋은 내용의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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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이웃나라 캐나다에 대하여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배울 점이 너무도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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