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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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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75회 작성일 22-07-2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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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1

무더운 여름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을 마주하고 앉아 쏘련공산당 제28차대회 자료를 보고계시였다.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전송해온 그 인쇄문에는 쏘련의 림종을 시사하는 국제여론들도 실려있었다.

대여섯장되는 글을 잠간사이에 다 훑어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움쭉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가시였다.

열려진 창문으로 누기를 머금은 더운 바람이 후끈하고 밀려들어왔다.

그이께서는 아득한 밤하늘을 이윽히 올려다보시였다.

문득 북극성어방에서 한점의 불찌가 튕겨나오더니 신호탄처럼 밤하늘에 붉은 줄을 쭉 그었다.

별많은 넓은 하늘에서 빨간 장미빛으로 유난스레 불타던 별찌, 궤도에서 탈선한 그 자그마한 천체는 마지막생명의 불을 태우고 흔적도 없이 스러져버렸다. 광막한 우주공간을 홀로 외로이 날으는 《무궤도 별》들은 무시로 그런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있는것이다.

생각깊이 밤하늘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불현듯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시였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선 부관이 조심스레 발을 저겨디디며 걸어오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방금 자료를 또 보내왔습니다.》

부관은 많은 문건들이 쌓여있는 집무탁 한귀에 흰 뚜껑을 씌운 얄팍한 자료철을 올려놓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긴급히 제기되는 국제통보자료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집무탁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부관에게 말씀하시였다.

《밤도 깊었는데 이젠 돌아가 쉬시오.》

부관이 나간 뒤 그가 가져다놓은 자료철을 집어드시는 순간 그이께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웃하시였다. 그것은 국제통보자료가 아니라 뜻밖에도 의학상식자료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흥미어린 눈길로 글을 더듬으시였다.

의학상식자료

1. 바른쪽가슴에 심장이 있는 사람.

… 벌가리아의 장수로인 드미뜨리 위쥐꼬브는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바른쪽가슴에 심장이 있습니다. 심장뿐아니라 간장, 취장, 맹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들이 반대쪽에 놓여있는 특수체질입니다.

이상한것은 조물주에 도전한 이단의 체질을 가진 드미뜨리로인이 96살이 되는 오늘까지 감기한번 앓지 않고 무병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보면 조물주가 혹시 착오를 범해서 바른쪽에 놓아야 할 사람의 장기를 왼쪽에 놓고 왼쪽에 붙여야 할 장기는 바른쪽에 붙이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능청스러운 글투에 웃음을 지으시였다.

(심장이 바른쪽에?)

그이의 눈앞에 회령탄광기계공장 당비서 주혁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심장이 바른쪽 가슴에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시였다. 십여년전 주혁민이 함경북도 새별군당 비서로 사업하고있을 때 그곳 병원일군한테서 직접 들으신 이야기였다.

주혁민은 여러개의 발명권까지 가지고있는 당일군으로서 몇해전 김일성고급당학교 재학 당시에도 새 가열로를 창안하였다. 그이께서 주혁민을 더욱 깊이 새겨두게 되신것은 그가 당학교를 졸업할 무렵 공장, 기업소의 3위1체에 대한 수준높은 정치론문을 발표하였기때문이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의학상식자료를 들여다보시였다.

2. 잠을 못자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잠은 산삼, 록용에 진배 없는 신령스러운 보약이며 꿀과 같이 감미롭고 영양가높은 장수식품입니다.…

(잠이 장수식품이라? 잠을 푹 자야 건강해지고 위쥐꼬브령감처럼 무병장수한다.…)

글줄마다 해학과 익살이 섞여있어 그이께서는 불시에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이어 발신기관의 이름을 다시 확인해보시였다. 의학부문 일군들이 보내온 자료를 부관이 잘못 전달하지 않았는가싶어서였다. 그러나 분명 요즘 몇시간 간격으로 국제정세자료를 보내오군 하던 조선중앙통신사였다.

(이젠 이런 식으로 조이는군. 잠을 푹 자란 말이지.…)

그이께서는 의학상식자료의 의미가 더 뜨겁게 느껴지시였다. 눈굽이 쩌릿해지시였다.

사랑, 정, 이것이 인간감정의 주성분이라고 한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인간은 그 사랑으로 하여 그렇듯 위대하고 신성하며 불의적인것에 대한 증오로 불타는것이다.

그이께서는 통신사일군들만이 아닌 온 나라 인민들의 뜨거운 정을 가슴 후덥게 느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벌써 새벽 한시가 지났다.

온몸에 새로운 활력이 솟구쳐올라 그이께서는 서둘러 집무탁으로 돌아오시였다.

문건을 보기 시작하시였다. 처음 그이의 손에 잡힌 문건은 원자력총국 부총국장이 제기한것이였다. 그 문건에는 미제가 계속 《코콤》(대공산권수출 통제위원회)의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나라 원자력발전소건설을 방해하고있다는것, 외국과 체결된 경수형원자로납입이 동결되여 핵동력발전소건설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였다는것 등 적들의 경제적제재가 날로 우심해지고있고 국제관계에서의 쏘련의 가치관도 달라지고있는데 대한 자료가 반영되여 있었다. 그이께 있어서 이것은 별로 뜻밖의 자료로 되지 않았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쏘련의 붕괴도 이제는 시간문제로 되여있는것이였다. 최근에는 쏘련외무상은 친서방정책을 적극화하면서 조만간 남조선과 선린적인 국교관계를 맺을데 대한 확고한 의향을 표명했었다.

그이께서는 원자력총국이 올려보낸 문건을 다시 훑어보며 생각하시였다.

경수로납입이 동결되였다고 걱정할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 나라에는 흔한것이 흑연이고 우라늄도 넉넉한만큼 핵동력발전소를 흑연감속로형으로 바꾸면 된다. 물론 그것은 경수로형에 비해 기술적으로 보면 낮은것이지만 오늘의 우리 실정에 적합한것이다.

그이께서는 마지크를 손에 들고 문건뚜껑우에서부터 아래로 《흑연감속로형을 연구해보시오!》라고 장검을 휘두르듯 내리쓰시였다.

그 다음에 보신 정무원에서 올려보낸 문건에도 적들의 경제적제재로 하여 일부 중요설비들의 납입이 동결되고있는 사실자료들이 반영되여있었다.

그이께서 문건을 한창 보고계시는데 부관이 긴장한 기색을 띠고 집무실에 들어섰다.

《동문 아직 자지 않고있었소? 어서 자오.》

그이께서 부관의 충혈된 눈을 일별하고 다심히 말씀하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어버이수령님께서 오십니다.》

《수령님께서?!》

김정일동지께서 반사적으로 집무탁을 손으로 누르며 일어서시였다. 수령님께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오신것은 례외적인 일이였다. 여태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집무실 출입문을 향해 급히 걸어가시는데 흰 남방샤쯔를 입으신 수령님께서 벌써 문안으로 들어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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