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이명박 정권, 역주행한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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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양대 선거 승리보다 승리 이후를 더 고민해야…차기는 설거지 정권
‘바보 노무현’ 서거 2주기를 맞아 전국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봉하 마을에 참배객이 줄을 잇고 전국 주요 지역에 설치된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그가 한반도 격동기에 큰 바람을 일으킨 삶을 살다 갔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거다. 남다른 지도자상을 보인 그를 잃은 슬픔과 아쉬움이 큰 반증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흔히 검찰 주연, 수구신문 조연으로 일컬어진다. 그 검찰과 수구신문은 전직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을 외쳤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청와대의 하수인 또는 나팔수가 되어 민주주의를 흠집 내고 있다. 검찰권은 최고 권력자의 의중을 살펴 민주주의를 상처 내는 흉기로 날뛰는가 하면 수구신문은 권력과 한 통속이 되어 방송사를 겸업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질식사 시킬 무장 세력으로 등장했다. 이 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것은 검찰과 수구언론이 타락하고 추악해졌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민주주의의 권력은 유권자가 뽑는다. 한 때 노무현을 선택했던 민의는 몇 년 후 이명박을 선택했다. 경제 기술자를 자처했지만 도덕성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 인물을 국가 지도자로 뽑은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과는 담을 쌓은 채 집권 기간 절반 이상을 제왕과 같이 권력을 휘둘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살펴본 이 나라 안팎의 현실은 너무 참혹하다. 우선 내부의 문제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사회적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유린이 심각하고 양극화와 경제적인 불평등으로 인한 역기능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에 퍼주기를 한 결과 다수 민중은 심각한 분배구조의 왜곡, 경제적 불평등 속에 신음하고 있다. 이 사회의 상징 가운데 일부인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저라는 지표는 이 사회가 사막보다 더 삭막하고 거칠어졌다는 것을 웅변한다. 자신의 삶과 새 생명 탄생에 대한 경외감이 사라진 사회는 희망이 증발한 사회 아닌가. 이런 사회에서 건전한 삶의 철학과 목표가 자리 잡기 어렵다.
두 번째 남북관계다. 남북 관계는 전쟁 일보전의 험악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인권 가운데 전쟁을 겪지 않을 인권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대통령부터 '전쟁 불사‘를 입에서 놓지 않는다. 전쟁의 위험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불안은 안중에도 없다. 남북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동북아 지각 변동 등에 적극 대응하면서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이 향후 10여년 후면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남북은 경제적으로 그 때에 대비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것은 남북 경제 공동체의 추진으로 돌파가 가능하다.
향후 5-10년은 남북 재통합에 너무 중요한 시기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 한반도 비핵화 추진 문제, 남북경제 공동체 추진 문제 등은 더 이상 시기를 늦추기 어렵다. 북의 정치적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차기 대권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대북정책을 추진할 지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공로는 확고한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민주주의 역주행을 통해 그 가치가 자명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은, 이른바 진보개혁 정권 10년에 마침표를 찍고 반민주주의적. 반윤리적, 수구적인 정치 집단에게 정권을 내준 뒤 일어났다. 그리고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역주행에 대한 분노가 일반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을 통해 이 나라 정치권의 후진적 특성이 한층 더 분명해졌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내년 양대 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근 유권자가 분노한 것은 이 대통령의 실정 때문이지 야권이 잘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적 덕목과 너무 거리가 먼 이명박 대통령은 점차 식물 대통령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가 바지저고리처럼 여기던 여당은 청와대에 반기를 들었다. 민심이 한나라당을 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의 여권의 선택은 청와대에 등을 돌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야권은 최근 대소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보고 내년 선거에서의 승리를 자신한다.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정치권의 행태는 성큼 높아진 유권자의 눈높이와 너무 차이가 있다. 정치권은 유권자를 최대한 섬기는 머슴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거나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복들은 유권자를 항상 주인으로 섬기는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태도를 지닌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살피면 한심스럽다. ‘완장’을 차기 전과 후과 너무 달라지는 것은 여야의 공통 사항이다.
제 1야당의 지도층은 여권과 큰 차이가 없는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을 뿐 별다른 개혁 진보적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보다 반발만 앞서야 이긴다는 정세 판단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한 태도인지는 여권의 변화 등과 함께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4.27보선이후 ‘기업 프랜들리’에서 복지 우선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내년 선거에 대비해서 체질 개선을 하는데 분주한 것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여권은 초과이익 공유제, 대학생 등록금 인하, 5세미만 아동 보육. 교육비 국고 지원 등의 복지 카드를 앞세우면서 야권과의 차별성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내년 선거에 즈음해 여야의
고승우 전문위원 | ||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유권자의 정치적 눈높이는 한층 더 높아졌다. 야권이 진정 진보 개혁 정책 추진의 신념이 있다면 그 청사진을 확실히 유권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집권할 경우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를 밝히지 않으면 집권 이후가 더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잘못된 일이 너무 많아 차기 정권은 설거지 정권의 역할을 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내년 두 번의 큰 선거는 한민족 역사에서 너무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정치권은 차기 정치적 리더십을 손에 쥘 생각만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잡은 뒤의 청사진이 무엇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더욱 절실해지는 시대적 과제다.
고승우 전문위원 | konew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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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민님의 댓글
시민 작성일
오늘의 상황에 아주 적절한 글입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 그런 정당을 눈높이가 높아진 시민들은 원하는데
그걸 제대로 보여주는 정치인과 정당이 내일을 이끌어 나가야지요.
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전반적 상황을 잘 조명하였으나 국민들의 정치안목이 높아졌다는 언급은
너무 근시안적으로 현 수준을 과대 평가한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박정희와 박근혜를 국민들이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가를 바로미터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아직은 안목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진보세력들이 차기 선거들을 절대 안이한 자세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