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외면한 미 state patrol의 과속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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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외면한 미 state patrol의 과속단속
최근 들어 미국을 드나들며 발견한 달갑지 않은 현상 하나는 프리웨이라는 고속도로가
더 이상 프리하지 않다는 것 입니다. 고속도로에 너무도 많은 속도위반 단속이 일상화
되었다고나 할까요? 올 초만 하더라도 이런 현상은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아주 재밌게 돌아가고 있더군요. 이미 친구를
통해서 고속도로의 과속단속에 헬기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아예 미국국경에 들어서자마자 그간 잘 쓰지 않던 차량의 오토크루즈 기능(일정 속도를
계속 유지시켜줍니다)을 쓰면서 철저하게 도로에 표시된 속도를 지켰던 저는 별 일이
없었습니다만.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고 빅토리아 데이가 낀 긴주말을 미국서 보내려던
몇몇 비씨주 차량들은 국경을 통과해서 채 30마일도 가기 전에 미국 스테이트 패트롤
의 먹잇감이 되셨더군요. 심지어 스노호미시부근 무려 4마일이 넘게 직선으로 뻗은 구
간에선 제 뒤를 조용히 따라오시던 패트롤카가 거의 3분여나 저를 예의 주시하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어이를 상실한 기분이었습니다. 그이는 제가 자신을 못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정(?) 모르는 비씨주 차량이 직선코스에서 여지없이 속도를 위반해줄 것을
기다렸겠지만, 제차가 3분이 넘게 과속의 유혹을 느끼기에 족한 코스에서도 정확하게
속도를 지켜가며 주행을 계속하자 결국 단골 티켓(?)코스에서 수입을 잡을 기회를 놓치
신 패트롤카는 그제야 속도를 높이면서 저에게서 벗어나버리더군요. 백 밀러로 날려준
저의 '썩쏘'를 발견한 뒤에야 말입니다.
그날 저녁 워싱턴 주 5번 고속도로 곳곳에서 이러한 과속티켓 발부 광경을 3,4차례
나 스쳐갔고 마지막으로 이를 본 것은 밤 12시를 10분여나 넘긴 후인 오레곤 인접한
켈소 부근에서였습니다. 과속 단속을 자정이 넘어서까지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돌아오는 길에서도 이들의 과속단속은
계속되었고 심지어는 캐나다 국경 10마일을 앞둔 지점에서까지 스피드건을 들이대고 계셨
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아오는 차들은 저간의 경험들이 충분해서인지 놀랄 만큼 속도를
제대로 준수하셨답니다. 이제는 앞차와의 간격만 유지하면 알아서 속도들을 줄이고 높이
고 하시더이다.
물론 형식논리로 따져서 저들 패트롤에게는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단속할 권한과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저들 패트롤의 존재이유는 과속을 억제해서 고속도로가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하는데 있지, 지금 미국처럼 도로의 속도규정을 악용
해 벌금수입을 올리는 데에 혈안이 된다면 그건 본말이 전도된 공권력의 횡포가 아닐지?
정상주행 구간에서 70마일로 달리다가 도시 근교에 오면 60마일로 속도를 줄여야 하지
만 사실 그동안 프리웨이에서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달리다보면 속
도의 관성과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지요. 하지만 안전상의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이를 과속위반의 단속대상으로 삼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미 연방과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스테이트 패트롤에게 자생적으로 먹고살
길을 모색(?)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이후 패트롤의 대원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고속도로에
서 이 짓거리를 시작하신 모양입니다만, 이건 냉정히 말해서 힘없고 돈 없는 시민들을
공권력의 이름으로 협박해 "삥을 뜯는" 사실상의 강도행위이지 절대로 본래의 과속단속
과 교통규칙 준수와는 거리가 먼 횡포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단속이 한밤중에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현상은 그간의 과도한 단속으로 이젠 대낮에는 수입(?)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고 점점 더 약아진 시민들은 더 이상 패트롤의 만만한 봉이 되지
않을 공산이 매우 큼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조만간 미국의 패트롤들은 단 1마일만
속도를 위반해도 딱지를 떼겠다고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미
국행에서는 고속도로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로드 킬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고속도로 순찰대가 과연 제 역할을 하면서 과속단속을 하는지 또 의심케 하더군요.
이들을 빨리빨리 치워줘야 고속도로에서 추가적인 사고가 줄어 들텐데 말입니다.
세계 최고, 최강을 자랑하던 선진국이 어느새 후진국 경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는듯하여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고속도로 일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분명 본질을 외면하다 못해 아예 감시와 통제를 일상화하는 전체주의
수준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시민사회에 또 다른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미국 시민들은 프리웨이에서 패트롤의 벌금딱지가 두려워 자기검열과
통제를 인위적으로 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국가라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래취지
와는 너무도 거리가 멉니다.
고속도로 순찰대의 기본 임무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나머지는 부수적이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고속도로 순찰대에게 신자유
주의식 자급자족의 생존원칙을 들이대는 권력은 정작 이들에게 할 일 대신 '수입잡기와
이를 위한 꼼수부리기를 강요'한 것이고 이는 명백히 권력을 남용,악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입니다. 고속도로 순찰대 정도를 유지할 세금이
없는 나라가 이라크나 아프간에 전쟁이라는 미친 돈지랄을 10년 가까이나 해대는 이율
배반적인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자 미국의 국격이 날로 시궁창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음
을 의미합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시기 전에 부디 자국 내 고속도로 경찰에게 제대로 된 처우부터
해주는 최소한의 기본을 지켜주길 바랍니다. 프리웨이에서 약간의 일탈조차 범죄시하고
이를 무거운 벌금 그것도 수수료까지 따로 물리는 너절한 후진국 티를 펄펄 내는 미국의
미래는 깜깜하냐 어두우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상 한심한 미합중국의 찌질하기
그지없는 프리웨이를 달려본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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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이틀 전에도 불과 4 마일을 달리는 동안 두 대의 스테이트 페트롤 차들이 티켓을 발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나그네 님의 글처럼 길엔 죽은 동물이 있어 피하느라 제 차가 크게 휘청하기도 했는데 옆에 차가 없어서 그렇지 참 위험한 지경이었고요.
시민을 위한 경찰이 아니라 이건 경찰의 존재를 위한 먹잇감으로서의 시민이 된 셈입니다.
운 나쁘게 티켓이라도 떼이면 티켓 값보다 몇 배로 올라가는 보험비로 또 덕을 보는 자들은 따로 있고요......
미국민들은 언제나 하나가 되어 전쟁을 반대하고 제대로 된 정부가 되기를 요구하는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