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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퓨 굿맨-코드 레드-약한자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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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1건 조회 1,646회 작성일 11-07-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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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병대의 비극을 접하면서 90년대에 나온 영화 '어 퓨 굿맨'이 생각났습니다.

해병대를 다룬 이 영화가 바로 '사적제재'를 의미하는 미 해병대의 은어인 '코드 레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헐리웃 영화답게 주인공인 해군법무관 탐 크루즈의 뛰어난 변론으로 하마트면 평생 감옥에서 썩을 뻔 했던

두 명의 해병이 부당한 상관과 군의 구조적 폭력에서 구제된다는 얘깁니다만, 일견 흥미로운 것은 이 극의 결말 부분입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해병대원의 기준에서 미달하는 병사를 상관의 명으로 코드레드를 실행하다

우연찮게 발생한 사고사에 대한 살인과 살인음모의 혐의는 기지사령관인 제셉대령(잭 니콜슨 열연하심)의

부당한 명령에 의한 것이므로 배심원에 의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해병대원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것으로 두명의 해병은 불명예 제대 처분을 받고 해병대에서 나가야 했지요.

그런데 이 판결을 들은 다우니 일병(지능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서)은 '자신들은 그저 명령에 충실했을 뿐인데

부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해병대에서 쫗겨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절규하죠.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핵심에 서있던 도슨 상병은 자신의 유죄를 담담하게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유죄야, 다우니.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던 윌리(죽은 피해자)를 위해서 싸워야 했었어.

우리는 약한 그를 지켜줘야 만 했어" 영리한 분대장 도슨은 해병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닫았던 것이지요. 그의 고백대로 사령관 제섭과 중대장 켄드릭이 명령을 빙자해 내린 부당한 폭력을

거부할 권리를 망각하고 해병이 가져야 할 진정한 용기를 내지 못해 윌리의 죽음을 방조한 것은 분명히 유죄였던 겁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해병대만이 명예로운 것이 아니라는 변호사 캐피중위의 격려를 받으며 진심으로 자신을 새롭고

진정한 해병대원으로 만들어 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끝을 맺습니다.

저는 화려한 말빨과 치밀한 논리로 극을 주름잡는 캐피 중위보다 이대목이 더 진정한 작가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흔히 우리는 약한 개인에 대해서 똑같이 무시하고 경멸하곤 합니다.

특히나 군대와 같은 명령에 죽고사는 조직에서 개인의 존재나 인권은 으례 무시되어도 좋다고 은연중에

포기하고 체념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보다 약하고 힘 없는 이들을 위해서

그들이 부당한 대우 혹은 처지에 있을 때, 혹은 우리보다 더 강하고 힘센자들이나 권력이 저들을 그들을

대신해 짓밟고 억압하라고 강요할 때, 분명히 아니라고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사회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야만의 상황, 짐승의 세상을 용인하게 될테니까요.

기수열외라는 기상천외한 코드레드로 4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가해자를 포함해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 비극의 현장에서 우리가 영화 어퓨굿맨의 메시지를 새삼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 어떤 조직의 특수성 논리도 인간성 혹은 인간존엄성이라는 기본대전제에 반해서는 안됩니다.

군인이기 이전에, 해병이기 이전에 그들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우와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총기참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울러 자기와 다르다 혹은 약한자를 그저

다르고 약하고 기준에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대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인간이하의

짐승보다 못한 추악하고 수치스런 존재로 전락시킵니다.

벌써부터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고야 만 젊은이에 대해 정신병력이 있네 어쩌네 하면서

개인의 문제 혹은 정신 나간 또라이의 행위로 몰고가려는 일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 모두가

어퓨 굿맨이 우리에게 던졌던 의문과 문제제기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결코 이 문제는 방아쇠를 당긴 그 이 혼자만의 문제일 수 없습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알고 소수자는 밟아버려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가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우리사회 저간의 야만적 행태와 의식구조에 대해서 철저한 성찰과 개선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부당한 것에 대해서 인간성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할 권리와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그것들에게 굴종하고 침묵하는 동안 이번 해병대의 동료살인사건과 같은 일들은 군이 아니라

비단 사회 일반에서도 점점 더 다양하고 추악한 모습으로 일상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살인사건(총기난사사건이 결코 아닙니다)은 그런면에서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그리고 유죄를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사회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십니까?




추신:간난신고끝에 독학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세무전문 변호사로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변호사 노무현이 돈 벌길 없는 인권변호사이자, 정치인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부림사건으로

피떡이 되도록 경찰들에게 두들겨 맞고 두려움에 벌벌떨던 학생들의 모습때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어렵게 자랐던 노무현은 지금 자신이 그길로 들어서면 여태까지 자기가 그토록

고생끝에 이룩했던 것들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공포에 떨던 학생들의 눈초리가 자꾸 눈에 밟혀 결국 세상을 바꾸고저 아니, 불의에

저항하고자 스스로 또다시 고생길에 접어들고 맙니다. 그 길이 부인과 아이들에게 또 얼마나

큰 희생과 아픔을 요구하는 힘든 일이었는지를 그분이 모르셨겠습니까?

노무현처럼 이라는 말의 밑바닥에는 약하고 힘 없는 이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금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과 단결 그리고 각성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가치는 진보니 뭐니하는 영양가 없는 추상적 관념이 아닌,

바로 우리 앞에서 도움을 바라고 기다리는 약하고 힘없는 이들, 지킬 힘이 없는 불쌍한 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측은지심과 그들을 위해서 아니,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세상의 부당한

억압과 폭력에 맞서려는 용기와 의지가 아닐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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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님의 댓글

강추 작성일

우리나라 해병대의 의식구조가 많이 쇄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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