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장동력 무시하는 시스템, 미국의 암울한 미래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진정한 성장동력 무시하는 시스템, 미국의 암울한 미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63회 작성일 11-07-19 07:25

본문

휴가를 맞아 처가가 있는 뉴욕에 왔습니다. 조카가 CUNY 시티 칼리지에 재학중이어서, 조카의 아파트에 며칠 머물며 여행중에 들여다보는 미국의 또다른 모습들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미국이 디폴트 상황으로 갈 지 모른다는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뉴욕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 말이 사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제는 동서 데이빗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형 내외가 살고 있는 화이트 플레인에서도 큰 수퍼마켓 두 개가 문을 닫아버린 상황. 특히 근처에 코스트코와 샘스 클럽 등 대형마트들이 입주하자 기존의 마켓들이 모두 문을 닫기 시작하는 상황은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유통에서의 자본집중의 또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휑하니 비어 있는 큰 상가 건물들을 들여다보다가 이곳 할렘 인근에 와서 길거리 샤핑을 하다보니 역시 상황은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습니다. 군데군데 이가 빠진듯 붙어 있는 '임대 가능' 사인판은 지금 미국의 바닥 경기라는 것이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그나마 이곳은 저임금이라도 어떻게 살아보겠다는 푸에르토리칸계의 이민자들이 생활 경제 전반을 어떤 식으로든 끌고 가는 경향이 강한 곳. 얼핏 보기엔 활기가 흐르지만, 그것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것이 어떤 형태로든 보입니다. 도시 내의 어떤 공원에 가 봐도 앉아 있는 사람들이 넘칩니다. 개중엔 양복 차림의 깨끗해 보이는 백인 신사들도 있습니다. 산책중에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 전직 증권가 직원은 여기에 와서 이렇게 아무생각앉고 앉아 있다가 자기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이 벌써 햇수로 세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 같은 정도의 교육을 받고, 이 사람 정도의 연봉을 받다가, 느닷없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은 아마 널리고 널렸을 겁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죠.

성장론의 신화와 허구, 그리고 복지라는 대안이 없는 사회(들)의 문제는 진정한 성장동력들이 누구인가를 잊어먹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생산자'그 자체이면서도 또 '소비자'가 되어 주는 노동자 개개인들의 삶의 질의 실질적인 향상이야말로 그 사회가 돌아가는 동력입니다. 미국의 위기를 늘상 옆에서 바라보며 사는 셈이지만, 이번엔 그 심각성이 조금 더 짙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만일 이번에 실제로 디폴트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심리적 방어선이 붕괴되는 일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억지로 여기까지 버티고 세워 온 미국경제 전반을 다시 쓰러뜨릴 악재이며, 동시에 미국의 소비력 전체에 다시한번 깊은 상처를 주어 이를 통해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겠지요.

복지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인 충격완화장치들을 없애고 오로지 숫자로만 재단되는 '성장'을 향해, 분배에 대한 원칙과 배려 없이 달려온 현대자본주의 사회가 벼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 못한 채 계속 이렇게 아무런 대책없이 굴러가는대로 놔둔다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시스템은 무너지게 됩니다. 문제는 그 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민중이며, 지금의 최고 부자들만 계속해서 수혜자로서, 승자로서 남게 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그나마 과거의 체제에서는 지주가 풍족해지면 그 마름들도 풍족해지고(물론 그들에게 지배를 받는 소작인들은 계속해서 빈곤했고) 적어도 지배계급 전체는 풍족함이란 걸 누렸건만, 지금은 이제 최상층의 부자들이 자기들 마름것마저도 빼앗아 가지는 식의 극단적 부익부 빈익빈이 진행될 것이란 게 불보듯 뻔합니다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미봉책으로만 어떻게 이 경제를 끌어가보려 했던 미국의 실패, 그리고 그 실패의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다양한 양태들로 보여지고, 위기 관리의 실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지,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대로 자본주의의 맹주 자리를 앉아서 털릴지, 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무리수를 쓰게 될지...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이 절대로 희망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비극이 아닌가 잠깐 생각해보게 됩니다.

뉴욕 할렘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