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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PLAN을 들고 있던 미국 vs 주적개념만 움겨쥐고 있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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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0건 조회 1,671회 작성일 11-11-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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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PLAN을 들고 있던 미국 vs 주적개념만 움겨쥐고 있던 일본

20세기초 열강들중 미국은 다가오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추어 미국의 적이 될 나라들과

전쟁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상 계획을 작성해두고 있었습니다.

그중 잘 알려진게 바로 일본과의 전쟁을 상정하고 작성했던 이른바 오렌지 플랜이지요.

그런데 실상 미국은 그저 오렌지 플랜만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니라 각각의 색깔로 구성된 컬러플랜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린 플랜은 멕시코와의 전쟁을, 플랜 레드는 대영제국과의 전쟁을,

블랙 플랜은 독일을 염두에 두고 짠 계획이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들 컬러플랜에는 도저히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나라나 당연히 미국의 우방국인

영국이나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나라들과의 전쟁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걸로 미뤄볼 때 장차 적이 될 나라들에 대해서 미국이 얼마나 연구에 몰두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반면 이와 비슷한 시기 일본은 주적개념을 도입해 일본육군은 자신들의 주적으로 소련군을

상정했고 이들과 싸워 시베리아를 경영할 야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30년대 내내 고작

13만의 육군 상비군을 가지고 있던 미 합중국을 적으로는 생각해본적조차 없었죠.

당시 일본육군내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적 두뇌로 칭송받았고 대륙침략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이시하라 간지마저도 독일유학은 갔어도 미국을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이시하라는 독일유학시절 미국 방문을 권하던 이에게 '내가 미국에 간다면 항복조인식에

서명하기 위해서다'라고 답변할 만큼 미국을 하찮게 여겼지요.

그 결과 쇼와 일본 육군은 미국에 대해서 심도 있는 연구나 구체적인 예상계획 없이 대미 참전에 뛰어들었고

미국과의 전쟁은 해군의 일일뿐 자신들은 대미개전을 하고서도 한동안은 여전히 소련을 염두에 두고 남방병력

삼각이니 대소전 참전따위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본육군의 준비부족과 주적개념의 과도한 경도는 탄입대와 같은 매우 기초적인 물건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일본 육군은 주적개념에 집착해 습기가 많고 비가 자주 오는 남방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병개인장비들에

대해서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아서 특히나 탄입대는 최악이었습니다. 일본보병이 쓰던 탄입대는 열대에서 전혀 비를

막지 못해 일본군의 탄약은 늘 비에 젖어 격발불량이 잦았고 녹이 슬기 일쑤였지요.

전쟁 내내 총검에 의한 무모한 돌격전을 자주 써야 했던 원인에는 바로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현실도 포함됩니다.

기본 생각자체가 틀려 먹었으니 뭐는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반면 일본육군이 삼류군대로 치부했던 미합중국 육군은 30년대 13만의 상비군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불과 5년만에 400만이 넘는 정예의 대군 그것도 세계 최강의 화력과 압도적인 보급과 물량을 가진 거인으로

변신했고 삽시간에 태평양과 유럽의 양대전선을 휩쓸며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일본처럼 주적개념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면 국력이 막강해도 이렇게 빨리 전쟁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을 것입니다.

주적개념 얼핏보면 주적을 설정해놓고 그에 적합한 맞춤형 대안을 준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쇼와 일본 육군이 보여줬듯이 주적개념을 설정한 군대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커녕

개개의 전투에서 빛을 발한 군대는 세계사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주적개념 들고서 헛짓거리 하다가 참패하고 나라 말아처먹은 사례는 열손가락이 부족하죠.

그런데 그 철 지나고 이미 효용가치가 전무한 주적개념을 삭제했다고 무슨 난리라도 난것처럼

사문난적을 운운하며 철지난 교조주의를 발산하는 어느 나라의 군관련 인사들 혹은 보수참칭인사들은

쇼와 일본육군이 주적개념 들고서 지난 역사에서 무슨 삽질을 했는지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힘이 있는 강대국들도 상황의 변화에 따른 플랜 B를 다수 준비하고 살아왔건만,

힘도 세지 못하고 그것도 주변에 강대국만 잔뜩 낀 주제에 뭐 믿고 플랜 하나만 딸랑 든채

주적개념을 절대진리인양 신앙처럼 홍알거려야만 애국이고 안보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지금이 쌍팔년도 이승만식 "닥치고 반공이면 모든게 오케이!!!"인 어이상실한 시절인가요? 21세기랍니다.

아직도 주적개념을 운운하는 분들, 그거 움겨줬다가 원폭 처맞고 온나라 폐허로 만들어버린 쇼와 일본의

처참했던 꼬락서니를 되새겨 보시길...그 꼴 나고 싶으세요?

역사에서 배우는 게 없는 민족이나 국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불후의 명저 난징의 강간의 저자 아이리스 장의 날카로운 지적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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