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점령하라' 두달째, 美전역서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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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 동시 해산작전, 배후는 FBI 등 美연방정부?
'월가를 점령하라' 두달째, 美전역서 대규모 시위.."FBI 국토안보부, 지방정부와 협의"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1-11-19 13:09:25 수정 2011-11-19 15:16:42
ⓒ뉴시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반월가 시위 발생 두 달을 맞은 17일 '탐욕이 (우리를)죽인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뉴욕 맨해튼을 행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중순경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두 달을 맞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최근 뉴욕 등 미국 대도시에서 경찰이 노숙중인 시위대를 해산한 뒤 열린 이날 시위는 더 큰 규모로 벌어졌다.
'월가 점령' 시위가 처음 시작된 뉴욕에서는 이날 3만여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변에서 '월스트리트를 폐쇄하라', '우리가 99%'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로 바리케이드를 넘어 도로로 쏟아져나왔으며,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노동조합 조합원 3천여명은 뉴욕 맨해튼 폴리광장에서 이스트 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다리 쪽으로 행진했다.
뉴욕경찰은 1천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월가 점령' 시위대 측은 뉴욕경찰의 미공개 자료를 인용해 3만 25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운동이 상승세에 있으며 난관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15일 시위대의 거점인 주코티 공원이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된 뒤 텐트나 침낭 등을 공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버트 리차르디 씨는 "우리는 일상적인 업무가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월가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고 듣게 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만 이날 시위로 300명여명이 체포됐으며 경찰 7명과 시위대 10명이 부상했다고 뉴욕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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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뉴욕 월가 점령시위에서 한 경찰관이 길거리에 쓰러진 시위자의 모자를 밟은 채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미국 자본주의 심장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기 위해 뉴욕 금융지구에서 증권거래소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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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로 들어가려던 '월가를 점령하라'시위대가 경찰에게 제지되고 있다.
뉴욕 외에도 17일 시위는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시카고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학생 등으로 구성된 수백명의 시위대가 행진했으며, 시애틀에서도 수백명이 다리를 봉쇄하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시애틀에서는 지난 15일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이 뿌린 페퍼 스프레이를 맞은 돌리 레이니(84) 할머니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시애틀 시위는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킨 데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은행 부근에서 500여명의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70여명이 체포됐다. 라스베거스와 포틀랜드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캐나다 밴쿠버의 월가 점령 시위대는 뉴욕의 점령시위 거점 주코티 공원의 실소유주인 캐나다 부동산회사 빌딩에 진입, 뉴욕 시위대의 해산에 항의하는 동조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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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시애틀에서 열린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한 도릴 레이니(84) 할머니는 진압 경찰이 뿌린 후추 스프레이로 뒤범벅이 됐다. 레이니 할머니는 16일에도 시위에 참석해 "난 시위 참여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며 "난 매우 강한 사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니 할머니는 '월가 점령' 시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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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17일 시내 중심가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반월가 시위를 벌이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반월가 시위 시작 두 달을 맞아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대규모 반월가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최근 뉴욕 주코티 공원, 솔트레이크시티, 덴버, 포틀랜드,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경찰의 시위대 해산작전은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공조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벌어진 주코티 공원에 대한 뉴욕경찰의 해산시도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권 보호와 공공안전 사이에서 균형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해당 관할 지역에서 시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15일 미국 전역에 걸친 경찰의 시위대 해산이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경찰의 공조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밝혀 연방정부 차원에서 '월가 점령' 시위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이그재미너'(Examiner)에 따르면 이 법무부 관계자는 "각 지역의 해산시도는 지방정부 경찰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연방정부 기관들의 전략적, 전술적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경찰권이 주정부, 시정부 등 지방정부로 나뉘어 있다. FBI나 연방 경찰은 전국적인 규모나 대형 사건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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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지난 14일 경찰들이 한 '월가 점령' 시위자를 붙잡고 있다. 경찰은 두달 동안 이어진 캠프 시위를 해산했다.
ⓒ뉴시스
뉴욕 경찰이 지난 15일 '월가 점령' 시위의 상징인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가운데 두 명의 여성이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FBI등 연방정부 기관들은 지방정부 경찰에 대규모 폭동 진압장비를 늘어놓는 등의 방식(large numbers in riot gear)으로 경찰력을 과시할 것을 조언했으며, 특히 FBI는 지방경찰에 언론매체가 없는 시간(when the press was the least likely to be present)에 해산작전에 나서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FBI 등 연방정부 기관들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이그재미너'와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전국적인 '월가 점령' 시위대 해산이 지방정부들 간의 협의에 따라 동시에 벌어졌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15일 대규모 진압이 이루어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의 진 콴(Jean Quan) 시장은 영국 BBC방송에 시위대 해산에 앞서 다른 18개 시장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다고 말했다.
'월가 점령' 시위 상황을 전하고 있는 블로거 마더 존스(Mother Jones)는 '전미 시장(市長)협의회'(USCM)가 시장들과 지역 경찰 당국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0월 13일과 11월 10일 시위대 해산 문제를 놓고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USMC 측은 "회의에서 월가 점령 시위대 문제에 대한 협의나 경찰의 해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P통신은 40여개 도시의 경찰 지도부가 지난 10월 11일과 11월 14일에 '월가 점령' 시위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를 가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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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이제 99%의 분노가 점점 더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이 분배의 불평등, 결국 이 사회에 막을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더 크게 외쳐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99%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