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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디에 살든, '참여'와 '연대'의 화두를 놓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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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1건 조회 1,639회 작성일 11-11-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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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그리고 그 비를 맞고 땅으로 떨어진 낙엽들은 교정을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 전날, 오늘 있는 수업을 위해 일 끝나자마자 서둘러 학교에 왔습니다. 처음 학기 시작할때만 하더라도, 학교 오면 아직은 해거름이 있었습니다. 여름엔 수업이 거의 끝날때까지 하늘이 훤했는데, 아직 수업을 시작하지 않은 시간,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교정은 깜깜합니다. 도서관도 평소처럼 북적이진 않습니다. 아마 추수감사절 때문에 스케줄이 없는 수업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계속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을 했던 까닭인지, 따뜻한 도서관 안에 들어와 교재들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자니 온 몸이 따뜻해지면서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지개를 쫙 켜고 나서 교재가 아닌 인터넷에 눈길을 줍니다. 온종일 어제 다운받은 나꼼수 29회를 계속 듣고 다녀서 그런지, 귀도 피로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이가 다 풍성한 마음으로 지내야 할 추수감사절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리 풍성하지 못한 것은 고국의 상황 때문이겠지요. 사실은 세상이 다 그렇습니다. 오로지 1%를 위해 99%들이 희생해야 하는 세상이어서, 이곳에서도, 또 세계의 곳곳에서도 "우리는 99%다!" 하는 외침이 울려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FTA 날치기 비준 때문에 화난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았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이곳저곳에서 잘못된 부의 분배 정책과 조세 정책에 화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던 Occupy Wall St. 운동에 참여 했던 사람들의 캠프가 강제 철거되는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이들에게 추수감사절은 더욱 춥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을 지나고 나면 다시 내일이 오겠지요. 언제나처럼 우리 가족도 칠면조 놓고 와인도 한 잔 하면서 다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매년 하던 그 행사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많은 면에서, 마음에서 참 미안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이곳의 추수감사절 연례 모금행사에 기부를 하고 나서도 올해는 그것이 뿌듯하다기보다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자기들의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 내 대신 길거리에 나선 많은 사람들 때문일 것입니다. 내일, 추수감사절 오후엔 시애틀 센트럴 커뮤니티 칼리지로 옮겨간 'Occupy Seattle' 참가자들에게 줄 음식이라도 챙겨들고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이 참 무서워졌다는 말을 합니다. 그것은 각박해졌다는 것입니다. 그 각박함의 정체는 우리의 욕심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무관심'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우리 생활을 바꿔버릴 수 있는 '정치'에의 무관심이 결국 우리에게 참기 힘든 아픔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서민들이 겪는 아픔들은 마찬가지일겁니다. 극소수의 욕심에 세상을 내어주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큰 비극이 되어 돌아오는가를 느꼈다면, 그만큼 결연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그 아주 작은 의무 -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를 다 하겠다는 각오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이 세상 어디에 살든,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것도 결국 우리의 참여와 연대, 그리고 의지 없인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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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좋은 말씀입니다.

참여와 연대로 세상을 바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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