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1.24 12:04 | 최종 수정시간 11.11.24 12:26
경찰이 23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위참가자들에게 과도한 물대포 공격을 해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날씨에 경찰이 살인적인 물대포 공격을 하는 장면을 담은 현장 동영상이 트위터와 인터넷에 급확산되고 있다.
‘한미FTA 날치기 비준 무효화 및 MB정권‧한나라당 심판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를 마치고 을지로 쪽으로 행진을 하려고 시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한미FTA 날치기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 트위터 코리아
오후 9시 10분경 “명박 퇴진”, “비준무효”를 외치는 시위대들에게 경찰은 해산 방송을 한 후 바로 살수를 시작했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민족한국, 통일신학” 등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은 선두 그룹에 경찰은 마구 물대포를 쐈다. 그러나 이들은 “명박퇴진”을 더 크게 외치며 굴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경찰은 시민들 하나하나를 찍어 집중 공격을 했으며 한 조그마한 여성의 얼굴에 물대포를 마구 쏘아대기도 했다.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됐지만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더 크게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더욱 많은 물대포를 쏘기 시작하자 ‘안티 이명박’ 깃발을 들은 한 시민이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경찰이 이 시민을 물대포로 집중 사격해 깃발이 휘어졌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버티어 냈고 뒤에서 현수막을 들었던 시민들도 앞으로 나아갔다.
‘안티 이명박’ 깃발을 들은 시민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그 뒤를 따라 다른 시민들도 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면서 대열이 다시 정비됐다. 경찰은 계속해서 시민들을 향해 다량의 물대포를 쏘아댔다.
시민들은 물대포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경찰의 살수차 앞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경찰은 물대포를 중지하고 군중 속으로 진입해 들어가 연행을 시작했다. 한 시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려라! 시민들 뭐하냐!”고 외쳤다.
유투브에 속속 올라온 동영상에는 당시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 공격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트위터에는 비난 의견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러는 “난 봤다. 나꼼수팀 발언 끝나고 사람들 자리 뜨기 시작할 때 광장 주변으로 그리고 대한문 쪽으로 경찰버스로 막기 시작한 것. 그건 사람을 해산시킬 목적이 아니라 가둬놓고 물대포 쏘기 위함. 그 어떤 과격행동도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해산하려고 집에 간다는 데 못 가게 길을 다막고 행진하는 시민행렬 양 옆으로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어요. 입고 있던 옷엔 순식간에 살얼음이얼었고 손은 떨려서 이거 쓰는데 오분이 걸렸어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거예요. 정말 춥군요”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 트위터러는 “물대포 하도 맞았더니 얼음이 얼어버린 내 우비와 카메라 레인커버. 이런 날씨에 물대포라니”라며 꽁꽁 얼어버린 옷을 찍은 사진을 올렸고 또 다른 트위터러는 “오늘 서울광장 물대포는 살인행위였습니다. 조혐오! 너 얼마남지 않았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트위터 코리아
현장을 취재했던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사람에게 직접 쏘는 물대포를 보세요. 이건 정말 잘못된 겁니다. 수압 때문에 사람 다쳐요”라며 성토했다. 그는 “경찰에 권고합니다. 물대포 중지하세요. 겨울에 물대포는 반인권적입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람 죽을지도 몰라요. 제 옷이 얼음장처럼 얼어버리더군요. 물포 맞은 지 10분도 안돼서 그랬습니다”라고 비판했다.
허 기자는 “칼바람 한파에도 경찰은 물대포를 쐈습니다. 제 옷이 다 얼어붙더군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명태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날 물대포는 정말 위험합니다”라고 말했다.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는 “경찰 물대포에 쓰러지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70대 어르신은 얼굴 정면에 물대포를 맞고도 물러서질 않더군요. 물대포 맞으니 옷에 얼음 생겼던, 이날을 잊지말자 해서 기록으로 남깁니다”라고 직접 찍은 영상을 올렸다.
그는 “물대포를 맞고 나서 옷을 보니 살얼음이 생겼더군요. 춥다 못해 고통스러웠습니다. 움직이질 못해 부축 받으며 이동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갈길 다 막아놓고 다른쪽으로 가면 물대포 쏘고... 인도위에 서 있는 시민들에게 조차 물대포를 쏘는...어쩌라는 건지요”라고 성토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백원우 행안위 간사가 서울경찰청장에게 물대포 쏘지 말라고 계속 통화하고 있는데, 자기들 범위를 넘어선다고 한다는군요. 어느 윗선 지시입니까?”라고 멘션했다.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파주의보도 내렸다는데 제발 물대포는 그만! 쏠 때는 물대포지만 맞는 사람에겐 얼음대폽니다. 인권위원회인가 뭔가는 뭐하고 있는지. 이건 이미 FTA가 아니라 기본인권 문젭니다”라고 성토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한겨울에 물대포를 쓴 것은 국민에 대한 정권의 가혹행위입니다. 일단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엠네스티 등 국제권단체에도 알려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방송인 김미화씨였다. 전날 밤 트위터에서 “이게 말이 되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던 김씨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인권위 홍보대사인 김 씨는 “현병철 위원장님이 지금 당장 경찰청으로 달려가, 물대포를 맞고 연행된 국민을 위해 항의해야 한다”며 “오늘도 침묵한다면 인권위 홍보대사 직을 즉시 내놓고 내일 예정된 인권위 10주년 행사의 진행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