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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충돌은 '자국 정치적 악재 덮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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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0건 조회 1,690회 작성일 11-12-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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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충돌은 ‘자국 정치적 악재 덮기용’

경향신문 손제민 기자 입력 2011.12.18 19:37 | 수정 2011.12.18 22:44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8일 교토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위안부와 평화비 문제를 놓고 외교적으로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냉랭한 분위기는 정상회담 한 시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의제로 위안부 문제를 올릴지를 두고 회담 전날까지 양국 간 밀고 당기기가 계속된 것이다. 일본 측은 도쿄에서 '독도 문제'까지 민감하게 거론했다. 예고된 충돌이었던 것이다. 

당초 지난주 중반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일 정상회담 막판 의제협의를 위해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꼭 대통령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고 장관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국장이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주 위안부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는 일로 양국 외교 실무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회담이 취소될 위기까지 가긴 했지만 정부는 대통령이 일단 일본에 가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문제 외에도 중요하게 논의할 의제가 많다는 외교안보라인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요시위 1000회를 맞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한 평화비 문제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연일 강해졌다. 관방장관에서부터 주한 일본대사, 외무성 국장까지 '평화비를 조속히 철거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철거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며 일축했고 국민적 분노는 더욱 거세어졌다. 그러는 사이 또 한 분의 할머니가 세상을 떴다.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거론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평화비 논란에서 보듯 일본이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는 선을 넘기 시작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이걸 짚고 넘어가야 한·일 간의 미래가 있다. 그것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대통령이 이렇게 세게 하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수요시위 1000회 등을 맞아 위안부 문제가 국내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면서 이번에 이 대통령이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돌아오면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정무라인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위안부 문제를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지난 9월 노다 총리가 처음으로 방한했을 때에도 위안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때마침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요원 살해 사건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놓고 대국에 대한 '굴욕외교' 논란도 일어났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선관위 웹사이트 디도스 공격의 청와대 연루 의혹 등으로 악재가 많다. 

여기에 한·일관계의 정면 충돌로 국내적 악재를 덮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미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고 잘못 설명한 것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기본적으로 내년 초 중국 방문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를 확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방문을 자리매김해오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막판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뿐 아니라 노다 총리의 성향과 일본 국내적 상황도 한몫했다. 노다 총리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우파로 과거사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적 기반이 약한 민주당이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갈 리더십 자체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일본 사회가 이 문제를 한국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지도 않으며 이 문제를 돌파하려면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데 보수적 성향을 가진 노다 총리가 이 문제를 돌파할 리더십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한·일 간에는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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