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45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45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023회 작성일 22-09-05 03:21

본문

20220720161622_983a58ec3dea7c18b3965263a00ecb55_698n.jpg

제 2 편

25

 

11명의 료해소조는 그후 나흘 지나서 라남에 도착하였다. 료해소조가 온 사이에도 라남에서는 《HM기》시험을 여러차례 하였다. 탁석준이와 김경복이 너무도 《HM기》를 많이 다루어서 부속이 9천여개나 되는 기계를 이제는 눈을 감고도 순식간에 뜯었다 맞췄다 하였다. 분해조립속도가 빨라져서 하루에도 《HM기》시험을 서너차례씩 하는 때도 있었다.

기술료해소조가 사업을 시작한지 엿새째되는 날에는 라남사람들이 69번째 실패의 잔을 마시게 되였다. 하지만 그때 서정후는 무서운것을 보게 되였다. 라남사람들의 실패는 단순한 실패의 반복이 아니라 한단한단 성공에로의 층계를 밟아올라가는 전진과 상승의 련속이였다. 이대로 몇십번 실패를 반복하면 성공의 문을 열어제끼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일인지 그 순간 서정후는 등골로 찬 얼음덩이가 굴러내리는듯 했다.

(내가 왜 기뻐하지 못하고 무서워하는가?)

서정후는 그제야 자기가 여태 라남사람들의 성공을 믿지 않았을뿐아니라 바라지도 않았다는것을 분명히 깨닫게 되였다.

(이들이 성공하면 나는 어찌할수 없이 나를 부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한테 계속 제동을 받고있던 라남사람들앞에서 얼굴을 들수 없게 된다.)

서정후는 이것이 무서웠다. 그는 《HM기》를 개발하고있는 모든 공장들에 유압계통의 설비만은 수입설비를 써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하였고 그래서 라남을 제외한 다른 공장들은 모두 그의 의견을 따르게 되였다. 이제 라남사람들이 먼저 성공하면 서정후라는 존재가 어떻게 되겠는가.

(외국으로 간 곽경두의 일이 잘돼야 하겠는데.)

서정후는 이렇게 초조해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HM기》의 유압계통설비들은 아직은 우리가 해결할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기술대상이야. 그건 못해!)

서정후는 그것을 자체로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라남사람들의 고집은 자기를 모르는 어리석음과 《HM기》의 유압계통설비에 대한 무식으로부터 생겨난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그는 《HM기》제작단에서 노란자위라고 할수 있는 설계조 세명중 두명이 없어지고 한명이 남아있는 라남의 기술력량을 생각하며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탁석준이… 세명중 제일 둔재였지. 그 농군같은 사람이, 그 둔재가 유압설비를 만들어?)

서정후는 그런 촌뜨기와 기술론쟁을 하는것자체가 자기 인격이 손상당하는것처럼 불쾌하였다.

하여 그는 라남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주요원인이 설계를 전면개조한데 있다는것을 확인하는데로 소조사업을 이끌어나갔다.

그는 라남의 설계도면을 무효로 하고 원래의 복사도면에 기초하여 일체 설비부속품들을 새로 만들며 유압설비는 수입설비로 조립하여야 한다는 대책안을 세우고 그것을 법적문건으로 만들도록 하였다.

그는 이번에 아예 끝장을 볼 생각이였다. 우선 유리한것은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설계사업소 소장이 애초부터 《HM기》개조를 반대한 사람이라는 점이였다.

기업소에 기술검열소조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바로 설계사업소 소장이였다. 그는 이번에 독고소장을 만나 《당신은 설계에서 칼자루를 쥔 사람인데 그거 하나 제힘으로 누르지 못해 검열소졸 내려보내달라구 구차한 소리를 했는가.》고 시까슬렀다.

료해소조사업을 시작한지 엿새째 되는 날 저녁이였다.

서정후는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행정기술일군들과 《HM기》제작단성원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소조료해사업총화를 하였다.

서정후는 10여명의 료해소조성원들을 앞줄에 주런히 앉혀놓고 소조기술책임자인 과학기술위원회 국장에게 총화보고서를 읽게 하였다.

국장은 처음에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서 거둔 성과들을 지적하였다. 《고난의 행군》의 악조건에서도 대상설비생산들을 정상화하고있는것, 20여가지의 자력갱생기지를 꾸려 자재와 원료를 자체로 해결하고있는것, 특히는 전문《HM기》생산을 위한 작업장을 꾸리고 우리 식의 《HM기》를 개발하기 위해 대담한 착상을 한것들을 길게 라렬하고나서 《사형선고》와 같은 《법문서》를 랑독하였다.

《〈HM기〉를 우리 식으로 개조하기 위한 시도와 착상은 좋았으나 설계도원본을 비합리적으로 전면개조한 여기에 치명적인 과오가 있었다. 더우기 유압전자변들의 수량과 규격을 과학성없이 제멋대로 고치고 전자요소들로 일색되여야 할 유압설비들에 저급한 전기적요소들을 배합함으로써 도저히 수습할수 없게 되였다.…》

이런 식으로 라남에서 개조한 《HM기》의 결함들을 수없이 지적하고 대책안까지 조항별로 구체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판결》을 내리였다.

《개조한 도면을 무효화하고 원래의 복사도면에 기초하여 〈HM기〉의 일체 내부설비들을 새로 제작하여야 한다. 유압전자변들을 비롯한 유압계통의 설비들은 아직 우리의 기술로 해결할수 없으므로 수입에 의존하여야 한다.》

《법문서》랑독이 끝난 다음 서정후는 의견이 있는 사람들은 서슴지 말고 제기하라고 하였다.

료해소조원들 바로 뒤 두번째줄 맨옆에 창문을 등지고앉은 오성오가 소조원들속에 끼여앉는 국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이제 읽은것이 료해보고서입니까, 아니면 지시문입니까. 우리가 그대로 해야 된다는겁니까?》

《이것은 우리가 우에다 보고할 문건이요. 동무들도 알아야 하겠기때문에 공개합니다. 우리도 알아야 할것이 있소. 그것은 동무네들이 이것을 접수하는가, 접수하지 않는가 하는것이요.》

연탁옆에 집행부 좌석처럼 만들어놓은 자리에 앉은 서정후가 손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하였다.

그는 지배인의 저항을 이미 예견하고있은 터여서 아주 태연하였다.

《우리의 대답은 명백합니다. 접수하지 않습니다.》

오성오는 노기를 띤 목소리로 자르듯이 말하였다.

《그래 접수할것이 하나도 없습니까?》

국장이 대뜸 성난 얼굴로 물었다.

《〈HM기〉개발에 대한 견해와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니 접수할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아하니 료해소조동무들이 모두 무식합니다. 공불 좀 더 해야 될것 같습니다.》

《뭐, 뭐라구요?》

《아, 국장동무. 됐소.》

서정후가 국장을 진정시킨 다음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성오에게 말하였다.

《지배인동무, 더 강요하지는 않겠소만 이 자리에서 하는 대답이 운명적이라는데 대해서는 똑똑히 인식해야 될것 같습니다. 지배인 한사람의 고집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희생시키지 마시오. 69번 실패했으면 알만 하지 않는가. 자재와 원료를 랑비한것은 제껴놓고라도 생떼같은 사람을 얼마나 죽였소.》

《제 좀 이야기하겠습니다.》

회의장 앞좌석에 앉아있던 설계사업소 소장이 일어섰다. 그는 목을 조인 넥타이매듭을 늦구고나서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제는 지배인동지가 자기를 부정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합니다. 69번의 실패, 이 수자를 놓고 생각해보십시오. 실패가 거듭될수록 사태는 점점 더 엄중해집니다. 지금 여론에 의하면 윤현덕실장도 지배인의 주장을 차마 부정할수가 없어 고민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대담하게 철회하시오. 자기를 부정하시오. 이런 때 지배인동지가 몇년동안 고집해온 자기의 기술적주장을 부정하고 전면개조론을 철회한다면 사람들은 지배인동지를 큰 인간이라고 할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큰 인간입니다.》

《제가 한마디 합시다.》

탁석준은 황소처럼 느린 동작으로 일어섰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고이고 앉아있는 오성오를 련민의 눈길로 잠시 지켜보고 소장에게 몸을 돌리였다. 소장은 그의 사나운 눈찌를 일별하자 《동문 좀 가만 있으라.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소.》하고 손을 흔들어 제압하고 한층 더 열기를 띤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과학기술부문에서는 지배인동무와 같은 실책을 범한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걸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에도 어느 젊은 과학자가 30여년동안 고심하여 정립한 한 로학자의 과학리론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고 그 리론을 부정하고 뒤집어버리기 위한 자료분석을 하고있다고 합니다. 로학자가 량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젊은 과학자의 연구가 빛을 보지 못하게 방해를 놀겝니다. 그러나 그 로학자는 젊은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깨끗하고 큰 인간입니까. 이런 의미에서 보면 설태섭동무도 과학자적인 량심이 있는 동무입니다. 큰 인간입니다. 자기가 한 설계를 스스로 부정하였습니다. 그런다고 지배인동무가 그에게 압력을 가하니 견디다 못해 가버렸습니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배인을 빗대고 산이 작으니 그림자도 작다고 비난하는데 큰 인간이 되시오.》

소장은 기침을 두어번 깇고 자리에 앉았다.

방안에는 물을 뿌린듯한 정적이 깃들었다. 서정후는 이 집단적인 침묵이 소장의 발언에 대한 강한 공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오성오에게 강타를 먹인 독고소장을 감동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서정후는 속이 후련하였다.

《탁석준동무, 뭐 말할게 있다고 했는데 어서 말하오.》

서정후는 아량있게 웃음을 띠우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런데 탁석준이 미처 일어날 사이도 없이 뒤구석쪽에서 웬 사람이 훌쩍 몸을 솟구었다.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서정후는 뜻모르게 가슴이 섬찍하였다. 그는 강충현이였다.

(료양을 한다던 사람이 언제 나왔는가?)

강충현은 독고소장쪽에 날카로운 눈총을 쏘며 입을 열었다.

《독고소장동무가 지배인동지한테 〈진지〉한 충고를 하였는데 옆에서 듣는 사람으로서는 하나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윤현덕실장이 지배인때문에 고민하다가 심근경색이 생겼다고요? 실장의 유서를 동문 읽어보지 못했소? 왜 그런 허튼소릴 하오. 뭐 설태섭이가 깨끗하고 큰 인간이라고요? 그 녀석이야말로 가장 치사스럽고 쬐쬐한 인간이요.》

장내가 수선거리였다.

강충현은 국장에게 고개를 돌리였다.

《국장동무한테도 좀 물어봅시다. 내가 전번에 가본 그 공장의 〈HM기〉는 우리것보다 더 한심했습니다. 기계를 개조한 공장이나 개조하지 않은 공장이나 같고같은 판인데 왜 우리보고 못살게 굽니까? 무슨 다른 야심이 있는게 아니요? 우리가 성공할가봐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요?》

《아, 아 소장동무!》

국장이 손을 저으며 일어섰다. 그는 이 공장에선 기계를 69번이나 뜯었다 맞췄다 하면서 얼마나 많은 자재와 로력을 랑비하였는가, 그러나 다른 공장에선 그런 랑비가 없었다, 이제 유럽에 간 동무들이 유압계통의 설비를 물어오면 그 즉시에 기계가 돌아가게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개조도면을 무효화하고 원본대로 다시 만들라는건데 아직도 리핼 못하고있습니까?》

국장은 안타까운듯 이마를 찌프리며 서정후를 돌아보았다. 서정후는 입을 실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써 국장의 발언에 대한 긍정을 표시하였다.

《허허허… 유럽에 가서 설비를 물어온다? 좋습니다. 우리와는 식이 다르니 인연을 끊읍시다. 이제는 제발 우리한테 오지 마시오. 시끄럽소. 당신넨 당신네대로 하고 우린 우리대로 하겠소. 그래서 20세기를 총화할 때 결과를 놓고 누가 잘했는지 판을 가릅시다. 다시 말하지만 제발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

《여보, 강동무!》

독고소장이 강충현의 말허리를 자르며 일어섰다.

《동무, 뇌진탕을 받더니 정신이 잘못된게 아니요? 동무가 뭐길래 우에서 세워놓은 기술지도체계를 감히 허물어놓겠다는건가.》

독고소장이 입에 거품을 물고 책상을 두드리였다.

《아, 아… 두 소장동무, 다 않소. 동무네 또 〈제개비네 집안〉이란 말을 듣겠소.》

서정후는 손짓을 해서 두 소장을 앉히였다. 그는 말싸움이 커지면 문제가 복잡해질것 같아 총화모임을 끝내자고 하며 일어섰다.

《총화보고서에 대해 접수하느냐, 접수하지 않느냐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는 여기서 시비를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저 이 보고서를 해당 상급에 제기하겠습니다. 마음대로 배짱을 부리시오.》

서정후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날카로운 비수로 허리를 찌르듯이 위혁적인 말투로 총화모임을 결속하였다.

서정후는 저녁에 려관으로 돌아와 총화연을 하면서도 국장에게 라남에서 69번 실패하는 과정에 손실을 준 로력, 자재, 원료랑비를 다 계산하고 색다른 발언을 한것도 다 묶어서 료해보고서에 덧붙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말해주어도 듣지 않고 계속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있는 그게 반동이지 다른게 반동이요?》

서정후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