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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치는 게 아니라 알아야 다치지 않는다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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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705회 작성일 12-03-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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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님의 글)

알면 다치는 게 아니라 알아야 다치지 않는다

몇 년전에 앙코르와트를 보러 갔다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위대한 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는 잘 알려진 대로 3번에 걸친 킬링필드로 전 국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비극의 현대사를 가진 나라고 수십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곳입니다.
 
▲ 지뢰박물관 표지판 입니다. 


그런데 이곳 앙코르와트 관광코스에는 '아키라'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특이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지뢰 박물관이죠. 수십년의 내전덕분에 캄보디아 땅에는 엄청난 수의 지뢰와 불발된 폭발물 그리고 부비트랩이 그대로 깔려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네 비무장지대를 제외하면 가장 밀도가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아키라씨는 바로 어린 시절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군인들에게 끌려가 청소년기를 바로 이 무시무시한 지뢰와 부비트랩을 매설하는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좀 더 자라서 자신이 매설한 지뢰와 부비트랩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불구자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고서 이후 평생 조국땅에 묻힌 지뢰를 해체하는 일에 헌신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해체하고 발견해낸 수많은 지뢰와 불발탄 부비트랩들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을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 근처에 열어놓고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키라씨. 


▲ 지뢰박물관에 있는 지뢰.


또한 그는 지뢰와 불발탄의 폭발로 인해 손과 발 그리고 다리와 팔과 눈과 귀를 잃은 어린아이들 혹은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현장에서 저는 처음으로 봤습니다. 제가 군시절 몇개월에 걸쳐서 분류하고 제원을 적어서 정리했던 각종 지뢰들이 사람의 신체에 어떻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흔적을 남기는 지를... 경악스럽더군요.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지뢰피해자를 두눈으로 보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서야 영어매뉴얼에서 본 발목지뢰의 부수적 효과대목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군시절 저는 기술정보 계통 문서 일을 했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본 지뢰는 하나같이 익숙하며 제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던 놈들이었습니다. 미제에서 소련제 중국제 체코나 동독산 그리고 심지어는 북한것까지... 어쩌다가 이런 놈들이 농사만 짓던 이땅에 흘러와 악마의 도구가 된건지... 뭐라고 해야 할까...그냥 스펙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의 극명한 차이를 봤다고나 해야할까요. 지뢰와 부비트랩.. 정말로 무서운...
 
▲ 지뢰박물관에 있는 수류탄.


가장 끔찍한 현실은 캄보디아는 내전이 끝난지 어언 한세대가 지났지만 지금도 하루에 한두건 혹은 서너건 꼴로 지뢰사고와 부비트랩의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그로인한 인명피해는 해마다 수백명이며 안타깝게도 대다수 피해자들은 그 물건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어린아이들 이라는 것입니다.
 
캄보디아는 전술했듯이 최빈국이고 따라서 부모들은 하루종일 밖에 나가 일해도 자식들 먹여살리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자연히 부모들이 일나가 있는 동안 어린이들은 무방비상태로 방치되어 있고 애들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뢰 혹은 불발탄 그리고 부비트랩과 접촉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지뢰나 불발탄의 무서운 위력을 모릅니다. 그러니 사고는 줄을 잇고 비극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결혼도 하지 않은 아키라씨가 평생을 걸고 또 목숨을 걸고 지뢰를 찾아다니면서 해체하고 부비트랩을 파괴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이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오늘도 그이는 여전히 자신의 생명을 걸고 캄보디아땅 전역에 흩어져 있는 지뢰를 찾아다니고 있고 또 자신이 터득한 지뢰해체술과 불발탄과 폭탄제거 요령과 대피법을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이에게서 지뢰와 폭탄의 정체를 배운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았고 또 그이의 사정을 알게된 외국의 전직 공병출신 노병들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고 합니다.
 
▲ 아키라는 지뢰폭팔로 손발을 잃은 사람들과 고아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 지뢰 탐지를 하고 있는 아키라. 지뢰전시관에 전지한 안내물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땅에 묻는 지뢰는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위험합니다. 이제는 전쟁의 위험이 줄었다는 유럽조차도 여전히 1.2차대전때 매설한 지뢰로 해마다 한두명이 죽거나 부상당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묻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지뢰를 몰라 죽고 다치는 어린이들의 현실이 비단 저들만의 것일까요?
 
지금 대한민국 역시도 몰라서 아니 알아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위축되어 있어서 당하는 아픔과 설움이 캄보디아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로 군사학 담론에서죠.
 
대한민국에서 군사학 혹은 밀리터리분야에 대해서 말하는 일은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이 분야에 대해서 소위 정설 주류가 정의하는 내용에 일점일획이라도 어긋난 소리를 하는 것은 '알려고 하지마 다친다!'라는 협박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캄보디아 지뢰와 아키라의 경우에서 드러낫듯이 이 분야는 알려고 하면 다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무지한 덕분에 다치고 위험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더 정확히는 진실과 실체를 알려고 하면 누군가 뒤에서 뒤통수를 치려는 놈들이 우글댄다고 봐야 합니다.
 
알면 다치는게 아니라 제대로 알아야 다치지 않고 내 생명과 소중한 사람들과 귀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시민 가운데 10%만 어뢰가 어떤 물건인지 확실히 알았다면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당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해군의 작전논리와 해전과 바다의 싸움이 전혀 다르다는 걸 5%만 알고 있어도 제주 강정에
기지가 강행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군사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바른 효용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알아야 다치지 않습니다.
 
알면 다친다고 협박하는 놈들이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냥 나가 놀라고만 하는 놈들이고 그런 놈들이 지난 반세기가 넘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군과 군사학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독점영역을 구축해 진실을 속이고 사익과 기득권을 공고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한 것은 과거 조선 조 노론천국 백성지옥의 세상과 다를게 없는 상식과 소통이 결여된 쇼와 군국또라이즘의 세상이었습니다.
 
알면 다치는 게 아니라 알아야 다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후손들이 캄보디아에서처럼 지뢰에 당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군사담론의 세상에 상식과 합리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담은 진지하면서도 신나는 훈풍들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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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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