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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3주기, 그리고 우리의 역사적 부채를 청산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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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6,769회 작성일 12-05-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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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날이 생각납니다. 아내가 직장에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가 일하는 곳엔 위성 TV가 설치돼 있었기에, 속보 혹은 자막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었을 겁니다. 급박한 목소리로 "지금 빨리 인터넷 좀 뒤져봐요!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셨대!"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반신반의했었습니다. "지금 뭔 헛소리를 하는거야. 그분이 자살하실 이유가 어딨어."

그리고 갸우뚱하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여는 순간, 저는 속보로 깔려있는 굵은 글씨체의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온 몸의 힘이 빠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뉴스를 읽어보고 나서 집 현관 앞 댓돌에 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끝도 없이 흐르는 눈물속엔 간간이 욕이 섞여 나왔습니다. "개~새끼들아, 개~ 새끼들아..." 그들은 노무현을 죽인 것입니다. 아마, 그때가 바로 제가 노무현이라는 한 인간을 진정으로 만난 순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역시 '성공과 좌절'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저히 그 지지도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가며 대통령의 권좌에 올라가는 과정이 극적인 성공의 드라마였다면, 퇴임후 검찰수사과정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철저한 좌절이었습니다. 그 좌절이 극한의 선택을 하게 했거나, 혹은 그것을 '정치적 타살'로 규정짓든간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그가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좌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의 좌절은 한국 정치에 내재되어 있는 후진성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권이, 바로 직전 대통령과 그 세력을 꺾어버리기 위해 보여준 온갖 치졸한 짓들과, 진정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권이 사적 욕망에 사로잡혀 그들의 개인적인 이익과 영달을 위해 움직일 때 국민이 어떤 고통을 겪을 수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전후해서 계속 일어났습니다. 역사적인 청산을 완전히 이뤄내지 못한 채, 우리의 역사를 뒤틀리도록 만든 그 세력들과 어떤 식으로든 타협해야 한다면 우리 역사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것이 요원하다는 사실, 노무현은 자신의 좌절과 죽음으로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한번 각인시키는 상징이 된 것입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빈 자리가 이렇게도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온갖 실정 때문에 더더욱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특히 권력이 자기 개인,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달을 위해서만 권력을 움직일 때의 추악함, 그 냄새나는 모습이 노무현 집권시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하나 하나 비교되는 현 정권, 그리고 노무현 집권 시대의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그의 좌절을 나눌 수 밖에 없는 오늘을 다시 되돌이켜보게 됩니다.

결국, 그가 남겨놓고 간 역사적 과제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완전히 이뤄놓은 줄 알았던 절차적 민주주의의 권리마저도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리고 상식이 상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몰상식이 상식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국민 개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자각하고, 그 자각한 사람들간의 외연을 넓힘으로서 극복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만이, 노무현이 남겨놓고 간 역사적인 빚을 우리가 함께 청산하는 길일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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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노무현 대통령 이후의 망가져버린 현 상황을 회복시키는 데에만도 얼마나
큰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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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님의 댓글

연유 작성일

조선 후기이후 혁명과 분단의 역사적 맥락속에서 이땅에 노무현 같은 분이
돌아가시게된 연유와 실마리를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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