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4대강 사업지인 낙동강이 녹조로 뒤덮힌 사진을 보며 “불과 몇 달의 준비기간 끝에 밀어붙인 4대강사업은 처음부터 재앙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지난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낙동강은 신음한다-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모르는가?’라는 글을 통해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 자연의 위대한 힘을 무시하는 교만을 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루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3~15일 낙동강 삼강나루(경북 예천)에서부터 본포교(경남 창녕)에 이르는 낙동강 사업 구간을 항공 촬영한 결과 전 구간에 걸쳐 오염이 심각했다고 24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정부가 내건 4대강사업의 목표 중 하나가 ‘수질 개선’이 아니냐? 어항의 물이 늘어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붙여서”라며 “소위 박사를 땄다는 사람들까지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는 데 기가 질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퍼렇게 썩은 강물에, 온 강이 녹조로 완전히 뒤덮여 있는 것이 보이지 않냐”며 “지금 같은 가뭄에 물이 흐르지 못하니 녹조류가 엄청나게 번식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들은 이런 당연한 이치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아도 모른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난 번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이 명백히 드러난 것으로 1:0의 스코어를 매겼다”며 “우리가 예측한 것처럼 수질도 악화되었으니 다시 우리에게 1점을 주어 2:0으로 만들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자연의 균형을 깨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천의 수질 악화는 솔직히 말해 조금 놀라웠다”며 “그런 일까지 벌어질 걸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
그는 “지천과 본류의 수위는 오랜 기간 동안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되기 마련”이라며 “균형상태가 이루어져 있기에 홍수에도 가뭄에도 지천과 강이 적절한 균형상태를 이루며 흘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걸 하루 아침에 무너뜨렸으니 지천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니겠냐”며 “우리가 끊임없이 지적해 왔듯, 이런 규모의 대공사는 몇십 년의 준비기간으로도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천과 본류 사이의 균형뿐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 등 이 공사로 인해 교란되는 균형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그런 균형의 교란이 가져올 수많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몇 달만에 다 알아내고 대책을 세운단 말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금은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공사를 끝내놓고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이라며 “도대체 무얼 믿고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예상하는 심각한 문제점들은 공사가 끝난 후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게 분명하다”며 “정말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몰라도, 낙동강 주변의 주민들이 4대강사업을 환영했다는데, 그 사람들 지금 이렇게 죽어가는 낙동강 물 바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