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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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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672회 작성일 12-08-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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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김은남 편집국장)

우연한 기회에 한 민간단체 수련회를 참관한 일이 있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회원들이 많았던지라 어색한 분위기 속에 수련회가 시작됐는데, 사회자가 간단한 게임을 제안했다. 이름하여 ‘신뢰 게임’. “지금부터 파트너가 된 사람을 여러분이 지켜야 하는 겁니다. 속여서도 안 되고 위험에 처하게 해서도 안 돼요. 알겠죠?” 뭔지 모를 상황이었으나 다들 “네” 우렁차게 대답했다.

파트너가 정해지니 이번에는 몸도 풀 겸 의자놀이를 해보잔다. 20명쯤이 한 조였나? 아무튼 의자는 사람 수보다 모자란 15석쯤이었고, 사람들은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며 원을 돌았다. 이윽고 허공을 가르는 호루라기 소리. 다들 난리가 났다. 나 또한 겨누고 있던 의자에 엉덩이부터 재빨리 들이밀었다. 곁눈으로 보니 함께 원을 돌던 파트너는 빈 의자를 찾지 못했다. 소동이 정리되자 우리를 지켜보던 사회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불과 3분 전에 했던 약속을 잊으셨군요.” 


  
쌍용차 사태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르포집 <의자놀이>를 보고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랬다.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 명제는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의자놀이라는 게임의 룰을 던져준 순간, 너무도 쉽게 그것을 망각했다. 그리고는 행여나 내가 산 자 대오에서 이탈할세라, 상대를 죽은 자로 밀어내기 바빴다. 

체제가, 정권이 강요했던 의자놀이로 인해 벌어졌던 비극들을 바로잡으라는 요구가 이 시점에 터져나온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인 듯하다. 공지영씨가 책에서 언급했듯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에는 이런 인터뷰가 나온다. “용산 참사에 대해 국민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면 쌍용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은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라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 

MB는 임기 초부터 ‘불관용의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힘없는 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적용됐다는 혐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지난 시절의 ‘몹쓸 교훈’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불관용의 원칙을 되레 국가에 적용할 때가 된 것 같다. 국가 폭력은 물론이고 그 대행자로 급속히 세를 키워가는 사설 폭력에 대해서도 ‘똘레랑스 제로’를 단호히 외칠 일이다. 누군가의 의도대로 놓인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동료를 밀쳐야 하고, 의자를 놓친 자는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 ‘죽음의 룰’ 또한 거부할 때가 됐다. 신뢰 게임을 하던 그날, 비로소 나는 의자놀이의 저주를 비켜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은 파트너를 내 무릎에 앉히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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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님의 댓글

교훈 작성일

용산 참사에 대해 국민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면 쌍용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은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라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

이명박은 '한국의 대통령은 무엇이든 소신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는 삼삼한(?) 교훈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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