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제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을 당시에 교통사고를 내 구속수감된 한 피고인을 변론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한 건설회사 간부였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 중에 예술의 전당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탄원서를 가져와 제출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습니다.
어제 경복궁 옆에 공사중인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에서 큰 화재사고가 나서 4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오늘 조간 뉴스를 보니 "4년공사를 20개월에 하려다" 빚어진 사고라고 합니다. 이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중에 끝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양의 여러 도시를 돌면서 참 신기한 것은 공사를 10-20년도 아니고 수백년에 걸쳐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중에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도 있고, 독일 쾰른 대성당의 경우에는 30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아주 꼼꼼하게 진행해서 제대로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서울시장이 된 후 "임기중에 공사를 끝낸다"는 원칙을 폐기했습니다. 비전을 제대로 세워서 일을 시작해 꼼꼼하게 처리하고 제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을 구태혀 자기 임기중에 끝내야 한다는 법이 없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임기 중에 뭘 한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늘 "아무 것도 안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헝클어진 서울시정, 제대로 바로 잡고, 원칙과 상식, 정상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궤도 위에 올리는 것 - 그것이 바로 저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