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여대생 자살사건과 겹치는 장자연- 각성과 연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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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한 피자집에서 사장이 여종업원을 성폭행하고, 피해자가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습니다. 경찰은 이 업주가 위계를 이용해 성폭행하고 더 나아가 나체 사진을 찍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하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아마 가해자가 피자집 업주이고, 또 많은 네티즌들이 공분했기에 이렇게 빨리 법적인 처리가 이뤄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저는 늘 '장자연'이라는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살한 여대생과 마찬가지로, 장자연씨도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죽음으로서 세상에 알리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자연 사건은 '권력'이 얽히면서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례들이 묻혀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자연을 그 수치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장자연이 밝히고자 했던 가해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밝히는 순간 그들은 '피고소인'이 되는 경험들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분명하게 밝혀야 했던 경찰은 오히려 이 사건을 덮느라 급급했던 정황들이 보였습니다.
이 두 사건의 본질은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의 지위를 이용해서 자기보다 못 사는 사람, 사회적인 약자들을 겁간한 것입니다. 단지 장자연 사건은 장자연을 그 처지로 몰아넣은 사람과 성적 욕구를 채운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지만, 그것의 본질은 역시 시스템 안에서 약자가 강자의 위계에 의해 강제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사회에서 약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약하고 권력이 갖는 위계질서가 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일들은 더욱 빈번하고 그 양태도 더욱 추악합니다. 장자연 사건은 심지어 '여성'을 '상납'의 대상으로 삼았었다는 면에서 더욱 추악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근 문제(또는 화제)가 되고 있는 정우택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충북도지사 시절에 일어난 일에 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사건일 것입니다.
하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층의 여성에 대한 시각들은 굳이 많은 예를 들 것도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못생긴 마사지걸이 서비스는 더 좋다"는 명언이나, 보온상수라는 별명을 가진 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자연산" 발언엔 이들이 여성, 즉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시각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굳이 그 뿌리까지 들여다보자면 가수와 여대생을 옆에 끼고 술 먹다가 부하에게 총 맞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 이 나라를 과거 18년간 통치했고, 그 따님은 지금 대선 주자로 나서고 있으며, 그때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과 그 뿌리로부터 탄생한 정권의 사람들이 그 주변에서 다시 함께 권력을 노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기가 스스로 돈을 벌어 학비라도 보태 보겠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을 그 여학생은, 사실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회에서 어떤 직장을 가지던지 떳떳하고 대우받으며 자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들이 양산되지 않고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고 재산과 권력에 관계없이 정의 실현이 가능한 세상이었다면, 장자연 사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 돌아가는 것을 그냥 방관하고만 있으면, 세상은 계속해서 약자에 대해 잔인한 곳이 될 겁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권력이 강해지고 돈 앞에서 모든 것이 무릎을 꿇고 돈 앞에서 몰상식이 상식인 척 하며 진리의 왕관을 쓰고 있는 이 세상에서 탈인간, 비인간화는 더욱 강력해졌지만, 그것은 결국 '정치의 변화'를 통해서만 바꿔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약자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는 세상, 그리고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은 결국 우리 모두의 각성과 참여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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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의미님의 댓글
의미 작성일
정말이지 핵심을 바로 찌른 말씀입니다.
각성과 참여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자본앞에 무릎을 꿇고 그들로부터 쪼인트를 좀 더 극한으로
심하게 까여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