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별의 세계 40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별의 세계 40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526회 작성일 22-11-08 03:42

본문

20220926195540_e33c90757ccabc8c6640980780133272_afyo.jpg

제 7 장

5

싸쥐 우말라또바가 마주오고있었다. 조화롭게 균형잡힌 체격이 큰 녀성이 미끄러지듯 다가왔는데 마치도 이전 쏘련영화의 화면에서 걸어나오는 《마을의 녀선생》같았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그는 흥분을 감출수가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짖다싶이 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께서 이처럼 귀중한 시간을 내여주신데 대하여 저는 먼저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미소하시였다.

우말라또바의 얼굴이 불빛을 받은듯 했다.

《그처럼 바쁘시다는걸 저는 알고있습니다. 그런데도 만나주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린 손님들을 늘 반겨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건강하신 당신을 뵙게 되여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말라또바는 여전히 서두르며 말보다 앞서 손시늉으로 무엇인가 자기의 격동된 심정을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와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저는 또…》

그이께서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계속 이렇게 서서 인사말만 하겠습니까!》

그이께서 자리를 권하시였으나 그는 끄떡없이 검푸른 두눈을 슴벅거릴뿐이였다.

《전 사실… 여러가지 인사말들을 많이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인사말은 그만해도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아 좋습니다. 꼭 하실 말씀이라면 차차 생각나는대로 해도 됩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어느새 우말라또바의 파란 두눈에서는 눈물이 끓기 시작했다. 너무도 급작스러운 감정의 분출이였다. 숨기지 않는 그 눈물, 그 눈물의 사연은 또 무엇인지?…

로씨야의 평화 및 통일당 위원장인 싸쥐 우말라또바, 그는 1990년 12월 쏘련인민대의원 제4차대회에서 쏘련최고쏘베트성원이며 공산당소속대의원으로서 고르바쵸브에 대한 탄핵연설을 한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날 크레믈리에서 10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대회연단에 올라 그는 말하였다.

《…친애하는 동지들! 나는 대회의정에 쏘련대통령 불신임문제를 상정시킬것을 제의한다.…

고르바쵸브는 나라를 계속 지도할 도덕적권리를 조금도 가지고있지 못하다. 사람에게서 그의 능력보다 더 많은것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고르바쵸브는 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하였다. 나라를 망치고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하고 위대한 강국이 동냥의 손을 세계에 내밀게 하였다.

…당신은 파탄과 붕괴, 기아와 추위, 피와 눈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가져오고있다.… 당신은 수난많은 우리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물러나야 한다.》

그것은 이전 쏘련의 마지막 인민대의원대회로서 그가 연설에서 강조했듯이 《인민의 마지막 신임이며 기대》는 고르바쵸브가 물러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의 과감하고 서리발같은 단죄도 붕괴되는 쏘련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고르바쵸브와 그의 일당은 이미 쏘련이라는 대국의 기초를 죄다 파헤치고 우말라또바의 연설에 휘파람을 불어대고있었다. 하기에 그는 부르짖었다.

《나에겐 아직 2분이 있다. 말할수 있게 해달라.…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소리치고있다. 고르바쵸브를 보존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을 보존하려하고있다.

…잊지 마시오.

파도는 모든것을 쓸어버릴것이다. 우파이건 좌파이건 앞에 있는 모든것을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고 말것이다!…》

결국 모든것을 쓸어버린 력사의 비극은 곧 닥쳐왔다. 대국의 붕괴, 민족간 알륵과 류혈, 광장의 포석우에 떨어져내린 붉은기… 쓰라린 그 추억이 지금 우말라또바의 가슴속에 밀물처럼 쓸어든것이 아닌지?…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그에게 자리를 권하시였다.

《고맙습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하고 그는 눈물을 머금고 속삭이였다. 《저는 니나 안드레예바, 올레그 쉐닌, 드미뜨리 야조브원수 등 많은 로씨야사람들이 귀국을 방문한후에야 이렇게 왔습니다. 말하자면… 늦어진 손님인데도 이렇게 만나뵈올 행운을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인젠 됐습니다. 늦어진 손님일수록 더 반가운 법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비로소 자리잡고 앉게 되였다.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차를 권하며 유명한 조선의 홍삼차라고 하시였다. 우말라또바는 차잔을 들며 말하였다.

《이런 말씀을 올려도 일없겠는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세상에선 당신께서 아주 엄하시다고 지어 무서운 기상을 지니신분이라고들 하고있습니다. 강철같은 의지와 담력, 결단성, 무자비성 그리고 또…》

《또 뭐라고 합니까?》

《령활무쌍한 지략과 무서운 타격…》

《그러니 온통 무섭다는 소리뿐이군요.》

《그렇지만 전… 웬일인지 대뜸 허물없이 울고싶어지는게… 귀국인민이 어버이로 모시고 따른다는 말의 참뜻을 알게 되는듯 싶습니다.》

《그 심정을 리해합니다. 그 눈물의 뜻을.》

싸쥐 우말라또바는 그이의 다정하신 말씀에 눈시울을 떨다가 차잔에 머리를 수그렸다. 이윽고 다시 머리를 들었을 때 그의 두눈에서는 산뜻한 미소가 불을 켜고있었다.

《그래서 전 허물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당신께서 매우 놀라실 어리석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설마 나를 놀라게야 하겠습니까. 미제가 핵무기를 휘두르며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올 때에도 우린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또 알겠습니까. 〈어리석은 질문〉이라면 혹시 깜짝 놀라게 되겠는지…》

그이께서 소리내여 웃으시자 우말라또바도 쾌활한 로씨야아낙네처럼 머리를 젖히며 호함지게 웃어댔다. 그리고는 불현듯 자기가 너무하지 않았나 해서인지 약간 얼굴을 붉혔다.

《다름아니라… 저는 귀국에 와서 첫번째로 받은 충격이 당신께서 하루도 쉬임없이 줄곧 전선부대들을 시찰하시는 그것이였습니다. 그렇게 무리하시는것은… 정세때문입니까? 당장 전쟁이 일어날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항시 전쟁의 위협속에서 살고있습니다.》 그이께서 정색하여 하신 말씀이였다. 《우리가 세계제국주의의 두목인 미제와 창끝을 마주하고있다는것을 잊지 마십시오. 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코앞에서 요즘도 군사연습준비를 미친듯 다그치고있습니다. 사회주의의 보루인 조선을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는 미국입니다. 오늘 아침 보고된데 의하면 적들은 우리 나라 서해상에서 벌써 기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미싸일타격훈련을 벌린다는데 그 미싸일이 누구를 겨냥한것이겠습니까!》

싸쥐 우말라또바는 가늘게 숨을 내뿜고있었다.

《그러니 당신께선… 전쟁을 막기 위해서?…》

《옳습니다. 전쟁을 막고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그럼 경제는?… 제가 듣건대 지금 귀국은 경제형편이 매우 어렵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어려워도 이만저만 어려운것이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지금 고난의 행군에 이어 강행군을 하고있습니다. 말그대로 중첩되는 시련과 난관을 헤쳐나가는 강행군의 계속입니다. 식량도 전기도 다 부족합니다.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련합세력이 우리를 고립, 압살하기 위해서 봉쇄의 올가미를 조이고있기때문입니다. 봉쇄라는것이 어떤것인지 알고있습니까?》

《예, 봉쇄라면… 저도 잘 압니다.》

그 녀자는 한손으로 밤색이 도는 금발을 쓸어넘기였다. 쓰라린 추억의 그림자가 비껴서인지 두눈이 검푸르게 빛을 잃고있었다.

《저는 사실 체츠냐에서 났지만 부모를 따라 이주해간 레닌그라드에서 히틀러도배들의 악착스러운 봉쇄를 겪었습니다. 굶어 쓰러진 저를 사람들이 사체실로 옮겨갔는데 누군가 저의 코밑에 성에가 불려있는것을 눈여겨보았다고 합니다. 실오리같은 코김이 나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도로 들어내오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격앙된 심정을 헤아려 침묵하고계시였다. 이윽고 그 녀자는 머리를 흔들며 생긋 웃어보였다. 일종의 죄스러움과 쑥스러워하는 마음이 비낀 애달픈 미소였다.

《죄송합니다. 말씀도중에 그만 제가…》

《괜찮습니다. 오히려 긴 설명이 필요없으니 다행입니다.》 그이께서는 통역을 위해 가끔 동안을 두며 계속하시였다. 《그럼 우리가 겪고있는 봉쇄에 대하여 봅시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레닌그라드봉쇄때 그래도 당신들은 네바강과 라도가호를 통해 내륙과 이어져있었습니다. 피로 물든 외줄기공급선이긴 해도 광대한 후방과 련결되여있었던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후방이 따로 없습니다. 린접도 없습니다. 말그대로 철저한 목조르기입니다. 그리고 레닌그라드는 900여일의 봉쇄를 겪었지만 우리는 지금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무너진 때로부터 계산해도 7년째 적들의 끈질긴 봉쇄를 겪고있습니다. 수자와 사실들은 무엇을 말해줍니까. 봉쇄는 앞으로도 계속될것입니다. 거기에 몇해째 자연재해까지 겹치고있습니다. 아마 당신도 우리 나라의 자연재해에 대한 보도를 들었겠지요?》

《예, 들었습니다. 몇번 텔레비죤으로 소개되는 피해상황도 보았습니다.》

한순간 그 녀자는 추위를 타는듯 어깨를 옴츠렸다. 《정말 무서운 정경이였습니다. 홍수가 휩쓸고 가물이 타고…》

《100년래 처음 보는 큰물피해가 있었습니다. 철길이 끊어지고 갱들이 침수되고 또 수많은 농경지들이 감탕과 돌무지로 변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어렵겠는지 상상해보십시오. 바로 이런 때 적들은 전쟁연습소동을 계속 벌리고있습니다. 우리가 쓰러져서 일어서지 못할것 같으면 그대로 쳐들어오자는 속심입니다. 그래서 권투장에서처럼 셈세기할 때를 기다리고있습니다. 고립, 압살타격을 그만큼 했으면 셈세기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안절부절하고있다 할가.…》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자 우말라또바는 어벙벙해졌다.

《그처럼 어려운 사정을 말씀하시면서도 당신께서는 웃고계시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웃고계시였다.

《진짜 놀라는건 적들입니다. 이런 형편에서도 우리가 살아있고 끄떡없이 사회주의를 지키고있으니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우말라또바에게 생각해볼 여유를 주시려 잠간 사이를 두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바로 이것이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답입니다. 결국 우리 혁명의 현 조건이 나를 전선부대들로 부르고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총대로 시작한 우리 혁명을 총대로 지키고 전진시키려는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군대를 우리 혁명의 기둥으로, 주력군으로 내세우고있습니다. 군대를 본보기로, 군대의 정신과 투지로 오늘의 난국을 승리적으로 헤쳐나가려는것입니다. 당신이 우려하는 경제건설도 그렇습니다. 온 나라에 혁명적군인정신이 나래치게 하여 만난을 뚫고 자체로 풀어나가는것 이것이 우리의 결심입니다. 말하자면 자력갱생입니다. 그런 말을 들어보았습니까?》

《예, 가는 곳마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라고 써붙인것을 보았습니다.》

《오직 제 힘을 믿고 자체로 풀어나가는것, 이것이 자력갱생입니다. 이를 위해선 온 나라 전체 인민이 하나의 사상의지로 굳게 뭉쳐야 합니다.

사상! 이것이 선차입니다. 막강한 국력과 세계제일의 군사력을 가지고있던 쏘련이 왜 총한방 쏘아보지 못하고 무너졌습니까. 그것은 군대의 총대에 녹이 쓸고있었기때문입니다. 다시말하면 사회주의사상의 화약이 젖어있었습니다. 쥬꼬브원수가 자기 한생의 총화로 말한것처럼 화약은 언제나 말라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젖어있다 보니 수백만의 총대는 있었지만 사회주의전취물을 지켜낼 사상의 총대는 없었습니다. 하기에 나는 이 사상의 총대를 보검으로 틀어쥐고있습니다.》

우말라또바의 기다란 속눈섭이 바르르 떨리고있었다. 인제는 그가 통역이 옮기기도전에 죄다 알아듣는듯 했다. 그이께서 말씀을 멈추시자 천천히 그 무엇인가를 여겨보았다. 별안간 회오리치는 생각을 좇아 곡절많았던 지난 날, 멀지도 않은 지난 날의 혼탁된 정치무대를 다시 살펴본것인지도 모른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지금 제가 얼마나 깊은 감명을 받고있는지 그것을 말로는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과 위구심이 자꾸만 괴롭히고있습니다. 당신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언제나 전쟁의 위협을 받고있는 귀국의 실정에서 혹시… 제가 예상하는것보다 더 엄중한 도전에 부딪쳐서 진짜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해보면… 무섭습니다.》

《엄혹한 도전, 진짜 전쟁…》 그이께서는 또 미소를 그리시였다.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셈입니다. 전쟁이라… 우리는 전쟁을 할줄 압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막기 위하여 최대의 노력을 다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엄혹한 도전에 대해 말하면 거기엔 강력한 응전이 따르는 법입니다. 당신도 잘 아시겠지만 고전력학의 기초로 되는 뉴톤의 제3법칙을 상기해보십시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말입니다. 그 법칙을 리용하여 로씨야의 과학자 찌올꼽쓰끼는 로케트리론을 내놓고 우주정복의 시원을 열어놓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정치에 적용하고있다고 할가… 말하자면 정치력학입니다.》

《정치력학?!…》

우말라또바의 가는 부르짖음이였다. 그것은 마치 그 녀자의 가슴속진동이 울려나온듯 싶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더 강해집니다. 적들이 핵무기로 위협하면 할수록 우리의 타격력도 더 강해집니다.》

《말씀도중에 실례지만…》 우말라또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그 말씀은 얼마전에 있은 〈로동1〉호미싸일발사를 념두에 두신것입니까?》

《그것도 포함해서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로동1〉호란 적들이 붙인것입니다. 로케트발사장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름을 따서 붙인것이지요. 우리에겐 우리 식의 이름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에 그 로케트발사로 미국과 서방세계가 깜짝 놀란것 같습니다.》

《이제 더 놀랄수 있습니다. 그저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눈이 뒤집힐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후에 있게 될 《광명성1》호의 발사를 념두에 두고 말씀하시였다. 여러해전부터 발사준비를 끝내고있는 《광명성1》호, 그것이 언제 어느 때 우주에 날아올라 세계를 놀래우게 되는가함은 그이의 결심에 달려있는것이다.

우말라또바는 입을 버긋하고있었다. 무엇인가 예감한듯 했다. 아니면 그이의 미소를 그리고계시는 모습에서 번개치는 섬광을 느낀것인지… 그 녀자는 강렬한 불빛이 눈을 때린것처럼 눈시울을 함칫거릴뿐 입을 다물지 못하고있었다.

《이야기의 계속입니다만.》하고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시련과 역경은 결코 불행이 아닙니다. 고통과 눈물도 없지 않지만 정신은 더욱 굳건해집니다. 그래서 고대중국의 맹자라는 사람은 적국이 없으면 나라가 허약해져 망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여기에도 력사의 교훈이 담겨져있습니다. 수천년의 인류사를 들추어보면 태평성대를 읊조리던 나라들은 졸지에 망해버리군 했어도 부단히 싸우고 단련해온 나라와 민족은 망한 일이 없습니다. 아르놀드 토인비라는 영국사람이 쓴 〈력사의 연구〉라는 책을 보십시오. 그는 인류사의 전과정을 훑으며 어떤 나라와 민족이 망하고 어떤 나라와 민족이 부흥했는가를 밝혔습니다. 부르죠아사관에서 분석되긴 했지만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력사의 교훈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외래침략때문에 망한 나라와 민족은 없습니다. 정신이 부패해지고 내부가 병들어서 망했습니다. 정신이 굳세면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당신자신의 체험만이라도 상기해보십시오. 쏘련이 어떻게 강성해졌고 언제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김정일동지의 말씀에 우말라또바는 머리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

멀리 실례들것도 없다. 세상이 다 아는 쏘베트작가이며 혁명가인 아르까지 가이다르는 열네살에 붉은군대에 입대하여 17살엔 기병련대장으로 용감히 싸웠고 부상당하여 제대된후엔 《혁명군사위원》,《고수의 운명》,《찌무르와 그의 부대》 등을 창작하여 널리 알려졌다. 제2차대전때엔 빨찌산부대에서 기관총수로 싸우다 전사했고… 그런데 그처럼 유명한 작가- 혁명가인 아르까지 가이다르의 손자 예고르 가이다르는 어떻게 되였는가. 한때는 고르바쵸브의 《개혁》바람에 열심히 맞장구쳤고 그후엔 옐찐의 오른팔이 되여 자본주의복귀에 앞장선 역적이 되였다. 부수상이요, 수상대리요 하면서 옐찐의 자본주의행마차의 마부노릇을 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어제날의 쏘베트강국과 오늘의 로씨야, 어제날의 혁명가- 건설자와 오늘의 역적- 파괴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것은 사상을 홀시하고 당의 령도를 거부한 결과였습니다. 하기에 우리는 사상론을 주장합니다. 세상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사상의 강국, 정치대국이라 하는 그 근저엔 바로 하나의 사상으로 뭉쳐진 일심단결의 힘이 놓여있습니다.》

《일심단결!…》

우말라또바는 격동되여있었다. 두손을 가슴앞섶에 모두어쥐고 숨찬듯 속삭이였다.

《부탁합니다. 일심단결!… 그에 대해서도 좀 더 말씀해주십시오.》

《한마디로 말하면 사랑과 믿음으로 뭉친 힘입니다. 우리가 늘 말하는 동지애로 뭉친 힘이라고 할가… 사랑중의 참사랑은 동지애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뜻을 같이하고 생사를 같이하는 가장 고결한 사랑이기때문입니다.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김일성동지께서 바로 이 거대한 정신적재보를 마련하셨고 유산으로 물려주셨습니다. 수령은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고 인민은 수령을 태양으로 받들어모시는 절대불변의 사랑과 믿음, 수령과 전사, 전사들 호상간의 사랑과 믿음- 이것이 동지애이고 일심단결의 핵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우말라또바는 그이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강구고있었다. 아니, 그이의 말씀 전부를 공기처럼 마시고있는듯 했다. 그의 가슴이 세차게 오르내리고있었다. 입술을 감빨고나서 조용히 말씀드렸다.

《말씀을 듣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습니다. 남조선에서 수십년간 옥중고초를 겪으면서도 신념을 지켜싸우는 그들… 저 뭐라고 하던지…》

《비전향장기수들입니다.》

《예, 옳습니다. 비전향장기수들!… 그들이 어떻게 되여 그처럼 무서운 고문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념을 지켜싸울수 있었는지 조금 리해되는것 같습니다. 아니 인젠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정말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생의 전부를 바치면서 굴함없이 싸워온 례를 력사는 아직 모르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것이 바로 수령과 전사들간의 사랑과 믿음입니다. 얼마전 남조선의 한 출판물에 이런 글이 난것이 있습니다.

〈사상전향서! 대관절 그게 뭐라고. 종이 한장이라고 치부해버리면 돼버릴것을. 신념이라는데 그게 30여년의 인생과 맞바꿀만큼 가치있는거냐〉고.…

그러면서 필자는 자기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없기때문에!… 그렇지만 비전향장기수들은 지켜냈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어떤 신념이겠습니까. 사랑과 믿음으로 다져진 신념, 자기들을 키워준 당과 수령께 끝까지 충실하려는 신념이였습니다. 그러한 신념을 지니고있었기에 그들은 비록 어두운 철창속에서 인생의 거의 전부를 보내였지만 그들의 삶자체가 조국통일을 위한 꺼지지 않는 투쟁의 홰불이 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러한 전사들을 당과 조국이 잊을수 있겠습니까? 아니, 한순간도 잊을수 없습니다. 하기에 우리는 그들전부를 기어이 데려오려고 합니다.》

《그들전부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산 사람들뿐아니라 죽은 사람들까지 모두를! 그들모두를 력사에 새겨주고 길이 빛내주자는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고난의 행군, 강행군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어느 한시 그들을 잊은적이 없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생전에 그들을 위해 마음쓰시던 일을 생각하면… 정말 눈물을 금할수 없습니다.》

우말라또바는 뜨거운 경련에 목이 잠기는듯 싶었다. 가까스로 손을 쳐들어 눈가로 가져가는데 어느새 두눈에는 눈물이 고이고있었다.

《나는 이제.》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비전향장기수들 모두를 데려다놓고 고난의 행군, 강행군의 승리도 선포하자는 결심입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실현하지 못한채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총화짓는다는것을 나는 상상할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난의 행군, 강행군이 단순한 경제적난관만 극복하는 투쟁이 아니라 전체 인민의 사상, 정신적의지도 굳건히 다져 부강조국건설과 조국통일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투쟁이기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일심단결을 더욱 강화해나가는 투쟁인데 비전향장기수들을 떼여놓고 생각할수 있겠습니까. 아니 절대 그럴수 없습니다.》

어느새 우말라또바는 자리에서 일어서있었다.

《일심단결, 동지애!…》

이렇게 곱씹고있는 그 녀자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끓고있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인제는 일심단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게 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김일성동지,김정일동지께서 지니고계시는 동지애, 거기에서 시작된것임을 말입니다. 정말 이 벅찬 감동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겠는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손짓으로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인젠 본론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본론이 따로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마다에 귀중한 진리가 다 들어있습니다.》

우말라또바는 두손을 가슴에 대고 눈시울을 실룩거리며 계속하였다.

《저는 계속 듣고싶습니다. 정말이지 시간이 가는게 막 안타깝습니다.》

《일없습니다. 시간은 어떻게 리용하는가 하는데 따라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하는김정일동지, 그럼 또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서 말씀하십시오.》

해빛이 탁자우에서 어룽거렸다. 그 반사광이 붉게 상기된 그 녀자의 푸른 눈동자에도 어리였다.

드디여 사회주의재생의 념원과 그 전도에 대한 문제가 론의되기 시작하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