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온다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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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온다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실패한다"
[인터뷰] 조국 교수 "민주당, 안철수 들어올 수 있는 정당으로 혁신해야"
[인터뷰] 조국 교수 "민주당, 안철수 들어올 수 있는 정당으로 혁신해야"
이제 정말 시작이다.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 지난 16일 문재인 후보가 확정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오는 19일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다. 야권의 경선은 사실상 이제 시작되는 셈이다.
아직까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출마 관련 생각을 밝히지 않은 안 원장의 속내를 확언하긴 어렵지만, 야권에서 문 후보 본인을 포함해 두 사람의 단일화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떻게'가 관건일 뿐이다.
17일 만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단일화의 방법보다 그 과정을 강조했다. 앞서 '아름다운 단일화', 이른바 '담판'을 얘기한 바 있는 조 교수지만, 그는 "앞으로 한두 달 동안 각자 행보를 '따로 또 같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자장이 확 넓어지는 때가 온다"고 말했다. 지금 굳이 '방법론 논쟁'을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것을 안 원장도 알 것이고 모른다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정운영은 무소속으로는 못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 교수는 당장 민주당 입당은 어렵지만 "민주당이 안 원장이 들어올 수 있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민주진보진영의 외연이 확장돼 가는 과정으로 정당정치의 이탈이 아니라 정당정치의 성숙과 진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 원장 등 당 밖 인사들이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은, "이미 완결된 보수대연합"과 달리 아직 완결되지 못한 민주대연합이 이행돼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다음은 이날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된 조국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이 인터뷰는 전홍기혜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 총선 때의 구원에서 비롯된 것"
- 민주당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확정됐다.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정된 결과였다. 광주전남의 결과를 보고 결선투표는 없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었다. 광주전남의 결과로 추정해 보면, 민주당 당원이든 지지자든 결선투표를 한 번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생각한 것 같다. 문재인으로 민주당 후보를 확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판단이다.
- 문재인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 이전에 경선 과정에서 비문 후보들을 중심으로 모바일투표의 불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등 적잖은 내홍이 불거졌다. 2002년이나 2007년과 비교해 보면 크게 시끄러웠던 건 아닐지 몰라도, 잘 수습될 수 있을까?
수습된다. 어렵지 않은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각 후보들이 충분히 전략적으로 할 만한 얘기였다. 비문 후보들은 결선투표로 가야하니까, 자기 지지층을 굳히고 문재인 후보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려면 강경한 전략을 쓰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다만 모바일투표는 2007년 손학규 대표 시절에 도입한 것이다. 그 뒤로도 강화하는 흐름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다. 기술적 조작이 있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국민참여경선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학문적으로는 민주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 왜 정당문제에 관여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 정당구조의 문제다. 100% 당비 내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진성당원제는 진보정당의 특수성이고, 한국 현대사에서 지배적 대중정당은 지지자정당이었다. 당원은 소수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진보든, 보수든 대개 정당에 잘 가입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지자 중심으로 정당이 움직여 온 것이다. 당원만 가지고 다 할 수가 없다. 모바일투표도 결국 젊은층이 유선전화는 잘 안 받으니까 도입한 것 아닌가.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지지자정당으로 당연히 했어야 할 조치다.
모바일투표 관련 이 논쟁이 근본적으로는 지난 총선 때의 구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에서 소외된 사람, 낙천한 사람 등이 결집되면서 지난 총선 과정에서의 책임을 문재인 후보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문제들이 연결된 상황에서 터진 문제였다. 발언들을 보면 손학규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속이 많이 상한 것 같지만, 손 전 대표는 대인이다. 문 후보에게 힘을 합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울 것이다. 김두관, 정세균 후보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과 안철수, '따로 또 같이' 계속해야 한다"
- 비문 후보들의 반발에 대한 우려는 당 밖에 있는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 문제와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거기서 문재인 후보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데?
단일화는 될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적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 개인적 신뢰가 있다. 또 두 사람 모두 '정치초년병'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동할 것이다. 전에 '맑은 눈'이라고 표현했는데, 야욕과는 관계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둘째 이유는 단일화가 이뤄져야만 민주진보진영이 집권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정치지형이 그렇다. 김대중도 김종필과 연합해서 이겼고, 노무현도 정몽준과 단일화를 통해 이겼다.
그때는 어찌 보면 완전히 반대세력과도 힘을 합쳤다. 그러나 안철수와 문재인은 그 정도 떨어져 있지 않다. 더욱이 합치지 않으면 무조건 지는데 그 정치적 비난과 후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구조도 단일화에 유리한 조건이다.
- 문제는 방법 아닌가? 조 교수는 '박원순 모델'을 단일화의 한 방편으로 제시했는데,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의 무게가 다르다는 점에서 소위 '아름다운 단일화'가 가능하냐는 걱정이 작지 않다.
내가 말한 '담판'은 내일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 양쪽 모두 한두 달 정도는 지지층을 확보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안철수 원장도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활동했지만 공식 데뷔하면 자신의 판을 가지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한두 달 동안 각자 행보를 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판세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판세는 의미가 없다. 10월 중순 이후의 판세가 중요하다. 담판은 시간 순서로 맨 뒤다. 그 전까지 각자가 각자의 자장을 최대한 넓히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자장이 확 넓어지는 때가 온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두 후보가 '따로 또 같이'를 계속해야 한다. 양 측에 그런 메시지를 이미 전하기도 했는데, 각자의 지지층을 확산하고 공고히 하면서 또 사람들이 '저 두 사람이 같이 가겠구나'라고 느끼도록 보여줘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공개적인 티타임을 갖든, 함께 시장을 방문하든, 전국을 돌며 두 사람이 공동 토크쇼를 하는 것도 괜찮다. 차 한 잔 함께 마시는 것이 별 것 아니지만 정치적이고 상징적 의미가 있다.
"후보 등록은 한 명만 해야…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
- 그런 과정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 둘을 묶는 중재자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중재자로 조 교수를 지목한다.
나는 개인이다. 내 개인의 말을 들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권은 엄청난 자리라 중재자의 발언권이 많지 않다. 나 뿐 아니라 이른바 '재야원로'들의 발언도 먹혀들 여지가 거의 없다. 각 후보 본인, 그리고 직접적 대리인들끼리 담판을 지어야 한다. 솔직히 다 까놓고 얘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지금은 물론 아니다. 선거 하루 전날 하면 당연히 안 된다. 솔직히 말하면 후보 등록은 한 사람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선까지 후보를 못 내면 주요 선거 세 번을 모두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된다. 불임정당이라는 비난이 나올 것이 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입당하지 않았나. 두 가지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일단, 안 원장이 지금 바로 입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바로 입당하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민주당은 우선 안철수 원장이 들어올 수 있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내 혁신의 문제다.
또 안철수 원장에게는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수님이 온다 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정운영은 못 한다. 우리로 얘기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로부터 견제를 받으니, 집권 1년 반 혹은 2년 내에 좌초된다.
안 원장도 그것을 알 것이다. 모른다면 알아야 한다. 안 원장 지지자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을 모두 포괄하는 거국내각을 만든다? 그것은 환상이다. 우리 정당정치 구조 내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과 손 잡아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비록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졌다 해도, 집권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의 남은 과제다. 민주당에서는 안 원장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 내부를 혁신하면서 소통의 틀을 만들어주면 가능하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서로가 절박하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원순, 안철수의 등장은 민주진보진영 진화과정이다"
-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 같은 방식만으로는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공동정부론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공동정부론은 <한겨레>에서 내가 하는 인터뷰 코너에 문재인 후보가 나와 처음 한 말이다. 그 당시에는 내용이나 시기 등을 놓고 난타를 당했다. 그러나 현재는 민주당에서 안철수 원장 및 그 지지자와 연합해야 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동정부든, 연합정부든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연합정부의 실험은 계속돼 왔다. 김영삼은 '3당합당'이라는 연합정치를 통해 집권했다. 그 뒤에는 'DJP연합'이 있었다. 그때마다 일부에서는 야합이라고 비판했지만 외국에는 좌파정당과 우파정당이 연합정부를 만드는 일이 실제 있다.
민주진보진영만의 독자적이고 순순한 정부를 세울 수 있다면 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면 최대한 힘을 키워야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과거에는 '합리적 중도'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고 모호해 보였던 안철수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내면서 민주진보진영과 같이 하겠다는 것을 좀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함께하는 것은 당위다.
- 안철수 원장은 사실상 '개인'이라는 점에서 과연 공동정부라고 할 수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 이후 통합진보정당의 사실상 와해로 그 이전 시점에 얘기했던 '야권연대'와 상당히 결이 다른 선거 연대 전략이 됐다.
당연하다. 안철수 원장은 당이 없고 당을 만들 생각도 없을 것 같고 능력도 없을 수 있다. 안 원장 주위의 사람들도 당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정당정치는 현재 진행형으로 봐야 한다. 정당이 있고 그 밖의 모든 사람을 개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박원순도 개인일 뿐인데 왜 단일화를 했나? 우리 정당정치가 미약하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진화하는 정당정치의 면에서 본다면, 박원순이나 안철수는 민주진보진영의 외연이 확장돼 가는 과정이다.
보수 쪽은 3당 합당을 통해 보수대연합이 어느 정도 완결됐다. 비록 선진당 등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없고 뿌리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 이쪽은, 미안한 얘기지만 진보정당은 적어도 2012년까지는 의미 없는 존재가 됐고, 민주당을 포함한 쪽도 보수대연합만큼의 외연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기존 호남에, 노무현 당선을 기점으로 합류한 친노,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중심이 되는 시민사회운동이 최근에 결합했고, 여기에 '합리적 전문가집단'을 대표하는 안철수 원장까지 합쳐지면 비로소 민주대연합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현재는 거기로 가는 여정에 있다. 정당정치의 이탈이 아니다. 정당정치의 성숙과 진화의 과정이다.
그러니 당연히 안철수 원장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정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맞다. 지금 당장 입당하라는 얘기는 현실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런 점에서 '문-안 공동정부'는 'DJP 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다. 박원순식 승리의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나. 대권후보가 된 문재인의 몫이 크겠지만, 민주당은 현재의 민주당에 사람을 붙이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문 후보가 당의 혁신을 공약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력들을 다 묶어내는 모습으로 당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권정당이다.
후보간 단일화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충분조건은 수권세력의 형성이고, 수권세력의 형성은 민주대연합 정당이 완성될 때 가능하다. 그런 것이 후보등록인 11월 28일 전에 등장하기를 원하고 희망한다.
"이정희 출마? 아무런 변수 안돼…민주정부 3기, 해선 안되는 일은 안다"
- 총선 전에는 야권의 한 축으로 진보정당이 있었지만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정희 전 대표는 선거에 나온다고 하는데 대선정국에 변수가 될까?
변수는 안 된다. <진보집권플랜>이 총선 전까지는 거의 다 들어맞았는데, 총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어그러졌다. 민주당이 공천을 잘 했다면 1당이 됐을 것이고, 통합진보당도 원내 교섭단체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당의 정책연합을 통한 연합정부가 가능했다면, 안철수 원장이 안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안됐다.
그 상태에서 통합진보당은 알다시피 연속적 자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대선에 나와서 1~2%의 득표를 얻는다고 의미는 없다.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누구도 같이 하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반드시 진보정당과 함께 했던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는 역할이 극히 줄었다.
이렇게 된 것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본인들의 탓이다. 정치적 과오에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이정희 전 대표에게 직접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선배들에게 '백의종군' 하는 것이 맞다고 얘기했다. 대권에 나왔다가 정권교체를 위해 희생하면서 물러가겠다? 그 자체가 우스운 얘기로 들릴 것이다. 전략적 이득도 잘 모르겠다. 정치인 개인을 위해서도, 진보정당을 위해서도 여러 분란에 대해 책임 지고 백의종군하는 것이 깔끔하다. 내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 올해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한다면 '민주정부 3기'라 할 수 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보면 공과 모두를 찾을 수 있다. 민주정부 3기의 중요한 과제를 꼽아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
1기와 2기의 경험이 있어서 3기는 그 이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지를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해야 할 과제는 당연히 두 가지다. 경제민주화와 정치사회개혁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과 노동인권 강화다. 이 두 가지가 없는 경제민주화는 사기다. 박근혜 후보와의 결정적 차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는 정권 초반 1년 내에 결판을 봐야한다.
그와 동시에, 다소 추상적이지만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부정의하고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는 법과 제도와 관행이 있다. 정치인으로 놓고 보면 뇌물, 정치개혁, 정당개혁의 문제가 있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 문제라면 사법개혁이 필요한 등이다. 재벌 문제 외에도 정치든 사법이든, 심지어 자기 생활에서의 문제에도 불공정의 문제는 있다. 이런 문제는 늦어도 집권 2년 내에 해야 한다.
- 그 측면에서 걱정은 내년에는 더 경제가 안 좋을 거라고 한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있고, 국외로 보더라도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까지 터지면 바로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들 하더라. 김대중 정권이 외환위기 터지고 집권해서 설거지하다 끝났는데, 그런 일이 또 터진다면 3기 민주정부는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건 할 수 있지만 이건 못 한다고 밝혀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야될 것이다.
"박근혜, 본능적 정치인…유신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생각 매우 위험"
- 대선후보 개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꼽아 본다면? 우선 박근혜 후보부터?
이 분은 대중, 정확히 말하자면 '우중(愚衆)'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본능적 정치인이고 훈련된 정치인이다. 어릴 때부터 정치인을 했고, 궁정정치와 실물정치의 속살을 만지고 경험했고 지켜봤으니 그런 장점이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렇다. 구조를 따지기 전에 특정 순간에 어떤 말로 돌파해야 이긴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2012년 OECD 수준에 이른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없다고 본다. 이 분은 자기 신념의 강자다. 신념의 포로다. 그 신념은 아버지와 유신 체제에 대한 신앙에 가깝다. 버리지 못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아버지, 정치적으로는 유신이다. 그것을 단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와서 다시 외환위기로 간다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경제위기를 이유로 준유신을 가동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왜 부정하지 못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민주주의 사회에 맞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멘탈리티가 약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별로 뽑고 싶지 않다.
- 그러나 사실 젊은층은 유신의 기억이 없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와닿지도 않는다.
유신이 태어나기 전 얘기니까 그렇다. 거의 3.1운동처럼 들린다. 인혁당 사건도 유관순 누나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었다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대가 재연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개헌을 요구하면 감옥 가고, 머리 길면 강제로 잘리고, 여학생이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유치장에 간다.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일이지만, 과연 그런 전략만이 경제성장이 가능한가에는 여러 가지 논쟁의 지점이 있다. 심지어 보수진영 내에서도 다수는 5.16 군사쿠데타는 인정하지만, 유신은 너무 나갔다고 한다. 유신체제는 거의 히틀러의 그것과 똑같았으니까. 그런데도 박근혜 후보는 유신까지도 끝까지 옹호한다.
"야생마 같은 노무현 vs 절도와 절제 있는 문재인"
- 문재인 후보의 장단점은?
노무현 정부 때는 오히려 사람들이 문재인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본인이 대중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때 모습, 백원우 의원이 소리를 지르니 문 후보가 백 의원을 앉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누구보다 원통할텐데 그 와중에 공식적인 격식을 유지한 것이다.
그 모습에서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한풀이하려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발표하고 장례식까지의 모습에서 인간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지 대중에게 각인됐고, 그 이미지를 문재인이 가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무현 당시 변호사와 함께 변호사로 활동할 때도 노무현 대통령과 상반된 이미지였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노동인권변호사였지만, 법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거북해하는 사람은 상당수였지만 문재인은 대부분이 좋아했다. 문재인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도 그랬다. 둘이 스타일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생마 같지만 문재인은 절도와 절제가 있다. 지금도 몸에 배어 있다. 그것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권력을 잘 모른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은 그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으로 정말 안 나가려고 애를 쓴 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 때부터 넓은 의미에서 정치에 관여해 왔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고 난 뒤 자신 외의 여러 사람이 다 정치를 했다. 어떻게하든 정치를 안하려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대형 정치인이 돼 버렸다.
단점은 말? 원래 좋았는데 치아 10개를 임플란트 시술한 뒤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또 변호사는 비록 서면으로 말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변호사 때는 말을 잘 했다. 법률가의 언어는 잘 하는데, 정치인의 말은 아직 부족하다. 법률가의 특성은 한 단계씩 밟아가 결론에 도달한다. 정치인은 점핑한다. 비약하고 생략한다.
정치인 언어의 화룡정점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아닌가. 한 방에 모든 것을 다 끝내는 언어, 통쾌하다. 아직 문재인 후보에게는 최고 지도자가 가져야 할 생략과 비약이 잘 모이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의 진화가 여전히 필요하다.
"안철수, 신중하고 사려 깊지만 아직 정치인의 모습 보여주지 않았다"
- 안철수 원장은 어떤가?
정치인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직 정치인으로 활동을 본격적으로 안 하셨으니. 현재까지는 책으로 정치를 했다. 출마선언으로 본격 시험대에 올랐으니 이제는 담판을 하건, 야권단일화를 위해 TV토론을 하건, 말을 해야할 것이다. 그 말은 책과는 다르다.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점은 신중하고 사고가 깊고 스스로 다지는 스타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보다 더 다지고 다진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로, 돌다리도 짚어가는 사람인 것 같다. 또 우리 사회에 그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 중에, 그 정도로 깔끔하게 산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깔끔하게 살았을 뿐 아니라 세상의 바람직한 변화에 대해 그 정도 고민한 사람이 있을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정치인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의 육성으로, 언동으로 보여주지 못했고 늘 타인을 통해 얘기했다. 대중민주주의사회에서 그런 건 없다. 그걸 하셔야 할 때가 됐다. 이제 대변인이 아니라 자신의 말로 해야 한다.
- 야권의 승리를 위해 기여를 하겠다고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얘기해준다면?
빗자루 들고 마당 쓸라고 하면 그래야죠. 사실 나는 정권교체 되면 1년간 연구년 받아 나가있을 생각이다. 지난해와 올해 세상일에 관여를 너무 많이 해 와서 제가 해야 할 저술작업이 조금씩 미뤄졌다. 사적으로 정권교체가 매우 필요하다. (웃음) 그 점에서 연말까지 빗자루까지 쓸 생각이 있다.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는 고민이다. 단일화가 되면 단일후보를 위해 뛰어야하는 것이 너무 분명하지만, 어떤 일이든 직책이든 도와달라면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두 분이 경쟁과 협력을 계속해 나갈 때 제가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이다. 고민 중에 있다고만 말씀드린다.
2012.9.18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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