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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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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3건 조회 1,672회 작성일 12-10-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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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언론 지면에 등장하는 낯익고도 낯선 단어가 있다. 바로 '북풍'이다. 

 

북풍은 1990년대 전후로 치뤄진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는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가 국내로 압송됐고, 1992년 대선 한 달 전에는 '이선실 간첩단'이 정국을 강타했다. 1996년 총선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북한 인민군이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결과는 모두 보수정당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영삼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배 요인이었지만 대선 하루 전 압송된 김현희로 인해 불어 닥친 거센 북풍은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선실 간첩단' 역시 당시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1992년 총선에서도 신한국당은 총선에서 139석이나 얻었다.  

 

북풍이란 말이 한편으로 낯선 건 오히려 보수정당에 역풍으로 작용하거나 별 영향력을 끼치는 않은 '구닥다리' 단어가 돼버리면서부터다. 1997년 이른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총풍사건'이 터지면서다. 총풍사건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일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던, 집권세력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를 통해 허위 도발을 하는 북풍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보수정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던 북풍이 실은 조작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인식의 확산과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개선된 남북관계 등으로 더 이상 북풍은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지만 지방선거는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4월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했지만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새누리당의 승리였지만 이보다는 다른 사건들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북풍'이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 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조성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자제를 촉구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북풍을 조성해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적한 북한의 대선 개입 정황은 최근 들어 어선의 NLL침범이 빈번해지고 SNS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언론들도 청와대 관계자와 여권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풍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北어선, 조업 않는 야간에도 NLL 침범 "대선 앞두고 北風 조성하려는 기획 도발">에서 "여권에선 북한의 도발이 대선 국면을 '전쟁 대 평화' 구도로 몰고 가 박 후보의 당선을 막아보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북풍'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27일자 사설 <심상치 않은 북한의 NLL 연쇄 도발>에서 북한의 NLL 침범을 지적하며 "말하자면 역북풍 개연성이다"며 "과거 이른바 총풍과 북풍이 안보위협을 과장,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반면 최근에는 남북긴장관계가 강경대북정책 때문이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오히려 보수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풍, 혹은 역북풍 모두 북한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일뿐더러, 억지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 남문희 시사인 기자는 4일 "현재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발전과 신의주, 남포, 해주 등 외국투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며 "그런 판에 한반도가 불안해지면 누가 투자하겠나. 북한의 무력 도발 시나리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에서 대선을 겨냥한 무력 도발 자체가 북한의 내부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 

 

남 기자는 이어 "설사 북한이 대선에 개입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행위가 야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니면 보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안보이슈가 떠오르면 북한에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역북풍'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NLL 침범을 대선을 앞둔 북한의 '특별한' 안보위협으로 봐야하는지도 의문이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북한 경비정과 어선 등이 서해 NLL을 침범한 횟수는 338회이다. 평균 1년에 33.8건씩 있었단 얘기다. 물론 정부에서는 '밤에 침범한 건 이례적', '군인이 있었다더라'는 식으로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력도발 징후라고 보기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여권이 오히려 북풍을 호재로 삼아 분위기 반전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한겨레 28일자 칼럼에서 "북한 어선 동향을 '대선 기획'으로 진단하는 상상력과 분석력이 놀랍다. 최근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북한이 최근 여당 후보를 비난하고 있어서 나온 반응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의 북풍 경험 때문인지, 배경은 여러 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 때문에 필자에게는 이 말이 '북한은 대선에 개입하라'고 촉구하는 반어적 표현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 국민일보 4일자 5면 기사

 

 

 

그럼에도 언론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예상된다'는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5면 기사 <북한軍 움직임 심상찮은데 …'北風의 계절' 촉각>에서 "외교안보당국이 이보다 경계하는 것은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북한의 무력도발"이라며 "어선에 북한 군인이 타고 있는 등 NLL 침범이 사실상 도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대북 억지력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김정은 체제'의 내부결속용 무력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바라봤다. 언론이 호흡이 정지돼 이미 죽은 '북풍'에 인공소생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미디어 오늘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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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일 자위대 헬기가 지난달 21일에 독도 상공 침범한 것은 쉬쉬하면서 만만한 북풍을 조작하는 이유는 역시 그의 태생의 한계일까??  과연 엠비스럽다!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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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님의 댓글

의도 작성일

북한은 그냥 이전처럼 꽃게를 잡는 일상적 행동반경을 보이고 있을 뿐인데.....

이를 문제삼아 고의로 이슈화하려는 세력들이 오히려 무언가의 숨긴 의도를
가진 것이라 보아야 겠지요.

그 의도가 무엇인지 추측키가 쉽지 않은데...아무튼 돌아가는 판이 별로 좋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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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천안함 때 1번이라고 매직으로 조작질까지 하면서 북풍을 동원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이제 꼴통들이 북풍을 떠벌려도 허사가 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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