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앞에선 프로포즈도 즉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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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인생 고민을 막힘없이 통쾌하게 풀어주는 사람이 있다. 즉문즉설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도 ‘법륜스님, 법륜스님’ 이야기를 해서 정말로 인생고민이 해결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어제 10일,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시군구 300회 연속 강연이 열리고 있는 노원구민회관으로 달려갔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열린 즉문즉설 강연이었다. 오늘은 300회 강연 중 225번째 강연이었다. 1천여명이 자리를 가득메웠다.
강연 시작과 동시에 강연장에 입장한 법륜스님은 “06시 미팅, 10시 강연, 13시 강연, 16시 강연, 19시에 이르러 오늘 강연에 왔다”는 법륜스님은 “이 강연이 끝나고 22시에 또 강연이 잡혀 있다”고 했다. “잠은 어떻게 주무시냐?” 라고 묻자 “이동할 때 10분, 20분 조금씩 잔다”고 했다.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2시간 내내 스님의 눈빛은 반짝반짝 청명하게 빛났고 얼굴엔 늘 해맑은 웃음을 띄었다.
10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묻고 답하고를 반복하며 청중들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져갔다. 그 중에서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함께 전해 준 두 연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먼저 여자 친구가 스님에게 질문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4년 동안 임용고시에 도전했는데 실패를 하고 계약직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계약직이지만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면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계약기간이 종료가 될 시점에서 다시 갈등의 기로에 섰습니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다시 임용고시에 도전을 해야 할지, 아니면 비록 고용은 불안정하지만 지금처럼 살지 고민입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힘들게 질문했지만, 법륜스님의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내려졌다.
“벌써 4번이나 떨어졌잖아요? 그럼 또 떨어지겠지요. 걸릴려면 벌써 걸렸겠지요. 시험 또 쳐봐야 떨어질 거예요.”
너무나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법륜스님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청중들도 당황했다. 무슨 영문에서였을까.
“자기가 그동안 공부할 때 정말 두문불출 하다시피 올인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을 노력했는데 안 되었다면 가르치는 재능은 있는지 몰라도 시험 치는 재능은 없다고 봐야 돼요. 그럼 포기해야 돼요.
항상 결심을 해놓고 늘 핑계대고 공부에 집중을 못하죠? 아쉬워서 이번엔 되겠지 또 해보고 또 대충하고 또 시험치고 또 떨어지고 이렇다면, 이 습관이 이번에도 또 발동할 겁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됐다면 재능이 없는 거고. 농땡이 쳐서 안 됐다면 이 농땡이 치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 이상은 더 이상 안 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자기는 해봤자 안 된다 이 말입니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농땡이 치는 습관이 문제인지, 노력은 하지만 시험 치는 능력이 없는 건지 우선 자기를 정확히 봐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고 내 마지막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각오로 한다면 변화가 올 수도 있겠죠. 완전히 생각을 바꿔서 해보던지요. 그런데 벌써 4년을 그렇게 보냈다는 건 안 될 확률이 높아요. 작심삼일로 끝난다. 무조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의 과거 상태를 놓고 보면 그렇다. 몇 번 해봤으면 자기가 자기를 잘 알잖아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각오가 아주 대단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꼭 선생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임시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재미있다면 아르바이트 하는 식으로 하면 되죠. 학교 선생이 안 되면 과외나 학원 선생이라도 하면 되지요. 그래도 선생하고 싶으면 제가 운영하는 인도 천민마을 학교에 보내줄게요. 자기 하고 싶은 것 뭐든 해봐도 돼요. 대신 돈은 안줘요. 자원봉사로 해야 돼요. 거기에서는 정규직으로 영원히 해도 돼요. (청중 웃음)”
인도 천민마을 학교가 있다는 말에 청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너무 직설적으로 대답한 것이 미안했는가 보다. 질문자에겐 다소 아프게 들릴 수 있는 답변이었는데 마지막엔 유쾌한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게 법륜스님의 또 다른 힘인 것 같다. 법륜스님은 이런 악역을 언제나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엔 남자친구가 물었다. 문답이 정말 재미있었다.
“앞에 질문한 친구가 제 여자 친구입니다. 9년 동안 사랑해왔고 지난주 금요일에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그런데 차였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요. 여자 친구 말이 제가 성의가 없데요. 그래서 차였는데, 저는 여자 친구가 정식 교원이든 계약직 교원이든 무직이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벌면 되니까요.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프러포즈 했는데 차였다고 하자 청중들이 크게 웃었다. 법륜스님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바로 답했다.
“9년이나 사귀었는데 프러포즈가 실패했어요? 제가 봐도 성의가 없네요. 9년간 뜸 들이면 재미가 없죠. 미리 얘기했어야죠. 이미 다 식어버렸어요. 차 간 뒤에 손들기예요.”
9년간 왜 뜸들였냐며 남자친구를 꾸짖었다. 그러면서 명쾌한 해법을 일러준다.
“오늘부터 새로 사귄다고 생각하세요. 차인 날로부터 한 달쯤 새로 정성을 기울여서 한 달 안에 빨리 얘기를 해야 돼요. (청중 웃음)
과거 9년은 없었다고 치고 새로 시작을 해야 돼요. 9년 간이나 뜸들이니까 기회를 다 놓쳤지요.남자가 왜 그래요? 9년 동안 무슨 잔머리를 굴렸어요? 더 좋은 여자가 있을까 싶어서 눈알을 굴리다가 이것저것 다 놓치고 ‘에이 너라도 잡자’ 이렇게 얘기하니까 기분 나쁘지요.(청중 웃음)“
더 좋은 여자가 있을까 싶어서 잔머리르 굴렸다는 말에 질문한 남자가 순간 당황했다. 얼굴이 붉어지며 수습을 하려는 듯했다. 스님에게 딱 들킨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졸업하고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렸습니다.”
변명이라고 진단한 듯 말을 짜르고 곧바로 다시 해법을 강조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사는 데 집이 뭐가 필요해요? 같이 직장 구하고 셋방 구해서 같이 살면 되지요. 내가 너를 먹여살려줄 수 있다 이런 얘기하는 건 좀 속되다. 요새 여자들은 그런 남자 별로 안 좋아해요. (청중 웃음)
남자가 직장 없으면 나라도 먹여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로 감동을 안 해요. 요새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느냐?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든 너 하고는 평생 같이 살 수 있다’ 이렇게 얘기 해야지요. 나는 준비되어있다고 으시되는 거예요? 9년은 딱 접어두고 새로 얘기하세요. ‘니가 무직이라도 좋다’ 이런 얘기는 하지 말고요. 그건 상대편 자존심이 긁는 얘기예요. 그냥 ‘난 너가 좋다’ 이렇게만 말해야지요.“
그러면서 마이크를 옆으로 한번 줘보라며 여자 친구에게 다시 스님이 물었다.
“요즘 사범대 나와서 임용고시 붙기가 어렵죠? 자기가 만약 그 자리를 차지하면 딴 사람이 직장 구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그런 자리에 취직 안 해도 된다고 하잖아요. 집에서 살림 살다가 임시직 있으면 가면 되는데, 꼭 그렇게 남의 직장을 뺏어야 되겠어요?“
청중들이 큰 박수를 보낸다. 질문한 여자 친구의 마음의 짐이 한결 덜어진 것 같았다.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가 세워 놓은 서로의 기대치에 충족시켜주려 하다보니 서로가 불편해진 그런 문제였다. 법륜스님은 그런 두 연인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그리고 두 연인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줄 핵 펀치를 주문했다.
△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 하는 남자.
“둘이 손 한번 잡아 봐요. 남자가 한 번 고백해봐요. 마이크 잡고.”
청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강연장이 한 껏 열기로 달아올랐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민영아, 우리 지난주 금요일에 처음 만났지. 만난 지 4일 되었지? 난 그냥 너가 좋다."
순식간에 강연장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박수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되었다. 법륜스님은 다시 여자 친구한테 마이크를 건네주라며 “어때요?” 소감을 물었다.
"좋습니다.“
여자 친구는 울먹이며 답했다. 눈물을 뚝뚝 흘렸다. 또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즉문즉설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청중들을 완전히 KO 시켜버릴 마지막 핵펀치를 다시 날린다. 역시 법륜스님이다.
“부러워하지 마세요. 저게 지금 보약인지 쥐약인지 몰라요. 처음에는 보약처럼 보이는데 살다보면 인생이 안 그래. 살다보면 쥐약이 되어 있어요. 그게 쥐약이 안 되도록 해주는 게 ‘스님의 주례사’ 책이에요. 아시겠어요?
나중에 쥐약이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냐? 사랑하되 사랑을 요구하지 마라. 이겁니다.“
다시 박수갈채가 터진다. 크게 웃었다가 다시 아름다운 교훈으로 끝났다. 두 연인이 프러포즈에 성공했지만, 그래서 행복한 첫출발을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남녀가 행복하게 살려면 상대에게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상대에게 맞춰 주려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두 연인이 프러포즈 한 것이 무척 부러워 보였는데, 스님의 말을 듣고 나니 안도감이 든다.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또 힘들다고 다시 찾아와서 이렇게 또 질문하게 될지 누가 아나? 이 글을 읽은 솔로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 헤헤.
강연이 모두 끝나고 질문한 두 남녀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었다. 남자 친구는 "부끄러웠지만 저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프러포즈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정작 중요한 사랑한다, 너 옆에 있어 주겠다는 말을 못했다. 스님이 그걸 집어 주셨다."고 했고, 여자 친구는 "9년 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눈물이 났다. 그동안 망설이던 마음을 확고하게 해주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이벤트 보다 더!" 라고 했다. 두 남녀는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으며 강연장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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