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야전렬차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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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 회
28
조창주지배인은 너렁청한 제관직장 한켠구석에 있는 철판집에서 련합기업소적으로 제기되는 사무처리에 바빴다.
그는 윤정기도당책임비서와 같이 수소정제탑을 제작하는 몇달동안을 거의나 용접가스내가 통풍되지 못하는 이 작은 철판집을 떠나지 않고 제관용접공들과 한몸이 되여 일했다. 그다음에도 관리부청사의 지배인사무실에 얼마 있지 못하였다.
중국상무부에서 뒤늦게나마 나머지 수소정제탑들을 넘겨보낸것으로 하여 제관직장이 한숨 돌리였다. 그러나 잇달아 흥남비료가스화에서 중요공정설비인 대형응축분리탑을 제작하느라 조창주지배인은 다시금 이 철판집에 틀고앉았다.
그는 림시적일망정 현장 깊숙한 곳에 거처를 정하고 일해나가는데 재미를 보았다. 장군님께서 비료생산문제로 하여 가스화1계렬공사를 그토록 중시하시는데 그 대상설비제작과정을 먼발치 지배인사무실에서 돌볼수 없는것이였다. 무겁게 실리는 책임감도 그렇지만 도당책임비서랑 같이 현장깊이 침투하니 설비제작과정을 손금보듯이 파악하게 되고 사람문제, 기술문제, 자재문제를 비롯해서 그전같으면 직장장, 생산부기사장, 기사장을 거쳐 늘큰히 제기되는 일거리들을 제때에 알고 풀어나갈수 있는것이였다. 그동안 응축분리탑을 다 제작하여 구내화차로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 실어보낼수 있게 되였지만 조창주는 이 철판집이 정들어 보던 사무를 끝내고있었다.
《절 불렀습니까?》
열려진 철문으로 진태범반장이 거푸수수한 머리를 쑥 들이밀었다.
《들어오오.》
조창주는 기름때 묻은 사업수첩을 접고 사무책상곁의 쇠걸상에 반장을 앉으라고 손짓했다.
철판집에는 걸상도 책상도 벽도 다 철판과 산형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쇠로 된 무거운 걸상을 끄당겨 앉을 때는 바닥을 긁는 아츠러운 소리가 나지만 엉치를 붙이면 든든해서 좋았다.
《세면을 안했나? 지금이 몇신데 아직 그 모양이요?》
《밤새 너무 피곤하다나니…》
《탈의실에 가 목욕이랑 하고 옷차림도 단정히 하오.》
《뭐 또 일하겠는데요.》
《반장은 오늘 비료에 응축분리탑을 시집보내는데 둘러리로 뽑히지 않았소. 설비호송둘러리 말이요.》
조창주는 넌지시 웃었다.
《그렇긴 한데… 비료사람들이 우리가 응축분리탑을 얼마나 고생스레 만들었는가를 잘 아는 형편에서 뭐 격식을 차릴게 있습니까.》
《반장의 그 한심한 몰골이 룡성기계얼굴로 된다는걸 생각해봤소? 제관직장사람들은 태범이가 홀아비인데다가 현장에서 밤을 밝히며 분투하느라 그런다고 리해를 하지만 비료사람들은 그렇지 않소. 그들은 수소정제탑때처럼 응축분리탑을 싣고오는 룡성기계제편공들을 맞이하겠다고 꽃묶음이랑 들고 떨쳐나선단 말이요.》
조창주의 책망절반 타이름에 진태범은 멋적어 용접불광에 거멓게 그슬린 손으로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알았습니다.》
《가지 마오. 일이 더 있소.》
조창주지배인은 돌아서나가려는 태범반장을 멈춰세우고 작업복웃주머니에서 푸른색뚜껑의 접은 종이를 꺼냈다.
《받소. 입사증이요. 이번에 완공된 살림집 3층 2호요. 부엌, 전실 내놓고 두칸짜리면 괜찮지.》
진태범은 버벙해있을뿐 손을 내밀지 못했다.
《지배인동지… 그 살림집은 기업소에서 공로있는 기술자들과 집사정이 어려운 사람들한테 배당됐다고 하던데요.》
《반장동무는 오랜 용접기능공이고 집사정도 여의치 않지. 알아보니 태범인 일에 묻혀 집손질도 못했다면서, 이번 장마비에 천정도배지가 젖어 풀썩 내려앉았다지?》
《단층집이 그렇지요. 미리감치 깨진 기와장들을 바꿔놓았더라면 무탈했을건데.》
《옹색해말고 입사증을 받소. 토론이 있었소. 련합당위원회에서는 앞으로 기술자들과 함께 대상설비생산에서 수고를 하는 오랜 기능공들을 우대하기로 했소.》
《지배인동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 용접작업반에는 저 말고도 다세대살림으로 집이 비좁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딸애하구 둘이 사는데 단칸집이면 뭐랍니까.》
조창주는 태범반장의 사심없는 진정이 돋보였다. 기업소로동자들이 물욕이 없고 검박하며 남의 어려운 사정이나 불행을 돕는 일에 저마끔 나서군 하지만 이처럼 자기한테 차례지는 새 살림집을 양보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태범반장이 진국이라는 생각에 조창주는 마디가 철근처럼 꽛꽛한 그의 갈퀴진 손을 잡아당겨 입사증을 놓아주었다.
《왜 둘이라고 하오. 계속 홀아비로 살겠소? 고생하는 어린 딸애를 생각해서라도 후처를 얻어야지. 한데 비가 새서 천정도배지가 떨어진 집에 녀자가 들어오겠다고 하겠소.》
《그쯤 돼먹은 녀자는 상대하지도 않겠습니다.》
《내 오늘 반장한테 말하자는게 그 문젠데…》
조창주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듯 입사증을 태범의 웃주머니에 찔러넣어주었다.
《동무는 저번때 도당책임비서동지랑 기업소 책임비서동지가 재취하라니까 수소정제탑을 만든 다음에 보자고 했지. 그후에는 또 응축분리탑을 끝내고나서 가정문제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구, 이젠 더 구실을 붙이지 않을테지.》
진태범은 흰 이새를 드러내며 례의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고집하지 말라구. 반장은 지난 겨울에 책임비서동지한테서 전달받았지. 장군님께서 우리 룡성기계를 떠나신 후에도 잊지 않으시고 도당책임비서동지한테 반장의 가정문제를 관심하셨다는걸. 나나 책임비서동지나 누구도 마음쓰지 않는 평범한 용접공의 재취문제를 장군님께서 당부하셨단 말이요. 정말 꿈같은 행복이 아닌가. 장군님께서는 생산보다도 우리 로동자들의 인생문제를 더 중시하시오.》
《지배인동지, 저도 일하면서 한쪽으로 그 생각을 해왔는데… 어디 맞춤한 상대가 나져야 말이지요.》
《중이 제 머릴 못 깎소. 일전에 내가 비료지배인한테 부탁했더니 좋은 녀자가 있다는게 아니겠소. 비료공장 기술준비실 시험공인데 서른두살난 로처녀라오. 인물도 환하구 키도 크구 성품도 착실한 녀자인데 한창때 눈이 높아 혼기를 놓쳤다는것 같소.》
《그런 처녀가 나같은 땜쟁이홀아비한테 오겠다구 하겠습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땜쟁이라니?!… 그래 용접땜을 하지 않구 비료공장의 심장부인 수소정제탑을 어떻게 만들구 저 괴물같이 큰 응축분리탑은 또 누구 손에서 완성했나. 땜쟁이인 동무손으로 비료설비들을 거의다 만들어보냈는데 비료처녀가 동무를 싫다구 할리 있겠나. 그 처녀는 긍지를 가지구 태범이한테 엎어질거야.》
조창주는 제김에 흥이 나 론거를 세웠다.
《그래서 말이요, 반장, 내 비료지배인과 단단히 약조를 해두었는데 반장이 오늘 응축분리탑을 싣고가서 제창 선을 보라구. 태범이한테 꽃다발을 안겨주는 처녀가 바로 그 색시감일거요. 옷이랑 좀 쭉 빼입구 인상을 찌프리지 말라구. 우리 제관사람들은 응축분리탑을 시집보내는것보다 태범반장을 장가들이는게 더 관심사야. 거물녀자응축분리탑은 멋지게 만들었으니 부결맞을 념려가 없지만 태범이가 처신머리를 잘못해 퇴짜를 맞으면 룡성기계 망신이란걸 알아야 해. 화차 하나에 다 싣지도 못하게 덩지 큰 응축분리탑을 비료에 넘겨주면서 처녀 하나 나꾸채오지 못하면 제관직장에 들여놓질 않겠소. 자, 얼떵 가서 차빌 하라구.》
조창주지배인은 솥뚜껑같이 큰 손으로 진태범의 다부진 어깨를 툭 쳤다.
이날 지배인은 여느때없이 마음이 즐거웠고 기분이 떴다. 무엇보다 응축분리탑제작완성으로 이달 대상설비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한 기쁨이 컸다. 뭐니뭐니해도 지배인으로서는 월, 분기별생산계획을 완수했을 때처럼 기쁜 일이 없다. 그것을 기쁨이라고 표현한다면 좀 단순하고 천진스런 감정이라고 할수 있지만 온 한달을 국가에서 준 생산과제를 수행하는가 마는가 하는 기로에서 모대기며 현장을 떠나지 않고 로동자, 기술자들과 같이 밤을 패며 일해온 지배인으로서는 그런 때에 만시름이 덜어지는것이였다.
철판집옆에 서있는 조창주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나고 머리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몸상태의 부자연스러움에 신경이 씌였지만 그는 별다른 생각없이 제관직장사람들이 벅작 떠들며 대형화차에 응축분리탑을 싣는 광경을 대견스레 지켜보았다.
깨끗이 면도한데다가 머리를 빗어넘기고 짧다란 격자무늬반팔샤쯔를 입어 총각처럼 말쑥하게 젊어보이는 진태범반장이 천정기중기운전공에게 조심조심 손을 저어 응축분리탑을 화차에 유연하게 내려앉히였다.
조창주는 반장의 행복스런 얼굴을 보면서 어쩐지 졸음이 오는듯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밤새 아니, 온 한달 겹쌓인 피곤이 한꺼번에 쏠리는것 같은 부담을 가슴에 받으며 그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제관직장처녀들이 색종이테프를 응축분리탑에 줄줄이 늘이고 탑의 볼트부위들에 꽃송이들을 매달았다.
하얗게 밀려나온 사람들이 떠나가는 응축분리탑을 바래웠다. 제관직장사람들도 천천히 굴러가는 화차를 따라 구내길을 달려갔다. 넓은 제관작업장은 지배인 한사람을 내놓고 텅 비였다.
불시에 조창주는 온몸의 긴장이 쭉 풀리면서 맥이 빠지고 눈앞이 어질어질해났다. 메스껍고 아까보다 가슴이 더 답답해왔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해 손을 뻗쳐 철판집모서리를 잡고 기대섰다. 누구든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가, 아니, 몸의 불안상태가 저절로 진정되지 않을가 하는 갈피없는 생각에 모대기다나니 이마에 식은땀이 내배였다.
대형화차가 빠져나간 활짝 열린 철문으로 웬 젊은 녀자가 반달음으로 다가왔다.
조창주는 흐리멍텅해지는 눈으로도 그 녀자가 자기의 맏며느리임을 알아보았다. 맏아들은 고난의 행군시기에 얻은 병으로 죽었지만 맏며느리는 지금껏 자재창고원으로 일하면서 홀로 아들애를 키우고있었다.
조창주가 손자애를 자기 집에 맡기고 재가하라고 몇번 권고했으나 맏며느리는 아들애나 잘 키우겠다고 도리머리저었다. 한기업소에 있었지만 직장들이 많고 구내가 넓어선지 조창주는 한달치고 그 녀자를 만나는 때가 드물었다. 그러나 손자를 키우니 그 녀자는 여전히 조창주한테 맏며느리이고 가족성원이나 다름없었다.
철판집모서리에 기대선 조창주는 때마침 반달음해오는 맏며느리가 반가왔다. 몸상태가 나쁜 이런 때 부산스레 소동을 일구며 사람들의 방조를 받는것보다 맏며느리의 부축이라도 받아 조용히 기업소병원으로 가고싶었다. 거기 가서 주사를 맞고 안정하면 일없을것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맏며느리의 인상은 시퍼러스런게 무언가 속에 꽉 찬 불만을 터쳐 해보자는것 같은 기색이였다.
조창주는 도움받으려던 기대가 일순간에 허물어졌다.
《아버님, 어쩜 그렇게 몰인정할수 있어요?!》
맏며느리는 원망에 차 부르짖었다. 억이 막히는지, 시아버지 되는 사람앞에서 도덕을 챙겨야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한순간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아래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조창주는 펀뜻 정신이 들었다. 몽롱해오던 의식에 기운이 실리고 맑아지는것을 느끼며 몸자세를 바로했다. 그는 맏며느리가 무엇때문에 그러는지를 알고도 남았다. 달포전에 기술자들에게 주는 살림집배정안을 짠 후방부지배인이 조창주에게 따로 입사증을 하나 주었다. 공장대학을 졸업하고 10년가까이 기사로 일하다 죽은 맏아들을 생각해서 배당해준 집이였다. 조창주가 대번에 거절했지만 후방부지배인은 기업소가 그만한 의리도 없어서야 되는가고, 지배인 아들이 아니였대도 주는것이라며 화를 내다싶이 하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입사증을 받았다.
그러나 성품이 강직한 조창주는 며칠 두루 궁리해보다가 기술자들의 사택이 긴장한 형편에서 그리고 주택바깥벽에 타일을 붙이고 늄창을 해달아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 새 아빠트에 맏며느리네를 버젓이 들여앉힌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하여 조창주는 그 집을 진태범반장에게 준것이다. 아마도 그 내막을 모르는 후방부지배인은 맏며느리에게 집이 차례졌다고 귀띔을 했을것이다.
《아버님, 인호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내가 남인가요? 인호가 그래 내 아들만이고 아버님의 손자가 아니란 말입니까?! 어쩜 그럴수 있어요?!》
맏며느리의 눈에서 참느라 그렁하던 눈물이 넘쳐나자 샘처럼 볼언덕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인호 엄마야… 량해하려무나. 난 지배인으로서 기술자도 아닌 자재창고로동자를 그 아빠트에 들게 할수 없었다.》
《인호 아버지는 기사로 살아있을 때도 새 집을 받지 못했어요. 아버님, 지배인동지, 살아서 양보했는데 죽은 다음에까지 또 양보해야 하나요?! 아버님 손자가 좋은 집에서 살면 뭐가 나쁩니까. 사실상 인호 아버지는 아버님의 그 올곧은 성미때문에 병도 못 고치고 돌아갔어요. 지배인이 제 자식 병고친다고 떠들고다니면 남들이 뭐라고 할가봐 체면에 잡혀 크게 손쓰지 않았으니 병이 자라고 종당에는 인호가 아버지 없는 자식이 되…》
갑자기 맏며느리는 입이 떡 얼어붙었다. 그 녀자는 공포로 두눈을 흡뜨며 철판집모서리에 기대여 맥없이 무너지듯 쓰러지는 지배인에게 달려들어 부둥켜안았다. 얼혼이 나간 그 녀자는 《사람 살려요! 누가 없어요?! 지배인동지가 죽어요!》하고 다급히 소래기 질렀으나 얼기설기 산형강트라스가 떠받친 제관작업장 철판지붕에서 메아리를 일으킬뿐이였다.
병원의 구급실에서 조창주지배인이 정신을 차린것은 그로부터 30분가량 지나서였다.
눈앞이 뿌잇하고 헛거미가 잡혔지만 그는 자기가 제관직장에 있지 않음을 의식하였다. 조금후에는 침대둘레에 선 기업소 책임비서와 기사장, 흰 위생복을 입은 의사와 병원기술부원장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제야 조창주는 가슴부위에 무언가 둔중한 아픔을 느끼면서 머리우의 천정트라스가 거꾸로 뒤번져지는것 같던 공포의 순간이 되살아났다. 아마 응급처치를 끝낸 의사가 이제 피여날것이라고 말해주었는지 책임비서와 기사장은 기다렸다는듯 기뻐했다.
《위험고비를 넘겼구만요. 다행입니다.》
기사장은 안도의 숨을 내뿜었다.
《며느리가 없었더라면 어쩔번 했습니까. 제관직장마당에 응축분리탑 잔부속품을 실으려고 반짐차가 대기해있었으니 지배인동지를 단 몇분내에 병원에 실어왔지요.》
기사장은 의사가 지배인에게 허리를 굽히는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지럽진 않습니까, 지배인동지?》
조창주는 의사의 나직한 물음에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까풀이 인 입술을 움직였다.
《뇌졸중이란… 말이지요.…》
《예, 그래서 실신허탈이 왔습니다. 관상동맥에서 갑자기 피흐름이 적어지면 뇌허혈증상이 생깁니다. 여느때는 일없다가 긴장이 풀리거나 흥분하고 격정이 지나치면 혈압장애가 오면서 일시 관상동맥이 협착됩니다. 지배인동지, 이젠 마음놓으셔도 됩니다. 일시적인 협심증에서 오는 뇌허혈이였습니다. 헤파린이나 와르파린주사는 혈관확장에 아주 좋습니다. 약물료법을 계속 받으면서 며칠 푹 쉬면 깨끗이 나을겁니다. 벌써 불쾌감이나 무력감이 덜하지요?》
의사의 물음에 조창주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어 긍정했다.
대기실복도에 있던 맏며느리가 방안에 들어왔다. 침대두리의 사람들이 기뻐하고 지배인의 얼굴에 웃음이 어린것을 띄여보자 그 녀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조창주의 머리맡에 꿇어앉았다.
《아버님!… 저때문에… 제가 잘못했어요.…》
그 녀자는 흐느끼며 부르짖었다. 공포로 굳어졌던 그 녀자의 얼굴은 기쁨과 죄책감으로 눈물범벅졌다.
《네가 아니였다면… 목숨을 잃을번 했다.…》
조창주는 낮은 목소리로 뇌이고는 손을 뻗쳐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들먹이는 그 녀자의 가냘픈 어깨를 어루쓸었다.
《인호 엄마야… 아들이 죽었어도… 너는 여전히 우리 집 맏며느리다. 한집안식구지. 조창주집안사람들은 리익을 탐내지 않는다. 양보하고 말없이 성실하며 검박한것이 우리 가풍이다.》
《아버님, 알아요. 내 다… 알아요. 기업소가 기술자, 기능공들을 우대하는건 당연하지요. 장군님 주신 과업을 받들구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을 먼저 위해줘야 해요. 제 다신 푼수없이 그런 욕심 부리지 않겠어요.》
《그래야지 아무렴, 우리 맏며느리가 다른 사람일라구. 울음을 그쳐라.》
조창주는 면구함도 잊고 사람들앞에서 어린애처럼 기뻐 흐느끼는 며느리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마디굵은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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