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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별의 세계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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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479회 작성일 22-11-1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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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7

김화순은 해외동포영접국의 한 일군과 같이 비행장으로 차를 달리고있었다.

네데를란드에서 날아오는 조아라를 마중나가는 길이였다.

조아라, 그가 조국으로 오기까지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던가. 고뇌와 비탄, 눈물까지 말라버릴 정도로 오랜 세월 쓰라린 아픔에 신음했었다.

화순은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점도록 내다보고있었다. 밤색의 새싹들이 움트고있는 가로수들, 봄갈이를 한 논벌, 하늘에는 양털같은 흰구름이 파아란 주단우에 새긴 문양처럼 점점이 뿌려져있었다.

진정 상상이나 했을가?… 지금 조아라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할 도이췰란드, 오스트리아예술가일행과 한 비행기를 타고 온다. 그는 지금 어떤 기분상태일가. 소리없이 눈물을 머금고있을가, 아니면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르고있을가…

앞강의 배는 낚시질배여

뒤강의 배는 님실은 배여

님실은 배!… 드디여 조아라는 마음껏 울게 되였다. 화순이를 붙들고 소리내여울것이다. 그 눈물이 50년세월 고여있던 설음을 씻어줄것이다.

조아라는 울지 않았다. 왼쪽 눈시울이 벅찬 감동으로 실룩거리고 옥물고있는 입술도 경련적으로 떨고있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화순이와 포옹하고 마구 떨면서 마주 보고있을뿐이였다. 해외동포영접국의 일군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말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비행장에서 숙소로 오는 전기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화순이가 건네는 말에도 깜박이는 눈빛으로 감탄과 감사의 정을 표시하군 하였다.

수도의 거리들을 주의깊게 내다보았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깔깔 웃어대는 처녀들, 줄지어가는 학생소년들, 정류소에서 전차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있는 늙은이, 골목에서 줄넘기를 하는 소녀들, 맵시나게 신호를 주는 처녀교통지휘원, 지하철입구에서 쓸어나오는 사람들… 모든것이 평범하고도 활기띤 모습이였다. 수십년세월 아라가 그리워하던 조국의 모습이였다.

그 사람들이, 눈에 띄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처럼 수수하고 꾸밈없고 바쁘고 또 박력있는 생활이 부러웠다. 바로 이러한 생활, 모두가 평등하고 친절하고 활기에 넘친 인민의 새 세상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바쳐 싸워온것이 아니던가! 변절자 차일평같은 자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한갖 력사의 흐름에 밀려 강기슭에서 썩어간 허접쓰레기같은 존재들이였다.

오후의 첫 일정으로 아라는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조국통일상수상모임에 참가했다. 아라를 이 모임에 참가시킨것이 우연한것이 아님을 곧 알게 되였다. 중앙인민위원회정령으로 발표된 새 수상자들속엔 이전 지리산빨찌산의 정치위원이였던 리재명과 인민군출신으로서 남부군과 지리산빨찌산에서 그리고 옥중에서 끝까지 신념을 지켜싸운 비전향장기수 최동환의 이름도 들어있었다.

《리재명동지!》

아라는 그 말을 귀로 들었다기보다 온몸에 격류치는 충격으로 받아안았다.

마치 전류에라도 감전된듯이 와뜰 놀라며 의자의 팔걸이를 그러쥐였다. 눈물이 핑- 어린것은 그 다음순간이였다.

장년의 한 녀인이 비틀거리며 주석단앞으로 나가고있었다. 리재명의 딸인가 혹은 부인이 여적 살아계셨단말인가?…

아라를 지리산에 데려오도록 지시한분이 바로 리재명이였다.

아라가 이에 대하여 알게 된것은 하정례와 같이 서울로 떠날 준비를 하던때였다. 지리산 달궁골의 어느 벼랑굴. 그때 차일평은 무선수에게 먹을걸 좀 가져다주라 하고는 어데론가 가버렸다. 대신 리재명이 아라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아라, 아버지를 봤지? 섭섭해하지 말아. 지금껏 비밀사업때문에 딸한테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누나. 그래도 늘 보고싶어했지. 그래서 내가 널 군정대학에 데려왔던거야. 아라, 아버진 빨찌산이다. 보고싶던 딸이긴 하지만 하루밤 같이 있을새도 없구나. 아버진 오랜 세월 널 보고싶어하면서도 참고참더니 이번엔 서울로 공작을 보내자는데 선뜻 동의했단다. 딸을 위험한데 보내기가 어디 쉽겠니. 너같이 어린것을 말이다. 그러니 얘, 아버지가 근심하지 않게 하정례언니 시키는대로만 해야 한다. 서울에 가면 아는 사람들도 만날수 있는데 절대 아는척 하지 말아. 헛눈도 팔지 말구… 우린 널 믿는다. 전체 빨찌산대원들이 믿구 있어. 알겠지? 넌 빨찌산의 딸이야. 지리산빨찌산의 딸!…》

그 리재명은 얼마나 훌륭한분이였던가. 그처럼 훌륭한 리재명과 같은 빨찌산들의 믿음과 기대를 배반한 차일평은 얼마나 비렬하고 더러운 자였던가!…

그때 차일평이 아라를 서울로 파견하는데 동의한것은 저로서의 생각이 따로 있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벌써 그때에 지리산빨찌산의 등대와도 같은 무선대를 파괴해버릴 무서운 흉계를 꾸미고있은것은 아닌지?… 어쨌든 그자는 자기가 지리산에 오래 있지 않으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아라를 제때에 빼돌리려 했을것이다.

피를 이은 친딸만은 자기를 따르리라고 믿었을것이다.

두볼을 얼룩지으며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과 믿음, 의리에 대한 가지가지의 생각이 아라를 흥분시키고 괴롭히기도 했다.

《최동환동지!》

역시 아라가 잘 아는분의 이름이 불리워진다. 리재명동지, 최동환동지, 7살난 아라를 지리산의 딸, 빨찌산의 딸로 키워주던 잊지 못할분들… 비록 아라는 그분들의 묘소에 꽃 한송이 드리지 못했어도 어머니조국은 수십년세월이 지난 오늘 그들의 위훈을 찾아주고 금메달로 빛내주고있는것이다.

리재명의 딸 리향순과 최동환의 아들 최수진이 아버지들을 대신하여 조국통일상 상장과 메달을 수여받았다. 상장과 금메달, 경애하는김정일장군님께서 몸소 도안을 보아주셨다고 한다. 그이께서 메달가운데 조선지도를 새기며 금으로 만들도록 해주시고 여러차례 직접 보아주셨다는 금메달이였다.

그 금메달을 단 최수진과 리향순에게서 아라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있었다. 수여식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최수진을 둘러싼 사람들속엔 비전향장기수 김진서선생의 딸 김화순도 있었다. 화순은 지금 아라를 감감 잊고있는듯 했다.

《이런 날이 꼭 오리라고 우린 믿었어요. 정말이예요. 그때 렬차칸에서 처음 만났던 일이 생각나시죠?… 그때는 누군지 몰랐지만 당에서 최동환선생에 대해서 세세히 알아본다는 말을 들었지요. 참 부인과 따님도 얼마나 기쁘세요?》

애젊은 녀인이 발가우리하게 물든 볼에 웃음을 떠올리며 대답하였다.

《고마워요. 렬차칸에서 도와주시던 일을 잊지 않겠어요.》

《참 그때 앓고있던 그애지요?》

《예, 설미예요. 인사드려라, 얘.》

나붓이 머리숙여 인사하는것은 귀엽게 생긴 처녀애였다. 한때 지리산에 들어갔을 때 아라도 그 나이였었다.

놀랍게도 최수진은 리재명의 딸과도 잘 아는 사이 같았다. 눈가에 잔주름이 가득한 녀인에게 머리를 돌리며 젊은 부인과 딸을 인사시키고있다.

《반가와요. 이렇게 만나니 정말 얼마나 기쁜지…》 리재명의 딸 리향순이 하는 말이였다. 《한봉숙이라지요? 얘길 들었어요. 사진도 봤구요.》

그들은 서로들 인사를 나누고 약속이나 한듯 비전향장기수 김진서선생의 딸에게 머리를 돌렸다. 아직도 눈물이 그렁해있는 최수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진서선생님도 이제 꼭 만나뵙게 될겁니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그러문요.》 김화순이 말하고있다. 《우리 아버님뿐아니라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이 장군님품에 안길 날이 멀지 않았어요.》

그때에야 비로소 화순은 가까이 다가온 아라를 띄여보았다.

《참, 아라선생, 미안해요. 선생을 잊고있었군요.》

《그럴만도 하지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겠어요. 전 오히려 방해가 될가봐… 망설인걸요. 하지만… 인사시켜주세요. 리재명선생이나 최동환선생의 자녀분들과 알고 지내게요.》

그들은 아라가 자기들의 아버지와 잘 아는 녀성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듯 했다. 7살때 최동환의 등에 업혀 지리산으로, 김진서선생이 책임강사로 있던 군정대학에 갔다는 말을 듣고는 박물관의 옛 사진에 찍힌 인물을 뜯어보듯이 입을 벌리고 두눈을 슴벅거리며 정신없이 마주보기만 했다. 지리산빨찌산의 첫 증견자가 나타난것이다. 도대체 수십년세월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났단말인가. 정말 믿어야 한단말인가. 리재명, 최동환, 김진서까지 7살 어린 나이에 만나봤단말인가?!… 그들은 이렇게 소리쳐 묻고있었다.

《왜들 이러세요?》 김화순이 가늘게 쪼프린 눈에 웃음을 담으며 말했다.

《잘 믿어지지 않는가부죠?… 아라선생, 어서 말씀하세요.》

아라는 말할것이 없었다. 7살때 일을 내놓고 그가 할 얘기는 더 없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있던 최수진이 먼저 아라에게 떡살이 배긴 손을 내밀었다.

《정말 이렇게 만날줄이야!… 반갑습니다. 그러니 우린 다 통일애국투사들의 자녀들이군요. 그렇지요?》

《…》

이번에도 아라는 입을 열지 못했다. 통일애국투사, 얼마나 긍지높은 부름인가. 그런분들을 아버지로 가진 이들은 또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아라는 떨리는 손으로 설미를 잡아끌었다. 별빛같은 그애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와락 끌어안았다. 아라, 설미, 옹근 한세대의 차이를 가진 그들이였지만 지금은 꼭같은 나이로 된듯 싶었다. 아라는 진정 7살 어린 시절의 지리산과 빨찌산들이 그리워 소리없이 울고있었다.…

×

다음날 아라는 신미리의 애국렬사릉으로 갔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렬사들의 령혼을 잠재우며 불고있었다. 어릴적부터 아라가 익히 들어온 애국렬사들- 김달삼, 김삼룡, 박영발, 방준표, 박우현… 사위의 모든것이 숙연한 정적속에 잠겨 고난과 시련에 찬 혁명의 년대들에 대한 추억을 속삭이고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지만 아라는 모든것을 잊고있었다. 여기서는 흘러간 조국의 현대사를 남김없이 죄다 읽을수 있었다.

싱그러운 숲의 향기, 꽃들만이 향기를 풍기는것은 아니다. 나무잎에도 향기가 있고 따스한 볕에도 냄새가 있다. 목메는 향기, 눈부신 빛의 음향, 이 모든것들이 아라를 취하게 하고 고마움에 눈물짓게 했다.

여기서는 고요한 미풍조차 뜨거운 속삭임처럼 느껴졌다. 경애하는김정일장군님의 위대한 사랑으로 높이 솟은 애국렬사릉, 하많은 사연들이 바람결에, 향기속에, 자글자글한 해볕속에 울리고있다.

드디여 아라는 리현상의 묘비앞에 이르렀다.

돌사진속의 리현상은 온화한 모습 그대로였다.

《아라, 네가 왔구나!》

그분의 목소리에 눈굽이 저려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예, 조아라, 제가 왔습니다. 선생님!》

《왜 그렇게 오랜 세월 소식이 없었지?》

《이 못난것이 그만… 숨어살았습니다. 아버지의 오명을 피해서…》

《그러리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아라가 어쩌면 혁명에서 도피하다니…》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예?!… 그때 지리산에서 선생님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정례, 그애는 보내야 하오.〉하고 말이죠. 그래서 난… 난… 내가 변절자 차일평의 딸이기때문에 산에서 내려보낸것이라고 생각했던겁니다.》

《아라, 우린 널 살리려고 했던거야. 살아서 우리를 대신해서 끝까지 싸우길 바랐던거지. 넌 잘못 생각하구 있어.》

《선생님! 그걸 깨닫는데 43년세월이 걸렸습니다. 위대한김정일장군님께서 저같은것도 불러주실적에야 깨달았으니… 이 죄많은 아라를 제발 욕해주셔요. 선생님, 제일 무서운 말로 욕해주시구 벌해주셔요. 예?!… 조국통일을 위해 몸바쳐 싸운분들, 그 많은 렬사들은 오지 못했는데 저만은… 조국을 위해 땀한방울 바친것없는 이 아라만 왔으니… 이걸 어찌합니까. 선생님?!…》

《아라, 울지 말아, 그분들은 다 온다. 경애하는김정일장군님께서 이제 다 불러주신다. 산 사람, 죽은 사람 할것없이 죄다 안아오신다. 이걸 알아야 한다.》

드디여 아라는 사진앞에 꽃다발을 정히 놓고 무릎을 꿇었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엎드려 절을 했다.

《선생님, 다시 인생을 시작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죄많은 아라 다시 지리산에서 인생을 시작할수만 있다면!…》

눈물에 젖은 얼굴을 들어 리현상의 사려깊은 눈빛을 쳐다본다.

좀 더 말씀해주셔요. 선생님!하고 마음속으로 부르짖는다. 그러나 리현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여겨볼뿐… 그 눈빛은 《아라, 무얼 더 말하겠니. 너도 인젠 다 알고있지 않느냐!》 하고 속삭여주는듯… 아라는 이름할수 없는 격정에 북받쳐 흑흑 흐느끼며 다시금 마음속으로 리현상에게 부르짖었다.

《선생님, 저도 인젠 선생님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싸워오신 조국통일을 위한 길에 나서겠습니다. 미력하나마… 저의 모든것을 다 바치겠습니다. 믿어주셔요. 선생님! 저를 손잡아 이끌어주시는 아버지가 계신데 뭣때문에 또 숨어살겠습니까. 한생 제가 애타게 찾고 부르던 아버지, 위대한 아버지가 계시지 않습니까!》

처녀안내원이 그를 부축하여 일으켜주었다. 아라는 여전히 돌사진속의 리현상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어데선가 노래소리가 울려오는듯 싶었다. 빨찌산의 노래, 대오가 흘러가고있었다.

태백산맥에 눈내린다

총을 메여라 출진이다

리현상사령관이 지리산에서 1 000여명의 대원들을 인솔하고있었다. 대오속의 낯익은 얼굴들이 아라를 보고 소리쳐불렀다.

《아라- 돌아왔구나.》

《어서 와, 빨리 대오에 들어서라!-》

그들은 이렇게 웨치고있었다. 그리하여 아라는 그들과 또 나란히 서게 되였다. 43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은 아라를 잊지 않았고 반겨맞으며 영광스러운 대오에 불러주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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