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신간-유미리 방북기]“평양엔 가족애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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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엔 가족애가 살아 있었다” | |||
[신간: 평양의 여름휴가]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의 방북기 | |||
기사입력: 2012/11/04 [02:3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
[다음은 지난 2월 9일 서울 자택에서 체포 구속된 이후 국정원과 검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및 고무 찬양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인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편지로 보내온 기사입니다. _편집자] 15살에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집을 나와 극단에 들어간 소설가로 유명한 재일교포 유미리 작가는 해체되어가는 일본의 가족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족문제를 다룬 소설을 써 일본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최근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하여 따뜻한 가족의 정이 살아있는 사회임을 그녀만의 섬세한 심리묘사 등 매력적인 문체로 잔잔하게 그려낸 기행문이 <평양의 여름휴가>(사진)이다.
그렇다면 남은 행복은 동물적 쾌락뿐이라는 말이다. 유미리 작가는 사람 행복의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르는 이 가족의 행복을 어떻게 가꿀 수 있는지 찾고 싶어 그렇게 소설을 통해 모대겼음이 이 기행문에 잘 나와있다. 소설을 쓰면서도 그 해답을 확실히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작품을 쓰고 나면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정신과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했다고 기행문에서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그런 중에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 유미리 작가가 가장 감동을 받은 장면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보내온 금은 보화 선물로 가득찬 국제친선전람관이나 유명한 옥류관 냉면, 최근 지은 만수대 살림집 아파트가 아니라 대동강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안아주며 달래주던 청년, 사탕을 볼이 불쑥 나오게 어린 소녀 입에 넣어주고 다정히 손잡고 산책을 즐기는 할아버지, 을밀대에서 가족사진을 조금이라도 멋있게 찍으려 애쓰는 젊은 아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평양에 갈 때마다 친절하게 안내해준 북측안내원들의 가족 사랑의 이야기였다. 유미리 작가는 이런 모습에서 남다른 감동을 받았음을 자신의 체험과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어 통역을 해준 북의 젊은 일본어 교사가 자신의 초등생 아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아들은 능청스런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특징이 있었는데 북의 교사가 “너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며 엄마 앞에서 매섭게 지적한다. 그런데 유미리 작가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 좋아한다. 자신이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쓰고 밥까지 굶겼다가(아들은 대식가임) 아동학대법으로 몰리기까지 했던 일화도 소개하며 ‘속이 다 후련하다’고 까지 기행문에 적고 있다. 10여일 간 여행을 마치고 헤어질 때 북의 그 교사는 유미리 작가의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슴 아파 밤새 잠을 못잤다고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티없이 맑은 마음으로 진정 걱정을 했기에 거짓말하는 아이를 혼냈던 것이다. 그 북녘동포들의 진심이 유미리 작가를 감동시켰던 것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정신적 고통도 평양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잠도 매번 그렇게 푹 자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는 것이다. 루이제 린저 여사도 <또 하나의 조국>이라는 북한 방문기에서 북녘에 살아있는 인간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정신병자, 청소년 범죄가 거의 없는 점에 크게 주목하면서 북 관계자들에게 아무리 물질문명을 발전시키더라도 이 정신적 가치는 훼손하지 말고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당부하였다. 사실 그렇다. 물질문명이야 먹고 살 정도면 그만이다. 그 자체는 인간에게 어떤 행복도 주지 못한다. 단언하건데 이웃간에 정과 가족사랑이 살아있던 가난했던 7-80년대와 소나타를 몰고 방 세칸짜리 집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삶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주저없이 70년대 고향을 선택할 것이다. 북이 경제발전을 하더라도 제발 유미리 작가의 불면증을 단번에 씻은 듯이 낫게 한 그 인간의 따뜻한 정, 함께 하다보면 저절로 느껴지는 그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정만은 절대로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품게 해준 책이 <평양의 여름휴가>이다. 오직 유미리 작가만이 포착할 수 있는 평양의 따뜻한 풍경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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