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해>작가가 말하는 ‘광해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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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해>작가가 말하는 ‘광해와 노무현’
[인터뷰]"광해에서 노대통령 연상 바랬다..회원들이 끝까지 지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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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노무현재단의 회원이라면 전혀 낯설지 않은 말입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참여정부의 전시작전권 반환에 일부 군 장성출신 인사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이를 질타하는 사자후의 연설 중 던졌던 한마디 호통이었습니다. 그동안 자기 나라 군대의 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겨놓고, 이제 때가 되어 되찾아 오자는데도 반대하던 군 장성출신들의 무책임함과 사대주의를 질타한 말입니다. 가슴을 뜨끔하게 합니다.
얼마전 노 대통령의 이 호통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장면을 극장에서 만났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시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를 대신해 국정을 다스리던 하선(이병헌 분)이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사대주의에 찌들고 기득권 감싸기에 바쁜 대신들에게 벽력같이 일갈했습니다. 대신들이 사대국 명나라를 위해 백성들을 전장으로 내보내려하고,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덜어 줄 대동법 실시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진짜 광해보다 더 백성을 사랑한 하선의 본심이었습니다.
너무 반가왔습니다.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노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답니다. 어찌 이리 닮았을까요? 400년전 일이 어떻게 이렇게 지금과 비슷할까요? 백성들의 고혈을 빼먹고 ‘형님나라’ 명나라에 나라 팔아먹으면서 권력을 누리는1600년대 조선 중기의 서인 탐관오리들 그리고 제 이익에만 눈멀고 친일·친미하기 바쁜 부패하고 부도덕한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모습은 왜 이리 변하지 않을까요? 이런 장면을 이제 극장에서 1천만명 넘는 관객들이 봤답니다. ‘대박’입니다.
정말 <광해>의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이 장면을 넣었을까? 일부러 그랬을까?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 했습니다. 황조윤 작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답은 ‘네!’
<광해>에는 이 장면 말고도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또 있습니다. 중전을 내치라는 신하와 유생들이“나를 밟고 가십시오”라고 엎드려 읍소하자 광해(하선)가 말합니다. “조강지처를 버리란 말이냐!” 광해는 유생들의 등을 밟고 중전에게 달려갑니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전력시비로 수구언론의 공격을 받자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며 이를 넘어섰습니다.
황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이런 부분들이 ‘노무현에 대한 오마쥬(hommage: 존경의 표시)’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황 작가는 노무현재단과의 인터뷰에서도 “제 시나리오 상에는 (노 대통령을 고려한 부분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각색 과정에서 혹은 편집하시는 과정에서 오히려 압축되거나 삭제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연상되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지는 않았고, 제가 연상되듯이 영화를 보는 누군가도 연상하기를 바랬습니다.”
영화 <광해>는 이미 지난 10월 관객 1천만을 돌파해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얼마전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 15개 부분을 휩쓸었습니다. 황조윤 작가도 대종상 시나리오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광해>는 미국의 가장 유명한 아트하우스 극장인 ‘안젤리카 필름센터’와 파리한국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에서도 상영됐습니다. 도대체 이런 격찬과 흥행의 비결이 무엇일까요?
“천민이 왕의 대역을 맡을 수는 있지만, 진짜 왕이 될 수는 없겠죠. 하선의 ‘광해 되기’는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판타지가 대중의 마음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왕이 되어 위정자를 꾸짖고 왕 노릇을 더 잘하는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거죠. 특히나 대선을 앞둔 유권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군주의 도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이 ‘시대극에 첫 도전’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왕의 대역’이라는 이야기가 흔한 소재여서 고민했지만, 실존인물인 광해를 대입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색다른 차별점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입니다.
영화가 개봉되자 일부에서 ‘역사왜곡’이니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는 등의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수구언론에서는 영화의 작품성과 완결성, 흥행의 비결, 그리고 주인공 광해(하선)의 극중 의미와 비유 등은 덮어놓고 ‘역사왜곡’‘정치적 의도’를 부각시켜 영화를 깎아내리려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만들 때 (역사 왜곡 등의 문제는) 늘 고민되는 부분”이라면서 “이 영화에서 역사왜곡은 없고 상상력은 있었다”고 말합니다.
“<광해> 작업을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상업영화의 최종 목표는 재미와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도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영화가 되기 힘들겠죠. 역사적 사실과 재미 중에 무엇이 우선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후자입니다.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해선 안되겠죠. <광해>에도 역사를 왜곡한 지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부분이 있을 뿐이죠. 하선은 현재의 바람을 구현하기 위한 허구적 인물이란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광해>의 시간적 공간이 되는 15일, 하선이 진짜 광해를 대신 했던 그 짧았던 15일은 ‘승정원 일기’에서 비어있는 시간이었으니, 그 시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습니다.그게 영화고 예술이니, 황 작가의 말은 맞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대가 정치적 메시지를 요구하는 것이지 영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영화 <광해>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군주의 도를 이야기했지만, 시기적으로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광해>의 인기와 흥행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 스토리도 탄탄합니다.시대에 대한 공감도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고, ‘노 대통령에 대한 오마쥬’가 있어 감동을 더 합니다. 황 작가에게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물었습니다.
“특별한 인연은 없었습니다. 5년 동안 그분은 대통령이셨고, 저는 국민이었죠.”
또,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남들하고 같이 지지도 했고, 남들하고 같이 욕도 했습니다. 누군가 그런 얘길 하신 것 같은데,그 분이 돌아가신 후에야 그 분을 많이 좋아하고 있는 걸 알게 됐다고...제 마음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노무현재단 회원들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끝까지 지켜주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성재 노무현재단 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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