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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 대학가 술자리는 멘붕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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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0건 조회 1,629회 작성일 12-12-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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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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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멘탈붕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지켜본 20대들의 반응이다. 변화를 바라고 진보를 꿈꾸는 이들이 다수인 20대에게 이번 대선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생애 첫 대선 투표이거나 200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압승한 이후 맞는 첫 투표였기 때문이다.

대선 전, 2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진보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고의 화젯거리는 단연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 여부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50대 부모와 친척들이 문재인 전 후보에게 표를 던지도록 설득했다는 20대의 글이 쏟아졌다. 선거일 투표율이 고공 행진을 벌이자, '문 전 후보가 이겼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하지만 투표가 종료된 19일 오후 6시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를 점치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20대들은 '멘붕' 상황에 빠졌다. 박근혜 당선인은 개표 결과 출구조사보다 격차가 큰 3.53%포인트인 100만여 표 차이로 문재인 전 후보를 따돌렸다. 20대에게 대선 결과보다 충격이었던 것은 부모 세대 50대의 투표율이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의 89.9%가 투표장으로 향했다. "투표할 수 없는 사람 빼고는 모두 투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50대 표심이 대선 승패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20대 투표율은 65.2%에 그쳤다. 세대별 투표율 격차와 인구 구성 차이를 감안하면, 향후 선거에서도 50대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실업과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인 무기력감에 빠진 20대는 정치적으로도 부모 세대에 밀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1987년 대선 패배의 좌절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거일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결과 받아들일 수밖에"

대학생 김태진(25)씨는 19일 자정 문재인 전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날 술자리에서 문재인 전 후보 지지자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고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투표를 했던 2007년 첫 번째 대선은 처음부터 진 선거였지만, 이번 대선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투표 독려와 주변 설득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하지만 결국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에 좌절이 심했다, 그래서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 전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는 50대 중반의 부모와 친척들에게 문재인 전 후보를 찍으라고 설득했다. 김씨는 "문 전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공약했고, 또한 문 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집회에 나가서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에도 별 탈이 없을 것 같았다"며 "부모님께 아들이 대학생활이나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문 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끝내 설득되지 않았다. 

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경상북도와 강원도 출신이다. 50대 중반인 김씨 부모는 '박정희 시대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김씨는 "부모님은 고도성장기 젊은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인생이 나름 잘 풀렸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모가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인 점도 박근혜 당선인을 찍은 이유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모님은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3층 빌라를 가지고 있다"며 "문재인 전 후보가 당선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고 법적 규제가 심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모을 비롯한 50대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50대의 선택에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일 것"이라며 "하지만 20대와 50대는 부모 자식 관계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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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 19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박사모'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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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다... 20대 투표율 급격히 상승

소중한(24)씨는 50대의 선택 이면에는 '노무현의 실패'라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의 50대는 10년 전인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득표율 47.9%)보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48.1%)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하지만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 50대의 62.5%가 박근혜 당선인을 뽑았다. 

소씨는 "이번 대선은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으로 치러졌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문 전 후보가 친노 세력이라며 강하게 공격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게 크게 실망했던 50대, 그 중에서는 중도층은 친노가 싫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무(24)씨는 50대가 점진적인 복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에 다니는 자식을 가진 50대는 문 전 후보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선호할 것 같았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반값 등록금 등 복지가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50대는 복지 실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고, 제대로 쓰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지역 구도가 다소 옅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전북 득표율 13.22%, 전남 득표율 10%)을 기록했고, 문 전 후보는 부산에서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29.85%)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39.87%의 표를 얻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예외였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경북에서 21.65%의 표를 얻었지만, 문 전 후보는 18.61%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한 전국 17개 시도 중 20대로부터 '유이'하게 박 당선인이 문 전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곳이 대구와 경북이다. 권아무개(27)씨는 "대구에서 건축업을 하고 있는 부모님은 박근혜 당선인을 찍었다"며 "새누리당 대통령이 나와야, 대구에서 건축사업을 하는 데 일거리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결과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대선의 20대 투표율은 65.2%였다. 이는 16대, 17대 대선보다 각각 8.7%포인트, 18.6%포인트 오른 것이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50대 투표율은 16대, 17대 대선과 비교해 각각 6.2%포인트, 13.3%포인트 올랐다. 20대에 비해 증가폭이 적었다. 

소중한(24)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기 때문인지, 대선 결과가 너무 싫었다"며 "그렇다고 앉아서 50대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투표율을 50대 투표율과 비교하지 말고,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비교하면 투표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꼭 절망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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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구청 지하 1층에 마련된 투표소앞에 20~30대 젊은이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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