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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의 딸에게 쿠바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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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민
댓글 1건 조회 1,667회 작성일 12-12-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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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를 만났다. 그녀는 쿠바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다며, 쿠바는 국민이 모든 생산물의 주인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상 의료 시스템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부른 바 있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뒤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다 사살된 게바라의 딸이 한국에 왔다. 여전히 “혁명 안에 살고 있다”라는 그녀,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52)의 방한은 민간단체인 한·쿠바교류협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는 ‘나의 아버지 체 게바라’라는 제목으로 서울대와 <부산일보>에서 강연을 했다. 그리고 방한 둘째 날이던 12월1일, <시사IN> 기자와 만나 쿠바와 혁명,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겠다. 하지만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란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인다. 당신을 생소해할 한국인에게 당신의 삶을 요약해달라.

(웃으면서) 나는 쿠바 여자다. 쿠바 혁명기에 공부하며 자랐다. 소아과 의사이고, 공산당원이다. 두 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시사IN 백승기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위)는 쿠바는 독재 사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강연 중 쿠바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의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아버지도 의학을 공부했는데, 그 영향을 받았나?

아버지와 나는 많이 다르다. 아버지는 남자고, 나는 여자다. 아버지는 젊을 때 돌아가셨고, 나는 그보다 더 살고 있다. 인간적으로 보자면, 아버지가 나보다 더 완성도가 높고 더 존경받을 만하다. 다만 아버지는 의사로서 보낸 삶이 그리 길지 않았다. 게릴라였으니까. 나는 의사로서 일을 더 많이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사실 총도 잘 쏘긴 한다(웃음). 그렇다고 전쟁에 참여한 적은 없다. 전쟁 중인 나라에 있어보긴 했다. 하지만 의사로 참여했다.

어느 나라인가?

니카라과와 앙골라에 있었다. 이데올로기 측면으로 보자면 나는, 아버지와 같다. 아버지를 좇아가고 닮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멀리 있다.

의학 중에서 소아학과 알레르기학을 전공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외국에 나와 있으면 아이를 껴안고 뽀뽀를 하고 싶어 쿠바가 그리워진다. 어린이와 일한다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다. 알레르기학은 내가 우리 사회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다큐멘터리 <체 게바라: 뉴맨>의 한 장면.당신의 아버지는 혁명가였다. 당신도 혁명가라고 생각하나?
쿠바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한 여자가 나에게 혁명과 아이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혁명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이 아이들이 내가 자라온 그 혁명 안에서 자라길 바란다”라고 대답했다.

20세기에 체 게바라가 본 중남미와 21세기의 중남미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근 라틴아메리카에 눈을 뜨는 움직임이 있다(편집자 주:모호한 표현이지만 알레이다의 말 그대로 옮겼다.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이나 정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전 시대 우리 아버지와 다른 동료들이 이 움직임을 만든 주체일 수 있겠다. 이 둘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19~20세기,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의) 독립운동 때부터 자신들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쌓아온 이야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21세기의 이 움직임은, 결국 그동안 쌓여왔던 움직임에 답하는 것이다.

서울대 강연 중에 쿠바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고 했다. 

맞다. 쿠바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다. 우리가 큰 나라 사이에 끼어 있고, 큰 나라가 우리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전날 강연에서 쿠바는 독재 사회가 아니며 쿠바의 인민들이 자발적 선택으로 사회주의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그럴까?
쿠바는 미국이 원치 않는 사회를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산하는 것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무상 의료 시스템이 그 예다. 우리처럼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무상 의료를 이뤘을까. 사실 국가가 이 일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쿠바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것의 주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자발적인 무상 의료가 가능한 것이다(편집자 주 : 실제로 쿠바의 무상 의료 시스템은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입는 것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혁명 이전에 우리가 가진 자원을 훔쳐갔던 건 누구일까. 미국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쿠바처럼 주권을 되찾으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우리를 경제적으로 봉쇄하고 쿠바 혁명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이유이다.

쿠바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꼽아보자면?

제일 좋은 건 방금 말한 무상 의료이다. 교육도 무상이다. 내용도 아주 좋다. 의료와 교육은 모든 이에게 접근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은 교통이다. 아주 엉망이다.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교통 사정도 엉망이고.

마침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체 게바라: 뉴맨>이 개봉했다. 여기서 ‘뉴맨’은 무슨 뜻일까? 

뉴맨…. 우리 인간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이를 지속할 만한 능력이 있다. 사회에서 더 유용한 인간이 돼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하고, 더 정직해야 한다. 

당신이 2004년에 쓴 책 <그곳을 걷는 사나이, 차베스(Chavez un hombre que anda por ahi)>와 2006년 저서 <희망의 씨앗(Simiente de la esperanza)>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그곳을 걷는 사나이, 차베스>는 인터뷰다. (기자를 가리키며)내가 당신의 위치에 있었다. 첫 번째 파트는 베네수엘라 안에서 움트는 혁명의 움직임에 대한 질문이었다. 두 번째 파트는 차베스 개인의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주 재밌었다. 차베스는 아주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조부모에게 받은 덜 익은 파란 파파야를 체로 갈아서 설탕을 뿌리고 말린 뒤 그걸 팔아서 번 돈으로 신발을 사 신었다. 식물에게 물을 줄 때도 ‘너 물 먹을 시간이 되었니’라고 말을 걸도록 교육받았다. 나는 이 책을 차베스의 할머니 로사에게 헌정했다. 손자 차베스가 여전히 할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은 어떤 내용인가? 

브라질의 ‘땅 없는 사람들의 운동(MST· Movimento sem Terra)’을 소재로 한 책이다. 이 운동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프로젝트이다. 브라질은 큰 나라다. 그런데 비옥한 토양 중 80% 이상을 상류층 27가구가 소유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넓은 땅이 놀고 있다. MST는 토지 개혁을 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노는 큰 땅을 점유해서 경작한다. 정부로서도 이런 휴면지를 차지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결국은 땅을 주게 된다. 토지 소유주의 살해 위협 등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했다. 땅을 차지한 사람들이 재배하는 작물은 세 가지다. 자신이 먹을 것, 판매할 것, 여기에 아직도 땅을 차지하지 못한 이들에게 줄 작물까지 키운다. 또 가공식품을 만들어서 사회에 더 많이 환원할 수 있도록 한다. 땅을 존중하기 때문에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 경작을 한다. 여러모로 존경할 만한 프로젝트이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방한 첫날, 한국의 첫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느낄 겨를도 없이 바빴다’고 했는데, 오늘도 바빴나?(웃음)

바빴다(웃음). 하지만 내일은 한국의 고궁을 돌아보기로 했다. 건축양식을 보거나, 시골 농부가 사는 집을 본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면서 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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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님의 댓글

세뇌 작성일

이런 사람들이 와서 하는 말들을 들어도
한국인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대부분이 잘 모른다.

세뇌된다는 것이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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