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4.19 -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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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낮. 한국은 이제 4월 19일 새벽이 됐겠군요. 제 1공화국이 자유당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이기붕을 당선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봉기한 것이 1960년의 일이니, 혁명 발발 53주년 기념일이 되겠군요. 박정희 정권에서는 이 혁명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4.19 의거라는 이름으로 불렀지만, 민중이 주체가 되어 당시 정권을 바꾼 것이니 의당 혁명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선거, 그리고 이어지는 혁명. 그때 세대들은 무얼 믿고 그렇게 함께 어깨걸고 혁명의 전선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요? 경찰의 발포로 인해 다치고 죽어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분노하고, 함께 스크럼을 짤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것은 우선 이승만정권의 학정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것이고, 정권교체의 열망이 전 국민의 가슴에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 4월의 함성은 새로운 열망을 담을 그릇인 제 2공화국을 만들어냈지만, 안타깝게도 1년 후 발발한 군사쿠데타로 인해 이 혁명은 결국 '미완의 혁명'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나서 겪었던 세월을 되짚어볼 필요도 없이, 역사의 아이러니는 그때 쿠데타를 일으킨 주역의 딸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 되어 있는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명, 그때의 민중들보다 정치적으로 깨어 있었던 시민들이 그때보다는 절대 다수일 것처럼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그때 쿠데타를 일으킨 인물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또 어떤 까닭일까요? 그만큼 보수의 탈을 쓴 친일 부역 세력들이 정권유지를 위해 온갖 폭압을 저질러 왔고, 그것이 학습된 폭력으로 내재화되면서 우리에게 패배의식을 선험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흥미있게 보고 있는 뉴스 매거진 뉴스타파 M 제 4회에서 다뤘던 '간첩 조작'은 저들이 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해 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때에도 간첩으로 몰렸던 납북 어부들이 간첩이 아님을 알면서도 감히 말을 못했던 공포, 진실을 밝히면 온갖 탄압이 뒤따라오는 그런 세대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정권의 폭력에 아무런 말을 못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마치 진실인 양 학습받아야 했습니다. 세월이 오래 흘러 민주정권이 들어서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동안 밝혀진 과거사의 진실규명을 통해서 구제받은 사람들도 있고,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를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권이었고 인고의 세월을 기다리며 '좋은 세월'을 만난 사람들의 특혜였습니다.
특히 인혁당 사건같은 명백한 사법 살인까지 저질러지는 광기와 폭력 속에서 사람들은 침묵해야 했고, 강요당한 침묵 속에서 믿기를 강요당한 거짓들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진실인양 그 사실 여부가 바뀌어 버린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 5년은 그나마 그 전의 10년간 힘들게 다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시 허무는 짓거리의 반복이었고, 민주정부 이전에 당했던 권력의 횡포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겐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반동은 '정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자기들이 그런 세월을, 그런 삶을 너무나 오랫동안 살아 왔기에, 그것에 너무나 익숙하니까.
이번 선거도 국가 권력이 동원되었고, 그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정황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특검을 임명해 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정한 몸짓이라기보다는 한번 밟아버린 국정원을 완전히 밟아 권력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보다 확실하게 선점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검찰이란 기관이 지금껏 보여준 비상식적인 파행과 만행 때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으로서 분노할 수 있는 정신과 힘, 그리고 권리를 되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됩니다. 4.19 혁명은 정권을 끌어내린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초석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4.19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4.19를 부정했던 이 세력들이 계속해 집권하며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게 놔둔다면, 그것은 나중에 이 4.19의 의미조차 퇴색되어 혁명이 아니라 폭동으로 격하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헌법의 부정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부정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분노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려는 세력들,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꿔놓은 자들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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