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한국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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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여는데 속보가 뜹니다. 북이 개성공단협에 10일까지 철수를 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날짜를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오늘이 이곳 시간으로 4월 3일. 그러면 한국은 4일일테니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주고 무조건 철수를 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이로서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이뤄 놓은 평화의 초석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셈이 됐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속보를 보고 나서 바로 한 두어 시간 후에 인터넷에 자막뉴스 하나가 더 뜹니다. 오보며 와전됐다고.
아무튼, 며칠 전, 이곳에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방문해서 교민간담회를 통해 개성공단이 제대로 돌아가는 한 남북 전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는데, 지금 어떤 입장이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의 말씀대로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은 대남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이미 정전협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했으니 휴전은 '테크니컬리' 깨졌다고 보는 게 맞긴 하겠습니다만. 남북간의 긴장도가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위험하다는 것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에서도 나온 말입니다. 위기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지금 평화를 지켜야 하는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을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고 예단하거나 결론짓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로켓 발사와 인공위성 궤도 진입을 통해 핵 미사일 추진체가 있음을 보여줬고, 그 다음엔 소형 핵을 실험해서 핵 미사일을 만들 기술이 있음도 비쳤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긴장의 강도를 높여 오면서 미국에게 양자대화로 가자는 요구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북의 요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대응은 B-2 스텔스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는 거였습니다. 북이 '이것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나온 것이 일련의 개성공단 관련 발언이었고, 이번에 철수를 요구하기 바로 직전에도 개성공단 진입 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서 다음 행보가 무엇이 될 지에 대해 미리 떡밥을 다 깔아 놓았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런 조치도, 외교적인 수사 하나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지요.
이번 개성공단 폐쇄 예고 조치는 단지 앞으로 있을 조치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 2차 한국전쟁의 발발로 봐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녀야 전쟁인 줄 알지만, 실은 외교야말로 피 흘리지 않는 진짜 전쟁입니다. 북의 공격은 이것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지금 당장 주식동향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개성공단의 폐쇄는 일단 많은 투자기업들에게 큰 손해,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힐 것입니다. 연쇄반응으로 주식은 폭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개성공단의 철수는 전쟁 여부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자국민 철수조치를 시키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언론에 발표가 된다고 쳐 봅시다. 그럼 주식값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땅값 어쩌구 하는데, 이런 경제적인 조치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 쓰레기가 됩니다. 그리고 시장이 요동치면서 주가 폭락이 될 것은 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다 투매하고 떠나겠지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한국에서 돈을 빼서 일본에 투자할 겁니다. 왜냐고요? 일본은 이미 전에도 한국전쟁 특수로 떼돈을 벌었고,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그짓을 안할 리 없겠죠.
한반도에 혹시 전쟁이라도 나면, 우리는 말 그대로 망하는 겁니다. 한국전쟁 직후의 잿더미밖에 남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는거죠. 혹여 더 '재수가 없는' 경우라면 핵전쟁으로 갈 수 있는, 정말 여러가지 리스크들이 다 한꺼번에 만나는 그런 상태가 될 겁니다. 그럴 때 어디가 제일 이익을 볼까요? 대한민국도, 북한도 아닙니다. 바로 '미국'이죠. 그리고 그와 맞먹는 정도의 이익을 보게 될 국가가 '일본'일 거구요.
전쟁이 나지야 않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그 경우에도 단지 개성공단이 폐쇄됐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더 나아가 예상해 본다면 미국이 자국민 소개령을 내렸다고 가정한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크게 휘청거릴겁니다. 1994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돈을 일단 다 뺐을 겁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자본이 다 빠져나가는 경우, 지금 구조에서 어떤 식의 위기를 불러올까요? 만일 북이 이런 것들을 다 계산에 넣고 지금 개성공단에 대한 폐쇄 예고 조치를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전쟁 시작으로 봐야 하는 겁니다. 총알과 포탄, 미사일, 이런 것만 무기가 아닙니다. 외교적인 수사 하나하나가 다 무기이고, 물리적인 무기보다 더 중요한 무기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기 상황을 인식이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외교와 대북관계를 이전에 다 말아먹어 놓고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무궁화 대훈장을 스스로 수여함으로서 스스로 슈킹에는 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신 가카에게 먼저 이 책임을 다 물어야 하는데, 만일 이것으로 해서 국가적 위기가 몰려오고,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이 휘청이는 공황 상태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은 결국 박근혜 정부가 져야 할 겁니다. 물론 이명박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하겠지만.
북한은 그동안에 미국과 한국이 어떤 정치적 결단을 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좀 이 시국을 더 엄중하게 바라볼 것을 박근혜 정부와 그 정부의 고위 관리라는 사람들, 그리고 그 옆을 둘러싸고 있는 병풍 정치인들에게 요구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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