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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애틀 경기 진작 위해 애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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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6,002회 작성일 13-05-0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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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경제의 가장 큰 기둥은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사실 이 두 기업은 시애틀 뿐 아니라 전체 워싱턴주의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 기업들이고, 실제 보잉은 이 주에서 단일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잉의 일희일비는 곧 워싱턴주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그다지 큰 오류는 아닐 성 싶습니다.  한 주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한다는 것은 결국 그 주에서 원천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한 회사가 담당한다는 것이고, 그런 이유 때문에 워싱턴주의 경제풍향계는 늘 보잉의 부침에 따라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보잉사는 세계 최대의 민항기 제작업체로 유명하고, 또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는 분야가 민수용항공기 분야이긴 하지만 사실 알짜는 군수 쪽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보잉사가 요즘 속으로 웃음을 감추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또 이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지금껏 미뤄왔던 보잉사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캐나다 공군이 지금껏 고려해왔던 록히드 마틴 F-35 제작 계획에서 빠지고 자국 공군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수의계약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F-35 기종의 개발을 추진해 온 미국으로서는 물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고, 더 나아가 여기에 투자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던 주요 국가인 캐나다가 빠지게 됨으로서 F-35 스텔스기의 개발계획은 단지 물건너 가게 된 것 뿐 아니라, 이에 참여했던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까지 물어주거나, 더 심하면 사기라는 말까지 들을 수도 있게 된 겁니다.

 

이 기종은 우리나라의 차세대 전투기 후보기종의 하나입니다만, 문제는 개발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전배치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고, 실제로 현재 경쟁입찰에 붙어 있는 다른 기종들, 예를 들어 유로연합의 유로파이터나 보잉의 스트라이크 이글은 당장 실전배치가 가능합니다. 또 지금까지 강조되어 왔던 스텔스 기능의 경우, 고성능의 패시브 레이다의 개발로 인해 그 은밀성이 별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이 F-35 개발에 들어간 돈(560억달러 정도로 알고 잇습니다)이 그냥 날아가게 된 것이고,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던지 접던지를 확실히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해법을 찾아 전전긍긍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캐나다 역시 불확실한 F-35 보다는 지금까지 써 오던 호넷 기종의 최신판인 수퍼 호넷으로 업데이트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공산이 높아졌고, 당연히 호넷 시리즈를 생산하는 보잉으로서는 좋아서 입이 찢어질 판입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들은 바로 워싱턴주의 집값 동향으로 나타나게 되지요. 지난해 동기대비 킹 카운티 주택 가격이 꽤 뛰었습니다. 아직도 부동산경기가 어느 지역들에서는 계속 침체인데도 이렇게 떠오르는 별이 되는 지역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산 사업들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애틀의 보잉사 직원들이 많이 찾는 인근 벨뷰나 에버렛 근처의 집값들이 뛴다는 것은 그만큼 보잉사가 직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고, 나아가 '시장의 동향'이 보잉사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무장관도 배석하지 않는 회담이 이뤄지고, 더 나아가 미국 도착할 당시 미국의 어떤 고위관리도 나와서 영접하지 않은 '갑을외교' 의 전형이 되어버린 이 상황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좀 씁쓸하지만 과거 광해군을 밀어내고 인조를 왕으로 앉힌 '인조반정' 후에 중국에 정통성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은 푸대접, 그리고 이를 통해 긴장감을 높인 후, 미제 무기 받아주면 정통성 인정해 줄 거라는 드립을 치는 전형적인 갑을 세일즈 외교가 되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전투기 기종 확정은 당연히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의도대로 F-35 계획을 밀어붙이려면 우리가 봉이 되어 돈을 대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제품 하나라도 나와야 하는 상황이고, 차세대 전투기 계획의 현재 일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거죠. 아니면, 차세대 전투기는 보잉의 스트라이크 이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왜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저만큼 푸대접하는 결례를 범했을까 하는 겁니다. 그들도 의전이 있고 절차가 있는데. 그것은 박 대통령을 맞는 데 뭔가 '의전이 필요없다'는 식의 인식을 자기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노출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위기의식을 발동시킨다는 것이죠.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미국이 이런 식으로 치졸하게 논다는 것 역시 그들의 동아시아 지역 영향력 축소에 대한 어떤 초조함이 배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겁니다. 

 

중국이 확실한 맹주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된다면 그 뒤의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한국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한다면, 인조반정 후의 조선이 어떤 식으로 망가졌는가에 대한 고민도 할 것이고,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정책이 얼마나 현명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인식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래저래,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과 인조반정이 자꾸 겹쳐 보이는, 그런 또 하나의 5월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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