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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6월 10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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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5,604회 작성일 13-06-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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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1987년의 뜨거웠던 그해 여름의 아스팔트 도로를 밟고 그 이글거림 아래서 최루탄과 곤봉으로 무장한 전투경찰들과 맞서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함께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을 겁니다. 박종철, 이한열을 필두로 해서, 그 여름을 달궜던 다른 얼굴들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익환 목사님, 백기완 선생님... 저같은 경우엔 함께 문화운동을 하던 다른 얼굴들도 많이 떠오르네요.

 

이 모든 사람들이 한데 뭉쳐 소리지르고 길을 막고 시위하며 민중의 엄숙한 분노를 보여줬던 그 행사의 절정이 6월 10일의 대회전이었습니다. 결국 전두환 정권의 항복선언이라 할 수 있었던 6.29를 불러온 기폭제가 된 이 날의 느낌은 제 마음 속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그 시간이 26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긴 하지만.

 

그 26년... 하긴, 그 이후로 제가 대학생이 되고, 미국에 오고, 이곳에서 23년을 살았네요. 충분히 그만한 시간이 흘렀을 것임을 계산하면 인지하지만, 그렇지 않고 마음에서 바로 꺼내면, 그것은 정말 엊그제처럼 생생합니다. 함께 옆에서 비닐 랩에 치약을 묻혀 얼굴이나 코 근처를 덮으면서 매캐하고 계속 화끈하고 따갑던 최루탄 기운을 지워보려고 했던 사람들, 그 고생을 하면서도 연신 구호를 외쳤던 '바로 옆자리의 그사람'들이 생각납니다.

 

26년전 우리가 벌였던 싸움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싸움이었을까요. 저는 그랬다고 믿습니다. 거의 봉건사회에 가까웠던 한국사회를 다시한번 뒤흔들어 놓고, 자유를 향한 열망을 분출했던 날, 그 '셰이킹'은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한 열망으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운에 스스로 놀란  우리가 그 기운을 모두 제대로 분출시키지 못한 것은 결국 훗날 노태우 집권이라는 한을 남기고 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87년 6월에 걸었던 빛나는 길의 경험은 지금 우리나라가 그나마 이만큼까지 오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지금, 그와 똑같은 양상은 아니라도, 이 사회는 역사 안에서 시민들에게 그때 깨어났던 것처럼 다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라는 형태로 극단까지 달려간 지금, 우리들의 각성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26년 전, 우리가 얻었던 그 희망은 지금의 사회를 겨우 이 정도로 만들, 그런 것은 아니었잖습니까. 레미제라블에서 보듯, 혁명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며, 군부독재를 밀어내고 이뤄낸 진정한 현대 민주화의 역사가 채 30년도 되지 않는 우리는 그 길고 길 혁명의 역사를 이제 겨우 열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일상안에서의 계란으로 바위치기들이 계속되면서, 강고하기만 했던 바위는 갈라졌다는 것 아닐까요.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고, 또 그 자체로 너무나 강고하기에 바위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지언정, 우리가 저항하는 방식은 많이 틀려졌습니다. 오히려 투쟁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무관심이 더 무서운 적이 됐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기억은 관심을 깨어있게 합니다. 6월 10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그 날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언젠가는 꼭.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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