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저들의 저열한 역사인식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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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간첩 날뛰는 세상보다는 유신때가 좋았다"는 말을 해서 물의를 빚은 모양이군요. 그것이 비록 '국민들로부터 그런 말이 있다'는 형식을 빌어 제 3자의 말처럼 하긴 했지만, 이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생각이겠지요. 그리고 이것은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되어 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우울해집니다. 이런 이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오고 있다는 것, 그때 그 인물들이 현 정권의 요직에 앉아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의 근원이 어디인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강헌 선생의 강연을 팟캐스트로 들으면서,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이 바로 '반민특위의 와해'라는 부분에 크게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헌 선생의 말씀대로 국권은 빼앗길 수 있지만, 그것을 다시 바로잡는 과정에서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가 안고 가야 하는 모든 갈등의 뿌리가 됐고, 그것이 지금껏 사회의 독소가 되어 대한민국은 우리로부터 진취적인 기상을 빼앗아 버렸고, 기회주의가 득세했고, 자신의 영달을 쫓아온 인간들이 호의호식하고, 친일파 날강도들의 자손들이 과거에 자기 선조의 땅을 빼앗겼다며 소송을 걸어 국가로부터 친일의 댓가를 획득해 가는 나라가 됐습니다.
자신의 기회주의에 영합하여 권력을 잡은 자들이 칭송받는 나라가 건강한 나라일 수는 없겠지요. 심지어는 그들의 친일 부역 행위를 원천적으로 감추기 위해 아예 교과서를 바꿔 어린 새싹들에게 역사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려 하고, 이미 역사 안에서 독재정권으로 평가받은 정권이 남발했던 지역감정과 매카시즘의 인식을 다시 꺼내들며 상식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간첩'으로 뭉뚱그려 매도하는 등, 유신의 추억에 젖어 있는 '그때 그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서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겠습니까? 이들이 '유신때가 좋았다'고 말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들에게 민주화, 그리고 주권재민이라는 것은 사실 그들의 관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라는 것이 손병두의 발언을 통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들에겐 분명히 권력의 원천이 국민이란 개념은 없습니다. 이들에겐 '시민'은 위험하고,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입니다. 이들에겐 봉건 개념의 '백성'이 필요할 뿐입니다. 손병두씨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통해 드러난 저들의 역사인식은 저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드러냅니다. 그 때문에 '조직된 깨어있는 시민의 힘'은 더욱 중요하고 이 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몰상식을 몰아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강조돼야 할 부분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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