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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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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11회 작성일 13-11-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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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배달구역 변경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멘붕에서 조금씩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것, 열심히 하자 하면서 늘어난 길이와, 전혀 다른 주민들의 이름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워낙 되지 않은 배달구역을 맡았기 때문에, 이름들도 새로 써 넣어 가면서 외우는 이름들도 늘어가고, 이 구역에 사는 주민들도 천천히 얼굴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던 건, 지난 세 주 동안 새로운 이름들을 많이 익혀서 우편물 분류 작업이 비교적 일찍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이 되지 않아 늘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나오다가 세 시간을 당겨 아침 열 시에 배달을 시작하기 위해 길로 나와 이 좋은 햇볕 아래서 우편물을 돌리고 있으니 만사가 다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까지도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토요일답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지난 몇 주 갖지 못했던 여유를 다시 느끼기조차 했습니다.

 

멘붕에서 탈출하는 데 걸린 시간이 거의 3주군요. 역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그리고 경험은 사람을 성장하게 해 준다는 것은 진리에 가까운 듯 합니다. 내가 여기에 치여 마음이 무거웠으나,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했을 때, 그 일종의 용기? 혹은 근성? 이런 것이 그간의 경험과 맞물려 일을 마칠 수 있는 어떤 지혜가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소포에 배달구역으로 눈으로 바로 볼 수 있게 표시를 하고 - 그동안 배달했던 곳은 아예 이름만 봐도 이 소포가 어디에 사는 누구에게 가는지 바로 눈으로 그려질 정도였으나, 전혀 새로운 곳에 배달하다보니 - 마음 속으로 스트릿을 구역으로 나눠 번호를 매겨 놓고... 하는 식의 지혜가 늘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점점 기억하는 이름들도 늘어 가고. 

 

우리 모두가 사실 지난해부터 멘붕에 시달려 왔습니다만, 우리도 역시 지금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기에 엮어서 해 봅니다. 점점 상황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에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제도가 필요한건지, 혹은 이걸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금의 정권이 지속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런 생각들이 듭니다. 그간 시민들이 이명박 재임기와 박근혜 집권 1년을 지나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의회민주주의가 똑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보면서 야당이 폭주하는 기득권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기득권의 일부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고, 여기서 지금의 체제가 과연 국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멘붕을 극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은 열을 받으면 비등점에 이르러 완전히 펄펄 끓어버리기 직전가지는 조용히 일렁거릴 뿐입니다. 시민들의 분노에 계속해 열을 가하는 저들은 지금 깨어있는 시민들이 비등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어떤 계기로 비등점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대중이 끓어오르기 전에 사퇴하라는 천주교 측의 요구는, 오히려 사회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이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우리의 길은 무엇일까요? 멘붕은 힘들지만, 그것은 반드시 그 상황을 타계할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 지혜가 현실을 이끌어가는 에너지로 전화할 수준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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