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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없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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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10회 작성일 13-11-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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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화요일. 오늘 미국은 보통선거일 General Election Day 이었습니다. 주민투표를 통해 중요한 주민 발의안들도 통과 여부가 갈리게 되고, 지방의 관리나 심지어는 판사와 검찰총장 등도 선거를 통해 뽑습니다. 올해 시애틀은 시애틀 시장 선거 등 굵직한 선거들이 몇 개 있어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만큼 뜨겁진 않더라도 일반 선거 치고는 상당히 뜨거운 편입니다. 매년 11월 첫째 화요일에 치러지는 이 주민투표는 5월의 중간선거를 거쳐 올라온 결선자들끼리 격돌하는 선거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이 제도만큼은 우리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그러나, 선거의 열기에 묻혀 지나가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1916년, 지금 보잉사의 항공기 공장과 군함들의 무기고가 있는 에버렛이라는 도시에서는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연철가공 노동자들의 다섯 달 이상 이어진 파업을 지지하려고 IWW(세계산업노동자)라는 단체가 시위대를 이뤄 에버렛 항구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데, 경찰과 지역 구사대가 이들에게 총격을 가합니다. 시위대 중 일부도 이들에게 응사를 했고, 이 때문에 두 명의 경관과 최소 다섯 명 이상의 무고한 노동자가 숨지고 수백명이 체포됐습니다. 노동절의 기원이 된 시카고 헤이 마켓 사건과 더불어 이 사건은 이후 미국 노동운동사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힙니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분명히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있는 저는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앞서서 살아나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덕에, 지금 저는 비교적 편안하게, 또 공정하게 내 노동의 댓가를 받고 그것으로 내 삶을 영위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과 아내의 행복을 지키고, 그러면서 내 자신의 삶을 뭔가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동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노동의 댓가를 당당하게, 또 충분히 받고 있는 것 때문입니다. 노동은 개인적으로는 내 삶을 만들어내는 도구임과 동시에 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무엇입니다. 

 

따지고 보면, 시애틀의 아시안들에 대한 관용은 과거 쿨리로서 미국의 철도를 건설했던 노동자들이, 대륙 횡단 철도가 완성되자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자기들이 피를 흘려가며 이 땅에 살 권리를 쟁취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민주주의 역시 그렇게 피를 흘리며 쟁취해 낸 권리들입니다. 그 피값 때문이라도, 우리는 더 행복하게, 더 윤택하게 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정치에 대해 관심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의 삶을 결정합니다. 내 미래, 내 권리, 이런 것들은 조작된 이미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내가 참여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꿈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저 아무생각없이 내게 주어진 참정권을 아무렇게나 행사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요즘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그렇게 우리의 선배들이 힘들게 쟁취한 한국의 민주주의, 지금 어디 갔습니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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