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녀 동상 철거 논란으로 느끼는 국격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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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요청하는 백악관 청원에 대한 호응이 10만 이상의 서명자를 모아, 조만간 백악관이 여기에 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군요. 이 청원 사이트는 우리나라 네티즌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뉴스에서는 이같은 황당한 청원이 불과 3주만에 10만 이상의 서명을 받은 것이 미국 내 극우 일본인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보지만, 저는 이것이 아마 한국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일본 문화에 대해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일본 정부나 극우단체들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극우 일본인들이나 혹은 그런 단체나 개인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서 저는 다시한번 이른바 '국격'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내에서 종군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동상들이 추진되고 세워진 시기를 보면, 2007년 미국의 마이크 혼다 민주당 하원의원의 발의함으로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것의 제막은 2013년이었지만, 꽤 오랫동안의 준비를 거쳐 마련된 것입니다.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는 개인과 단체들의 힘이 여기에 들어간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이뤄지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지금 오바마 정부의 스탠스로로서는 여기에 확답을 주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른바 신 한미일 삼각동맹을 내놓고 이야기하며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려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것이나, 한국과 일본의 감정의 골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 최근 아베의 신사 참배에 대해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가 보여준 대응에 미국의 곤혹스러움이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만 - 민주당 행정부는 그들의 입장에선 '극히 사소한' 문제가 자기들의 전략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난처해 할 것입니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정부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즉각 성명을 내고 일본과 그 극우 세력들에 대해 꽤 강경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만일 노무현 정부였다면 어떻게 반응했었을까요. 지금처럼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하진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진짜 미국의 맹방인지 아닌지 하는 것의 여부도, 아마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여부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으면 딱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사실 이 문제도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이명박이 임기 막판에 지지율 회복용으로 느닷없이 독도를 갔다 오고 나서부터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도대체 곳간의 쥐 한 마리가 어떻게 집안을 망가뜨려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임기초 이른 바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느닷없는 독도 시찰까지, 진정한 철학이 아니라 정치용으로 벌인 쇼들과 뒷거래들의 결과들은 지금 정부의 발목도 함께 잡는군요.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살 길이 있다면 이명박 청산인데, 이것도 못하고 있으니 아무튼 둘이 처음에 이명박근혜로 불리웠던 것처럼, 그 '죄의 댓가'조차도 함께 받으려는 것인지... 사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이뤄지면 국격도 함께 올라갑니다. 김대중, 노무현 때의 한국을 세계에서 바라보는 눈길과 이명박근혜 시대의 한국을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해외에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위안부 상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를 보면서 저는 바로 그 '국격의 변화'가 이같은 반응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하긴, 저 세력들은 자기 친일 행각들을 감추기 위해 교과서까지도 갈아치우겠다는 마인드를 가졌으니, 어쩌면 지금 이 움직임을 속으로는 반길지도 모르겠군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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