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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대선, 그 1년 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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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5,621회 작성일 13-12-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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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해마다 그렇듯 많은 소포가 쏟아져 나올 때입니다. 그러나, 여기가 지금 오후 한 시 반인데, 우리나라는 오전 여섯 시 반이겠지요. 지난해 같은 시간, 그날 저는 참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그 시간대를 보냈습니다. 아마 이번엔 이길 거라고, 그리고 이명박 5년의 몰상식이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하루를 희망에 차 보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조금은 불안불안한 판세를 지켜보며, (이곳 시간으로) "내일 아침이면 웃을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하는 아내의 격려를 받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몇 번은 깼던 것 같습니다. 활짝 웃으며 국민들의 환호에 답하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을 생각하며 억지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저는 당선확정이라는 자막이 찍힌 화면에 호위를 받으며 달려가는 리무진을 봐야 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새벽에 출근하면서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하기조차 어려웠던 그 때가 문득 생각나면서 다시한번 살짝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나서 정확히 1년이 되어가는 순간, 지난 한 해동안을 덮었던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그들이 심어주려 했던 희망의 실체가 드러나고, 약속은 취소됐으며, 이젠 '안녕하지조차 못한' 것을 되짚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해의 그들이 가져간 '승리'라는 타이틀은 '쟁취'한 것이 아니라 '갈취'해 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자, 저들은 계속해 자기들의 반칙과 거짓을 가리기 위해 70-80년대식의 공안정국 날조와 자기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해쳐먹어야 할 것들을 모두 해쳐먹어야 한다는 자세'로 온갖 공공재의 사영화를 시도하고, 이를 막으려는 노동자들을 직위해제하는 것으로 모자라 구속까지 시키겠다고 하는 판입니다. 

 

희망은 절망이 됐고, 양파처럼 까도까도 계속 벗겨져 나오는 의혹과 불법. 그리고 이걸 어떻게든 가리려는 정권의 모습은 당선증 받은 지 1년 된 정권이라기보다는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권 쪽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들의 음모, 그것도 시대를 착오하고 저지른 음모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그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만. 그리고 이 시대가 아직도 '이명박근혜' 시대라고 뭉뚱그려 불리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물고 물리는 관계여서 결국 그 종말은 '공멸'이 될 것이 분명한 두 세력의 분리될 수 있는 고리가 바로 이 대선으로 딱 물려 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 몰상식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억지로 공안몰이, 즉 '종북 프레임'이라는 뚜껑을 덮어 꼭꼭 눌렀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김빼기를 하지 않는다면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그 압력솥의 기운을 빼낼 수 있는 건 아마 '이명박 구속'이라는 노즐을 열어 버리는 것일텐데, 그렇게 되면 이 모든 거짓의 고리가 마치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엮여 나올 것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저들은 어떻게든 열이 가해지는 압력솥을 그냥 껴안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은 저들이 안고 있는 폭탄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지요. 

 

1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허탈감들이 분노로 축적되고 있습니다. 놀랐다가, 허탈했다가, 답답하다가... 지금은 분노가 꽉 차 있습니다. 단 1년만에. 그리고 그것은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아마 '안녕하지 못한'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을 감정일 겁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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