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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그리고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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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60회 작성일 14-03-1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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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에 드디어 크림 공화국이 생겨날 모양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쪽은 친러시아여서 서방의 근심거리가 되겠지만, 딱히 서방에서 이를 제제하거나 막을 수단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양새는 크림 지역에서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겉으로는 전혀 이곳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푸틴은 역시 영리하고 무서운 정치가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오바마는 다시한번 뒤통수를 얻어맞게 됐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또한번 꺾이게 됐습니다. 

 

원래 이곳이 러시아의 땅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소련이 존재했을 때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편입됐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게 최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원래 발칸이나 크림 반도가 역사 안에서 늘 전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데다 그 불씨들이 늘 주변 강대국의 개입으로 생겨났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겉모양새로나 실제 내용 면으로나 이번 크림 공화국의 독립은 지금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해결방향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자치의회의 해산을 겁박하고 나섰으나, 사실 그들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해야 할 겁니다. 크림의 뒤엔 러시아가 있으니.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사실 내심 즐거워했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내린 학살 명령은 민중을 더욱 들끓게 했고, 친서방 성향의 키예프 시민들은 결국 야누코비치를 권좌에서 끌려내려오게 만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여기에 어떤 개입을 할 생각도 안 했고 오로지 즐거워하기만 했겠지요. 그러나 푸틴이 둔 체스의 다음 수는 절묘했습니다. 크림 반도에 군을 파견해 무혈 점령한 후에 아예 크림반도 자체에 '자발적인 친러시아 정권'을 설정해 놓는 저 절묘함이란. 

 

이곳은 러시아에는 실익이 있는 반면, 서방에서는 계륵조차 안 되는 곳. 결국 서방 각국이 어떤 명분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찰나에 러시아는-더 정확히 말하면, 푸틴은- 전략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자국에 이익이 되는 크림반도를 꿀꺽하시고, 동시에 반 러시아 정서를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경제적으로 고사시키고 동시에 아예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세력들은 이런 식으로 탈탈 털어버릴 수 있다는 전범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왜 흑해 연안 최고의 곡창이자 공업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이 꼴이 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구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땅에 남아 있던 핵무기를 갖고 러시아와 소유권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불가침 보장, 경제원조,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연료 공급 보장 등을 댓가로 가졌던 핵을 모두 자진 폐기한 바 있습니다. 핵 없는 우크라이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고, 러시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거의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사태를 눈으로 목격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서 핵포기를 우선 조건으로 거는 것이 저들의 입장에서 볼 때 불가능한 이유들이 여기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핵이 없다면 바로 이렇게 바보가 되어 버릴 거란 사실을 목격한 북한에게 핵포기를 요구하면 절대로 대화를 받지 않을 거란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히려 핵무장을 강화하려 들겠지요. 이미 북한은 핵을 포기했던 이라크나 리비아가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를 바라본 전례가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핵은 재래식 전력을 줄이고 이를 핵무장으로 대체하려는 김정은의 속셈도 숨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에게 핵은 정치적으로 자기들의 안전보장을 강화하려는 조치임과 동시에 경제적 토대를 닦기 위해서도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핵이 핵심인거죠. 그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국제사회로 나오려면 핵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북한과 대화를 아예 안 하겠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지요. 

 

최근 미국에서 보이는 일련의 일본에 대한 깎아내리기 작업들은 미국이 이제 늙어가는 호랑이로 전락했다고 판단하고 계속해 미국을 자극하는 일본에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맞을 겁니다. 아직도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범죄집단으로 몰아 한번에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많은 수단을 미국이 갖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북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금 현재 미국 시민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일본과 각을 세우며 Korea 와 연대하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는 셈이지요.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코리아' 는 자기의 입장에 따라서 그것이 '사우스 코리아'든, '노스 코리아'든 언제든지 자기들의 파트너가 되거나 에네미가 될 수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미국과 혈맹이라고 '스스로' 우겨도, 미국은 때때로 한국의 입장과는 딱히 결이 맞지 않는 정책들을 언제든지 자기들 마음대로 펼쳐 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세계는 골치가 아프게 됐습니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스스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고, 절대로 핵을 놓지 않으려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을 겁니다. 차라리 평화적인 통일을 더 일찍 이루고, 북한 핵을 우리 걸로 만들어 버리는 게 빠른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갔을 때, 후광이나 노무현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면 어떤 외교와 어떤 군사적 정책을 펴 나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요즘 한국에서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들의 한심한 행태를 보면서 느끼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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