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야전렬차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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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회
17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국방문을 며칠 앞두고 더욱 분망하시였다.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하시고 밤늦게 집무실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짧은 시간에 얼추 저녁을 굼때시고는 어제 보지 못한 문건들을 읽으시였다. 중국방문을 떠나기 앞서 어떻게든 보고 결론을 주거나 비준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문건들이였다. 반시간전에는 주치의사가 들어와 시간을 뺏기고나니 오늘밤 계획한 문건들을 다 보실것 같지 못하시였다. 혈압을 재여보고 진찰을 하고난 주치의사는 밤을 새지 말고 새벽까지만이라도 쉬실것을 간청하였다.
《일없소, 걱정마시오. 내 몸이야 내가 알지.》
그이께서는 웃옷을 입으며 빙그레 웃으시였다. 주치의사를 안심시키느라 하시는 말씀이 아니였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되여서 그런지 렬차강행군을 하신 다음에도 그리고 공장, 기업소들을 잇달아 련속 현지지도하시느라면 간혹 걷기가 불편스럽기는 했지만 겨울 한계절처럼 힘들고 이따금 가슴압박감이나 연한 동통이 오군 하던 부정적증상이 없어지였다.
밤늦게까지 정력적으로 일해도 그닥 피로감에 휩싸이지 않는것이 기쁘시였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정신적강인성이 겹쌓이는 육체적피로를 이겨내는 힘이라는것을 모르지 않으시였으나 어떻든 자신의 건강상태가 사업의 중하를 무난히 견뎌내고있다는것이 다행스레 생각되시였다.
인민을 위해 하고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몸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때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밤 11시경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안북도당위원회에서 올린 문건을 보시고 비준하고서 전화로 도당책임비서를 찾으시였다. 한드레벌을 비롯하여 토지정리를 잘한 평안북도농촌들에서 기계화비중을 높여 올해농사를 본때있게 지어야 한다. 봄철영농기로력이 모자라는것은 주둔지역 인민군부대들이 방조할것이다. 그이께서는 신의주시를 국경관문도시의 풍격에 맞게 잘 꾸리는 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시였다.
이어 그이께서는 외무성문건을 펼치시였다.
조선을 방문했던 《엘더즈》대표단의 귀환정형과 관련한 자료였다.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엘더즈》대표단은 북조선방문을 마치고 4월 28일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하였다. 《엘더즈》대표단은 외교통상부장관, 통일부장관을 만나 남측의 립장을 들어보았고 북조선과의 회담내용을 전달했으며 남조선당국의 요구대로 곧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터는 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 자기에게 보내신 구두메쎄지에서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와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수뇌상봉을 비롯한 모든 협상과 여러 갈래의 북남대화를 언제든지 진행할 준비가 되여있다는것을 언급하시였다고 하면서 미국과 남조선을 비롯한 모든 6자회담참가국들이 김정일령도자의 제의를 받아들일것을 원하였다.
카터는 남조선과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북조선은 《천안》호 수장사건이 자기들과는 아무런 련관이 없다는것과 인명피해가 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사과나 책임인정은 절대로 하지 않을것이라고 언급하였다고 말하였다.
카터는 인권문제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인권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이 먹을 권리를 보장받는것인데 미국과 남조선이 의도적으로 북조선에 대한 식량제공을 차단하는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인만큼 국제사회가 대조선식량지원에 적극 나설것을 강조하였다.
《엘더즈》대표단 성원인 마르띠 아흐띠싸아리 전 핀란드대통령은 북남조선을 방문한 개인적소감은 쌍방이 주장하는 모든 현안문제들을 해결할수 있는 평화와 긴장완화의 열쇠는 조속한 대화재개에 있다고 본다고 말하였다.
결국 《엘더즈》대표단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반도의 긴장과 대결의 책임을 공화국에 넘겨씌우려던 적들의 책동은 물거품이 되였고 모든 잘못의 근원이 미국과 남조선에 있다는것이 분명해졌다.
카터는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백악관에 낸 보고서에서 북조선에 대한 식량지원과 대화재개에 나설것을 미행정부에 충고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한켠에 밀어놓고 당중앙위원회 비서에게 전화를 거시였다.
《이번에 외무성에서 카터를 단장으로 하는 〈엘더즈〉대표단과의 사업을 잘한것 같구만.》
《사실 그건 다 장군님께서 대표단과의 사업지침을 구체적으로 주셨기때문입니다. 〈엘더즈〉대표단에 보내주신 장군님의 구두메쎄지는 카터와 〈엘더즈〉의 정치원로들에게 활동명분을 세워주고 대화공세의 주패장을 쥐여준것으로 되였습니다.》
《미국여론은 어떻습니까?》
《카터가 언론에 주장한대로 미국이 식량제공과 대화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것이 조선반도비핵화문제해결에서 관건적이라는 지론이 끓고있습니다.》
《오바마행정부가 받는 압력이 크겠소.》
《예, 장군님. 미국내 언론계와 사회계는 물론 국회내에서까지 미국이 대결과 압력에 매달리는것은 북조선에 핵억제력을 강화할수 있는 시간벌이만 해주는것으로 된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바마행정부가 북조선에 대한 〈전략적인내〉정책을 철회하고 대화에로 방향전환할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세발전의 추이로 보아 조미대결과정이 예견하신대로 되여간다고 확신하시였다.
미국은 정초부터 우리의 평화적핵동력공업을 말살해보려고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 소동을 피웠지만 《의장성명》채택은 이미 물거품이 되였다. 대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그루빠가 제출한 보고서를 리사회공식문건으로 만드는 놀음도 조만간에 자신께서 중국을 방문하시여 중국과의 신뢰조성과 친선관계를 보다 두터이하면서 강경립장에서 추호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룡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될것이다. 접촉과 대화만이 악화된 현 조미관계를 풀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것을 백악관이 깨닫는 과정이 좀 오래기는 하지만 기필코 정세발전은 조선이 돌리는 방향타를 따라 흘러갈것은 뻔한 리치이다.
《장군님, 오바마행정부가 궁지에 몰렸다는 첫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비서의 목소리는 밝고 정중했다.
《오늘 낮에 미국은 뉴욕조미접촉선을 통하여 로버트 킹 미국무성 인권 및 인도주의협조문제 담당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무성대표단의 우리 나라 방문을 허락해줄것을 공식 요청하였습니다. 국무성산하 국제개발처 보조행정관 브라우스가 동행한다고 합니다.》
《방문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 나라에 대한 식량제공문제와 미국공민 전용수를 데려가는겁니다.》
《비서동무는 어떻소? 못되게 놀다가 굽어드는건데 미국무성대표단을 받아들여야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쉬행정부시기의 인권담당특사는 우리가 한번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로버트 킹특사는 자연재해를 심하게 받은 우리 나라에 대한 미국정부의 식량제공조사단 단장자격으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킹특사방문의 뒤배경에는 물론 〈엘더즈〉가 데려가지 못한 전용수문제가 더 절박합니다.》
《미국이 쌀과 사람을 바꾸려는것과 같은 장사군기질을 버리지 못하고있지만 체면불구하고 우리한테 머리를 숙인셈이니 받아주시오. 대화의 첫걸음을 뗀것으로 칩시다. 앞으로도 우리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언제나 죄많은 과거를 따지지 않고 관대하게 맞아줄것입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서와 전화를 마친 다음에도 여러통의 문건을 보시였다.
석탄생산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우기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을 세울데 대한 국방위원장 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작성된 내각협의회 대책문건을 주의깊이 읽어나가시였다.
내각총리 채성림이 석탄부문관련 상들을 데리고 탄광막장안에까지 들어가 탄광실정을 료해하고 내각협의회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한것은 감동을 자아내는 일이였다. 경제사업에서 내각총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정열적으로 뛰고 날을 세우니 일들이 점진적으로 잘되여가고있다.
석탄생산문제만 풀면 기간공업부문들이 쭉 허리를 펴고 활성화될것이다. 그러나 내각문건에 씌여진 대책안대로 집행한다는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대부분 탄광들은 건설된지 오래다. 수십년동안 석탄을 캐내다나니 채굴심도가 깊어지고 운반거리가 멀어져 지난 시기보다 생산조건이 훨씬 불리해졌다. 반면에 석탄생산에 필요한 설비, 자재들의 보장계획은 훨씬 줄어든데다가 그것마저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그이께서는 지난날 수령님께서 정해주신 석탄공업부문을 특수대상으로 정하고 이 부문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절대로 허물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하시였다. 설비, 자재를 탄광들에 먼저 뚝 떼주고 다른 대상들에 공급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라고 했으나 해당 경제부문 일군들은 석탄생산에 소요되는 설비, 자재생산과제를 받으면 앞에서는 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였다. 탄광부문 로력이 부족되고 탄부들의 생활보장문제도 등한시되였다. 결국 탄광들이 녹고 석탄생산이 줄어들었다.
석탄공업부문이 안고있는 이런 본질적인 결함들을 일소하고 변혁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께서는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떨구신것이다. 하면 하고 못하면 할수 없다는 식의 경제생산지령이 아니라 어떠한 조건타발도 없이 죽으나사나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군사적관점에서의 엄한 명령이다. 우리 나라에서 석탄생산문제는 석탄이 공업의 첫째가는 원료, 연료인것으로 해서 자립적민족경제건설에서 승패를 좌우하며 국가의 생존능력을 판가리할 정도로 중대하다. 이런 사활적이고 관건적인 중요성으로 하여 명령을 떨군것이다.
내각총리가 자신의 뜻을 옳게 받아들인것 같다.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심장으로 접수하지 않았다면 그 나이에 상들과 같이 탄광막장에까지 들어갔겠는가.
내각총리는 국가계획위원회와 림업성, 금속공업성, 기계공업성, 화학공업성 등을 포괄하는 모든 석탄생산련관부문들에서 책임일군들, 상들이 직접 책임지고 압축기, 소철레루, 탄차, 착암기, 동발나무, 쇠바줄과 같은 요긴한 탄광설비자재들을 최우선적으로 생산보장하도록 강한 대책을 세웠다. 전력공업성은 탄광들에서 탄차와 압축기, 착암기가동전동기, 침수된 갱복구에 필요한 전력을 무조건 보장하도록 하였다. 내각이 전례없이 책임적인 역할을 하고있으니 큰 시름을 더는것 같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로 내각총리를 찾고서야 문득 시계를 쳐다보시였다. 밤 12시가 다 되였다. 곧 새날이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 총리를 깨우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송수화기를 놓으시려는데 《채성림 전화받습니다.》하는 피곤에 실렸으나 무척 당혹해하는 총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실입니까?》
《예, 장군님… 제 좀 졸았습니다.》
《이 시간에야 집에 들어가 쉬여야지요.》
《낮에 몇군데 현지에 나가다보니 봐야 할 서류가 밀렸댔습니다.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잠이 완전히 깬 채성림의 침착한 목소리를 들으며 총리에게 전보다 문건부담이 퍽 많아졌으리라고 생각하시였다.
내각산하 성들과 총국, 관리국들에 제기되는 수다한 문제들 말고도 요즘은 내각밖의 부문과 단위들에서 절실히 풀어야 할 경제문제들도 죄다 내각에 집중시킨터여서 헐치 않을것이다. 내각책임제의 역할을 높이는것은 나라의 모든 경제부문에 대한 통솔권한, 어떠한 경제문제도 내각의 권능을 벗어나가지고는 해결될수 없다는,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중앙집권적기능을 원만히 발휘한다는것을 의미하였다.
《총리동무한테 문건이 많아 걱정이구만.》
《장군님, 일없습니다. 성, 중앙기관들에서 제기되는 경제문제들은 응당 내각이 다 맡아봐야 하지 않습니까. 다만 제가 골머리 앓는것은 우리 경제지도일군들이 보신주의와 요령주의가 심하다보니 자기들이 뻔히 알고 처리하면 되는건데 불필요하게 자꾸 문건을 만들어가지고 비준받으려드는것입니다.》
《일이 잘못돼도 되도록 책임을 안 지겠다는거겠지.》
《내각책임제도를 강하게 세우니 그런 경향성이 더 농후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령주의를 부리려 하고 보신적립장에서 작성된 서류는 비준하지 않고 남겨뒀습니다. 이제 해당 상이나 총국장을 따로 불러다 혼쭐을 내려고 합니다.》
《총리동무, 그러지 말고 내각산하 경제지도일군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그런 사람들을 닦아세우시오. 문건놀음을 해서 내각총리한테 일을 많이 하는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상 뒤에서는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흐지부지해버리는 점잖은 현상유지형일군들에게 단단히 경종 울리시오. 성, 중앙기관 책임일군들이 자기 부문에 대고조의 불길을 지피지 않고 문건놀음이나 하면서 권태롭게 지내다가는 총리한테서 견뎌배기지 못한다는걸 깨닫게 해야 합니다. 총리의 대를 세우시오. 〈총리아바이〉가 체소하고 말도 잔잔히 하니 우습게 알고 접어들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벼이 웃으시였다.
《총리동무가 석탄생산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우기 위해 제출한 대책안을 보았습니다. 상들을 데리고 령천탄광막장에까지 들어가 탄광실태를 해부학적으로 조사하고 적절한 비상대책을 강구했습니다. 수고를 했습니다. 나에게 어려운 탄광형편에 대해 조금도 숨기지 않고 보고해주어 고맙습니다.》
가식없는 그런 실태자료에 기초함으로 해서 옳바른 대책을 세울수 있다. 경제문제를 분식하는 사람은 애국심이 꼬물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우리의 경제지도일군들중에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다. 강성부흥하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면서 난관을 겪는 경제문제들을 분칠하거나 외면하면서 적당히 조처한다는것은 국가에 죄악이다.
《이번에 상들이 막장에까지 들어가 실지 탄광형편을 보고 가슴아파했을것입니다. 당정책대로 일이 잘 안되고 형편이 나빠진것을 가슴아파할줄 아는 사람이 진실한 일군이고 그렇게 심장이 끓는 경제지도일군이래야 혁명적인 대책을 세우고 일을 제낄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경제지도관리문제, 경제정책관철문제가 제기될 때면 자신도 모르게 매양 흥분하군 하시였다.
경제전선의 매 부문, 단위들을 책임진 경제지도일군들이 있고 그밑에 또 많은 일군들이 있지만 그들의 정신적원동력은 폭발적인 힘이 못되고있다. 그들이 다 자기 맡은 초소들에서 당이 요구하고 내각이 지령을 떨구는대로 분발하고 뛴다면 강성부흥을 더 빨리 앞당겨오고 인민생활문제도 풀렸을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과 제재, 자연재해 같은것들이 우리의 전진에 장애를 놀고있지만 우리는 이미 그런 곤난들을 이겨내고 사회주의를 지켰으며 지금도 그에 구애되지 않고 대고조진군을 계속하고있다. 우리의 전진속도는 지도일군들이 당의 경제정책을 어느만큼 진심으로 받들고 떨쳐나서는가 하는 정신적원동력에 좌우된다.
《총리동무, 내가 두루 생각이 많다보니 잊었구만. 천연흑연제작소에 나가봤습니까?》
《예, 그저께 갔댔습니다.》
《최성숙소장동무는 잘 있습니까?》
《그 동무는… 해임되여 집에 들어갔습니다.》
《해임되다니?! 무슨 일로요?》
《장군님, 천연흑연제작소문제가 좀 복잡한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소장동무의 딸을 만났는데… 김책공대를 졸업하구 어머니를 도와 천연흑연을 연구하는 처녀인데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걸 보면 억울하구 곡절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기업소 초급당비서동무는 최성숙소장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있습니다. 고집이 세구 교만하고 독선적이랍니다. 상부의 지시같은건 알기를 우습게 알구 조직관념도 없다고 합니다. …》
《교만하고 독선적이라… 최성숙동무가 혹시 천연흑연연구사업에서 성과가 있는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 천연흑연결정조직을 결합시키는 특수한 점결제를 연구해낸것 같습니다.》
《그래서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우쳐물으시였다.
《소장동무는 그 점결제기술을 가지고 천연흑연가공시편덩이를 제작하고 전기솔제품도 만들었습니다.》
《천연흑연전기솔을 만들었다는게 사실이란 말이지요!》
《제가 직접 흑연전기솔을 만져보고 견본품을 가져왔습니다. 최성숙동무는 해임되기 전까지 제작소의 실험설비를 가지고 천연흑연전기솔을 800개나 생산해서 평양시주변 농촌양수장들의 전동기에 설치해주었다고 합니다. 화력발전소와 김종태전기기관차련합기업소, 탄광들에도 나가 발전기와 전동기들에 시험적으로 설치하였습니다.》
《총리동무, 이제 그 흑연견본품을 가지고 나한테 와주시오.》
《장군님… 밤이 너무 깊었는데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래일 아침 첫시간에 가겠습니다.》
《총리동무, 다른 나라의 비싼 인조흑연전기솔을 사오지 않고 우리 나라 천연흑연으로 가공품을 만들어내자는건 수령님의 뜻이였습니다. 자연흑연결합은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도 해내지 못한다고 하던걸 우리 녀성연구사가 만들어냈는데… 그 희한한걸 어떻게 이제 보지 않고 밤을 넘긴단 말입니까. 난 천연흑연을 연구하는 최성숙동무를 알게 된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희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채성림총리가 천연흑연견본품들을 가지고 당중앙위원회청사에 도착하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의 넓다란 탁상에 채성림이 가져온 종이꾸레미를 올려놓고 손수 포장끈을 푸시였다. 포장지를 헤치자 검은 강철빛의 윤기가 반질반질 도는 흑연관토막, 흑연판대기와 흑연봉, 동접점고리가 깜찍하게 달린 흑연전기솔들이 나졌다.
그이께서는 담배곽만 한 천연흑연전기솔을 집어들고 신기한듯 이모저모 살펴보시였다. 손에 거무스레하니 흑연먼지가 묻어났지만 흑연전기솔을 좀처럼 놓지 못하시고 이번에는 바른손으로 흑연봉을 집어들고 보시였다.
《천연흑연전기솔을 설치한 반영은 어떻습니까?》
《제가 어제 김종태전기기관차련합기업소에 알아봤는데 계속 써봐야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질이 놀랄만치 좋다고 합니다. 더 료해해보겠습니다.》
《그래 알아보시오. 설사 우리가 만든 이 천연흑연전기솔의 질이 다른 나라것보다 못하다 하더라도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앞으로 제작과정에 자연히 경험이 쌓아지고 기술이 높아지겠으니 흑연솔의 질이 좋아지리라는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중요한건 조선사람의 지혜로 천연흑연가공품을 만들어냈다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흑연관을 두드려보시였다. 울림이 좋은 경금속소리가 났다.
《총리동무는 금속공학을 전공했으니 이 흑연제품이 얼마나 귀한것인지 모르지 않겠지요. 흑연관과 흑연봉, 흑연솔… 흑연제품은 전기전도성, 내마모성, 내부식성 같은 특성으로 해서 금속공업과 전기기계설비는 말할것 없고 국방공업과 원자력공업, 우주공업발전에 절실히 필요됩니다. 평양시만 해도 지하전동차, 무궤도전차의 전기설비들이 이 흑연솔이 없으면 멎어버리고말지요.》
《장군님, 전국적으로 륜전기재들과 전기설비들에 쓰이는 흑연전기솔은 수백만개나 됩니다.》
《그것 보시오. 그 많은 흑연전기솔을 수입한다는게 헐한 일입니까.》
《나중에는 하는수없이 동솔을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동솔은 호광이 세고 마모가 심해 몇달 못쓰는데다가 전동기와 발전기들의 수명이 형편없이 짧아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흑연봉과 전기솔을 놓으시고 집무실을 거닐다가 다시금 탁상으로 오시여서는 천연흑연가공품을 만져보시였다.
《정말 흥분됩니다. 매장량이 풍부하고 자원가치가 큰 우리 나라 흑연광석이 다른 나라들에 헐값으로 팔리우지 않는 길이 열렸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세계흑연공업이 비싼 원가를 들이는 인조흑연에 매달리고있지만 우리 나라는 이렇게 값눅은 천연흑연으로 우리 식의 흑연공업을 개척하고있습니다. 총리동무, 나는 오늘밤 잠들것 같지 못합니다. 우리 힘, 우리 기술로 만든 이 흑연판대기와 관, 흑연전기솔은 우리 나라가 흑연자원국으로부터 흑연공업국으로 될수 있다는것을 시사해줍니다. 총리동무도 여간 기뻐하는것 같지 않은데 우리 함께 밤을 새우더라도 흑연문제를 토론해봅시다. 자리에 앉으시오. 흑연제작소에 나가봤댔으니 형편을 자상히 말해주시오.》
채성림총리는 천연흑연제작소의 초라한 건물상태와 수동적인 흑연연구실험설비들에 대해서 그리고 흑연연구조건과 생산조건이 불비한 속에서도 천연흑연전기솔을 수백개나 만들어낸데 대해 말씀올렸다.
《흑연제작설비들을 현대적으로 꾸려야 한단 말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뇌이시였다.
《천연흑연자원을 1차, 2차 가공하는 기술은 이제 출발인셈인데… 중간시험공장이라 해도 건물규모는 어떻게 하고 흑연가공설비는 어떻게 하겠는지… 구체적으로 타산하고 안을 짜야겠는데… 그걸 주관할 사람인 흑연제작소장이 해임되였다는게 리해되지 않습니다. 최성숙소장이 과연 기업소 초급당비서가 말하는 그런 동무인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채성림은 그이께 자상히 말씀올리지 못하는것이 죄스러웠다.
그는 흑연제작소에서 최성숙의 딸을 만났을 때 무리하고 어페가 있더라도 내막적인 사연을 들어보지 못한걸 후회하였다.
장군님을 뵙고보니 사람들사이의 관계문제를 떠난 경제문제는 있을상싶지 않았다.
×
아침나절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출가공산업부문을 담당한 부부장을 집무실에 부르시였다.
《부부장동무는 왜 나한테 천연흑연제작소의 사업정형을 보고하지 않았소?》
그이의 에두름이 없으신 나무람이 확연한 물으심에 저으기 당황한 부부장은 잠시 얼떠름해서있다가 눈길이 탁상의 포장지우에 있는 흑연가공품들에 가닿았다.
《응? 부부장, 흑연제작소의 최성숙소장이 오랜 연구끝에 천연흑연결정을 결합시킬수 있는 특수점결제를 성공하지 않았소. 그 기술로 흑연시편덩이를 만들었구 저렇게 흑연전기솔, 흑연관과 봉들을 제작했는데… 그 기쁜 소식을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는가 말입니다.》
《저… 장군님께서… 늘 바쁘신것 같기에… 미루었댔습니다.》
《미룰 일이 따로 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성을 높이시였다.
《날 생각해서 미루었다?! 참 고마운 일이군. 이보라구 부부장, 동무는 심장이 있는 사람인가? 흑연제작소에서 고생끝에 천연흑연가공제품을 만들어냈는데… 동무도 그 시제품을 보았겠지? 흥분되고 심장이 뛰지 않던가! 너무 기뻐서 나한테 달려왔겠는데 부부장은 그러지 못했거던. 국가적인, 세계적인 발명품을 놓고 아주 랭정하거던. 내 말이 틀리는가? 이 천연흑연전기솔, 흑연관들을 보구 흥분하지 않는 일군이라면 그를 어떻게 내 나라, 내 조국을 위해 일하는 일군이라고 말할수 있겠소.》
《장군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사실…》
부부장은 낯색이 거멓게 죽었다.
《사실이 어떻단 말인가?》
《제작소에서 만든 흑연전기솔을 농촌양수장 전동기들과 공장, 기업소 전기설비들에 설치했습니다. 이제 그 흑연솔들의 기술적성능과 반영을 들어보고 다른게 없고 우수하다고 평가될 때 장군님께 보고올리려고 했습니다. 최성숙동무도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습니다.》
《부부장, 나한테 허풍치지 않겠다는건 리해되는 일이요. 흑연전기솔성능시험을 진지하게 해야지. 그렇다해도 이런 성과는 먼저 보고해야 할게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좀처럼 음성을 누그리지 못하시였다.
써늘한 침묵이 한동안 지나서야 부부장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장군님… 천연흑연전기솔은 앞으로 국제전기공학규격심의도 받아야 합니다.》
《국내전기설비사용자들의 반영이 좋고 흑연전기솔의 질이 실제적으로 우수하면 그런 국제적인정이야 어려울게 없지 않겠소. 부부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리해는 돼. 그러나 동무는 심장이 찬 사람이야. 동무는 내가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리용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가 하는걸 수출가공분야를 담당해서 누구보다 잘 알지 않소. 첨단과학기술을 리용하여 흑연과 같은 나라의 자원을 2차, 3차 가공해서 많은 외화자금을 획득하는게 인민생활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사변적인 일인가. 부부장은 이 점에 뜨겁게 공감하지 못하는것 같애. 그러기에 최성숙소장을 해임했지. 대충 들어봤는데 해임리유가 석연치 않소. 부부장이 직접 나가서 흑연제작소사람들과 담화해보시오. 료해를 깊이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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