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창궐지역에 대한 파견 지원 결정이 찜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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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그러니까 한 달 전입니다. 미국의 ABC 방송국은 리처드 베서 박사를 에볼라 발병 지역으로 보내 실태를 촬영하고, 다큐멘터리를 내보내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이 방송을 통해 보도된 에볼라 발병 지역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격리 병상이라고 임시로 만들어 놓은 곳에서 병을 앓던 사람들이 죽으면 트럭들이 와서 희생자의 시신을 거두어 가서 구덩이를 파고 소각합니다. 그리고 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는 최근 발병 지역 인근의 영장류들의 급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발병 지역 중 인구밀집지역인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가 끼어 있는 것도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에볼라에 걸린 아이들은 자기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고 죽기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바로 비참한 지욕의 참상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도 모르고, 특별한 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상의 지옥이 펼쳐진 곳에 한국 정부가 의료진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물론 대의명분은 분명합니다. 새누리당의 안홍준 의원이 방송에서 밝힌 것을 들어보니, 한국이 가장 어려울 때 UN의 도움을 받았고, 또 UN 사무총장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이 위상에 걸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책이 없기 때문에 미리 이곳에 가서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보건인력 파견을 위해 선발대를 내달 초 보낸다고 합니다. 자원자를 우선으로 보내지만, 모자랄 경우 군 의료 인력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으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까지 파병을 하거나 의료 인력 지원을 했던 과거의 예와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우리 의료진이 지금까지 에볼라라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대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의료진 감염 수를 보면 절대로 만만치 않은 숫자입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인력들이 자원봉사를 나갔다가 병을 겪고 심하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진이 과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일 감염이라도 된다면, 이 의료 인력을 다시 한국으로 이송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지금의 확산 속도로 볼 때, 에볼라가 우리나라나 중국, 혹은 일본 같은 곳에서도 발병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전혀 우리가 이 질병을 치료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미리 선제적으로 이 질병을 알기 위해서도 연구진이 가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통계에서도 나오다시피 이 병은 지금까지 치사율 50% 이상, 그리고 지금까지 의료진 감염도 2백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잠복기가 3주 정도여서 다른 질병과 오인될 우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도 그렇지만, 제가 저 ABC의 방송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에볼라 발병 지역이라는 이유로 주민 모두가 갑자기 격리됩니다. 우리가 좀비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좀비를 퇴치하기 위해 좀비 출몰 구역이 폐쇄되고 그 안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 좀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결국 좀비화 되어 자기의 뜻과는 관계없이 살상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이 구역 안의 주민들은 식료품을 사러 그 구역 바깥으로 나오지도 못합니다. 군경은 그 지역의 주민들을 자국민이 아닌, 무슨 범죄자나 되는 것처럼 대합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에볼라가 갑자기 창궐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 아웃브레이크의 패닉으로 인해 발병 지역에서 이동이 가능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다른지역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동이 힘든 사람들, 특히 병에도 감수성이 높은 노약자들은 결국 해당 지역에 남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그 지역을 격리시키기 위해 비상조치로 군경을 동원해야 할 테지요. 일견 타당한 조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해당 지역과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겐 부당하다 싶을 정도의 인권 침해도 함께 일어나겠지요. 그리고 마샬 로, 즉 계엄에 준하는 조치들이 취해지면서 '민주주의의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들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를 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미 우리에겐 이런 비슷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이 지금까지 그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택한 수단은 국가폭력의 강화였습니다.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권력은 늘 내부의 적을 만들어 왔습니다. 국가 권력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겐 종북의 낙인을 찍고, 심지어는 국가에 자기 자식들이 왜 죽었는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몰래 사찰하고, 권력자를 욕한다 해서 전국민에 대한 사찰을 감행하는 국가입니다. 이들에게 에볼라라는 질병이 또다른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참담하긴 합니다만, 이런 사태가 우려되서라도 에볼라 지역에 우리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이 참으로 찜찜하게 느껴집니다.
시애틀에서...
[출처] 에볼라 발병지역에 대한 의료진 퍄견 결정이 여러가지로 찜찜한 이유는 |작성자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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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정확한 지적입니다. 파견된 의료진을 통하여 국내에 전염이 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후에 근무를 마치고 되돌아올 때면 분명히 온 정권이 앞장서서 색안경을 쓰고 그들을 대할 것이 분명합니다.
에볼라를 치료할 방도도 없는 의료진이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진다는 것인지 대책도 없이 즉흥적으로 대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인도적인 나라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하는 사람을 보내는 것은 인류애로 보아서도 당연한 일입니다만 세월호 등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봐서 자국민들을 무시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정권이 무슨 명분으로 해외에서 인도주의를 발휘한다는 것인지 한숨이 나옵니다.
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이 정권은 도대체 '계획'이란 게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집권해서 단물 빨아먹을 계획만 있는 건지...
주체님의 댓글
주체 작성일
일제시대를 포함하여 애초 뿌리없는 교육을 거의 백여년간 받아오다보니 상당수
한국 국민들은 누가 중심인지 누가 주인인지 자신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등의
주체적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 있습니다.
항상 주위에서 자기를 어떻게 볼까를 무의식 중 가장 우려하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위 권종상님의 지적처럼 다각적 견지에서의 주관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일단 무조건 의료진을 파견하고 본다는 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권종상님의 우려처럼 현재의 한국정국이 상당 어지러운 상황이라 막상 병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자신들 권력을 보다 폭력화하는데 활용하려 할 확율도 있다고 동감됩니다.
사실 에볼라라는 병자체도 자연발생적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기도 합니다만-
눈을 크게 뜨고 돌아가는 정황을 잘 주시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한국 영화중에 '감기'란 게 있었다고 합니다. 보지는 못했는데, 그 영화에서도 제가 말한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번 찾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