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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09년 제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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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02회 작성일 23-03-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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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기슭의 잠풍한 백사장에 잔등과 엉치에 뜨거운 모래를 두둑하게 덮은 두사람이 나란히 엎디여있었다.

주위에서 벌어지는 소란과는 담을 쌓은듯 그들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잔등에 얹은 두사람의 모래무지사이로 탄력이 넘친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가 하면 늙은이의 물먹은 거미줄처럼 주글주글한 피부가 오한에 떨듯 흠칫대기도 했다.

불머리에 코마루가 높은 젊은이는 코난(코난2세)이고 퇴색한 아마빛 머리에 눈확이 깊은 늙은이는 얼마전에 퇴임한 코난1세의 친구인 머리벗어진 헐버트였다.

여느때보다 몇배로 불어난 주말휴식자들속에서 고위정객이라고 할수 있는 그들을 가려보는 사람은 없었다.

코난은 볼편으로 처져내린 군살을 두부모 베듯 얼기설기 가로지른 헐버트의 깊은 주름살을 의아한 눈길로 훔쳐보군 했다.

부쉬집권시기 밀실정치의 달변가로 소문났던 헐버트가 유람이나 하자고 이곳에 나타나지는 않았을것이다.

아니나다를가 헐버트가 먼저 운을 뗐다.

오늘의 이야기는 사적인것으로 하자는 요구였다.

코난은 기꺼이 응했다. 정치란 원래 흥정의 결과물이지 독선적인 고안품은 아닌것이다.

《아버지의 자살원인이 어디에 있었다고 보는가?》

《고민에 있었다는 대답을 바라겠지요?》

《아버지처럼 총명하군.》

헐버트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자신이 고민하고있으니까요.》

코난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금융위기때문인가?》

헐버트의 물음에 코난은 말없이 회색눈만 끔벅였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주위의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이 울렸다. 《금패》라고 하는 토착악기로 연주되고있는 음악에는 비탄과 애수, 광적인 열정이 넘치고있었다. 그 음악은 하와이왕국의 마지막녀왕이 지은것이였다.

백여년전에 창작된 원곡에는 딸라에 팔리워 미국의 한개 주로 된 섬주민들의 쓰라린 감정만을 담고있었는데 지금 울려나오고있는 광적인 열정은 악사들에 의하여 첨가되고있었다.

악사들은 물주리를 문 량볼을 풍선처럼 해가지고 반라체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이따금 악청을 지르면서 광기를 부리고있었다.

악사들이 탄 배의 주위에는 수십척의 유람선들이 떠돌고있었는데 살찐 몸뚱아리를 드러내놓고 먹고 마시고 남녀성별에 관계없이 서로 그러안고 육욕을 채우며 향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타고있었다.

지금 본토는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금융해일로 침몰직전에 있었건만 이들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것 같았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들 대부분은 사계절 따뜻한 이곳 하와이로 주말휴식을 온 본토의 부자들과 신사숙녀들이였다.

《자유의 녀신》상이 《거룩》하게 굽어보는 미국땅에서 수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를 누비고 주린 배를 움켜잡은 최하층인간들이 할렘가를 헤매고있건만 이들에게는 《딸라의 왕국》이 당장 붕괴된다 해도 이 땅에서 즐길수 있는 돈과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것이다.

진주만기슭의 백사장과 호텔의 음탕한 방, 바다절벽에 파놓은 동굴들과 나무가지에 매달아놓은 렵기적인 다락들에서도 향연은 벌어지고있었다.

먹고 마시고 뒹굴고… 변태적인 생활이 추구하는 함정은 끝없이 깊다.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이였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초래된것은 살림집가격이 계속 뛰여오르는 기회를 타서 폭리를 노린 주택대부회사들과 그로부터 자금을 대부받아 주택투기에 말려들었던 저소득층 주택사용자들이 살림집가격의 폭락에 따라 자금을 제때에 상환하지 못하여 은행들의 자금류통체계가 마비된것과 관련되였다. 하지만 그 징조는 이미전부터 나타났다.

9. 11사건이후 급격히 하강선을 긋기 시작하던 미국경제는 2008년에는 금융위기의 출발선에 들어서게 되였다. 과중한 군사비지출과 세계도처에 벌려놓은 침략전쟁이 그 동기로 되였다는것은 세인이 공인하는 진실이였다.

지난해 미국 월가의 거대은행들이 마가을의 가랑잎신세가 되여 사라져버리고 3대자동차업체들이 파산상태에 직면하였다. 4. 4분기에만도 자동차독점체인 포드회사, 필림제작업체인 코타크회사, 전기통신설비제작업체인 모터클라회사 등 주요업체들이 막대한 손실을 내여 련이어 곤두박질하였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있던 업체들인 패니매와 프리디맥이 빚에 눌려 미국정부에 인수될 때 미국에서 제4위의 투자은행인 레이만 브라더즈는 직원 2만 6 000여명을 고용하고있던 대규모은행이였지만 갖은 모지름을 다 쓰다가 드디여 160여년간 존재해온 자기의 력사를 끝마쳤다.

미국의 3대투자은행의 하나였던 메릴린치는 창설 94년만에 간판을 내리웠고 최대보험회사 아메리칸 인터네슈널그룹은 자금난으로 비틀거리고있었다.

이러한 실태를 두고 미국의 이전 대통령이였던 죠지 더블유 부쉬는 은퇴후 2008년에 들이닥친 금융위기에 대하여 이렇게 자백하였다.

《나는 마치 침몰하는 배의 선장과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응당한 귀결이였다.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성장》은 딸라금융지배체계가 가져다주는것이라고 할수 있었다. 미국은 실제적인 생산장성이 아니라 딸라의 류통과정에 얻은 리윤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리하여 생산과는 아무런 련관도 없는 금융을 위한 금융이 형성되였다. 미국은 딸라지배의 금융체계를 유지함으로써 딸라류통과정에 막대한 리윤을 보았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형편은 달라졌다.

세계적인 상품생산 및 봉사총액이 년간 50조딸라인데 비하여 공채와 주식 등 유가증권총액이 150조딸라에 달하였으며 돈과 다름없는 이 유가증권들이 모두 미국의 저소득자용주택저당채권때문에 시세가 폭락하여 금융시장에 쓸어들었는데 그 목적은 현금으로 전환시키자는데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로사용지역의 중앙은행들이 아무리 많은 대부를 준다고 하여도 150조딸라에 달하는 천문학적액수의 유가증권, 가짜돈을 현금으로 전환시킬수는 없는것이였다.

드디여 《딸라의 왕국》의 붕괴가 시작되였다. 최전성기라고 할수 있었던 20세기초 자본주의의 물질문명의 상징으로 건조되였던 초대형호화려객선 《타이태니크》호가 침몰하였다. 꼭 한세기후인 오늘 영원성을 자랑하던 《21세기의 타이태니크》호가 침몰하고있다.

이것이 력사의 우연한 일치이겠는가.

지금 백사장에 엎드려있는 두사람은 똑같이 흘러간 력사를 더듬어보고있었다.

《아버지는 친구인 나에게 유서를 남기였다.》

이번에도 헐버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의 이야기가 그 유서에 기초하고있다는것을 먼저 말해둔다.》

《아버지는 미합중국을 사랑했지요.》

《옳다, 불치의 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합중국을 더 걱정했다.》

코난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고민을 알고싶다. 당신도 합중국의 붕괴설을 듣고있을것이다.》

《물론 듣고있습니다.》

헐버트는 말을 이었다.

《최근 로씨야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강연을 하면서 그 근거로 미국인들이 도덕적으로 퇴보하고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현실적으로 미국의 꿈이 무너지고있다, 미국딸라를 대신할수 있는 새로운 화페를 내와야 한다.> 라고 말하였다.》

코난은 미국의 가치관을 다 받아들이지 않고있는 로씨야의 말에 놀랄것은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

헐버트는 이러한 코난의 코웃음을 애숭이의 객기쯤으로 치부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새 세기에 들어와 세계의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미국을 과거에 이미 몰락하여 력사의 갈피속에 묻힌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과 같이 자기 시대를 다 산 제국들과 운명을 비교하고있다.》

말장난이다, 역시 놀라울것은 없다고 코난은 자기의 주장을 고집했다.

《갈수록 험산이라고 미국금융계의 파산사태는 그 앞길에 계속 <푸른 등>을 켜놓고있다. 그것은 미국최대의 저축은행이라고 하는 <워싱톤 뮤추얼>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매각, 처분된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이에 대하여 어느 한 대학의 교수는 잡지에 발표한 <주식회사-미국의 몰락>이라는 글에서 이제는 미국이라는 상표가 현대의 금융위기로 종말에 처하게 되였다고 썼다.

이것은 우리 미국인들스스로가 지르는 비명이다.》

코난은 아무 말없이 코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한 헐버트의 얼굴을 덤덤히 보기만 했다. 오래동안 밀실정치에 치여난 정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밀실정치는 왕거미가 거미줄을 늘이고 먹이감을 덮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수 있다.

미국에는 정책을 보좌하는 자문기관들이 수없이 많다. 그것들이 세계는 물론 국내 도처에 거미줄처럼 줄을 늘이고 군부는 물론 정계와 재계, 사회계, 지어는 매 개인의 사소한 움직임도 손금처럼 장악하고있다. 그 정보에 기초하여 미국의 정책이 수립된다. 그 정보가 집중되는 곳이 백악관의 밀실이다. 따라서 밀실정치의 원로이며 왕거미들중의 한명인 헐버트의 말에는 그만이 실을수 있는 가치와 무게가 있었다.

헐버트는 집요하게 자료를 렬거했다.

《현재 중국의 외화보유고와 미국국채보유는 천문학적액수이다. 이런 중국이 미국국채를 매각하겠다거나 보유외화를 유로로 바꾸겠다고 하면 미국은 망하거나 그를 막기 위하여 무력으로 딸라를 결제통화로 강행해야 할판이다. 말하자면 전쟁을 벌릴수밖에 없다. 이라크침공도, 싸담 후쎄인이 석유대금결제통화를 유로로 바꾸겠다고 큰소리 친 직후 감행된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말 중국정부는 <아시아통화협력검토회>라는것을 설치했다. 아시아외화위기때 일본이 주장했다가 미국의 반발로 무산되였던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설립하고 <가상통화>인 아시아통화기금을 활용해 공동통화를 만들고 아시아중앙은행까지 창설하겠다는 구상인데 호금도주석한테도 정기적으로 보고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주목할만 한것이다.

나는 코난1세의 유서에 기초하여 말했다.》

코난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죽음으로 립지를 세우기 전까지의 아버지의 고민이 리해되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고민을 더욱 알고싶다.》

그의 긍정을 받아들인 헐버트는 진중한 자세로 물었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현실에 있다고 봅니다.》

코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나의 현실은 동방조선입니다.》

코난은 진지하게 말했다.

강력한 군력을 갖춘 그들은 지금 경제강국을 목표로 하고있다. 벌써 상당한 부문 진척된것으로 알고있다. 그들에게는 힘이 있다.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에 기초하고있다. 이 집단주의라는 힘이 문제다. 조선이 이 힘에 기초하여 경제강국을 건설하려고 결심한 이상 그 결심은 반드시 현실로 될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조선이 우리의 오랜 적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선의 현실이 세계에 미칠 후과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실지 미국의 뒤동산에서 그러한 움직임을 현실로 볼수 있다.

에꽈도르대통령은 자본주의체제에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위기의 원인이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력설하였다. 조선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힘이 강해져 우리에게 결산을 요구하면 우리 미국으로서는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것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의 불안한 현실은 우리 발밑에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난 코난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하와이제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물고기들과 날새들의 세상이 아니라 야생인으로 퇴화한 인간들의 세상이라고 해야 할것입니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고있는 국민들이 모여들어 광란적인 향연에 취해 돌아가는 이 광경이야말로 망조가 든 미국의 모습이지요.

래일을 위해 힘을 쌓아가는 조선인들과의 대결에서 이기리라는 담보는 없습니다. 미래가 없는 미국의 래일을 그려보십시오.

조선이 당장 붕괴된다고 쾌재를 올리던 미국이 꺼꾸로 자기의 붕괴를 눈앞에 두고있으니 이 얼마나 참혹한 현실입니까?》

코난은 털이 부르르한 두무릎사이에 무둑히 쌓아올렸던 모래탑을 발로 허물어버리고나서 머리를 싸쥐였다.

《내가 하자던 말을 당신스스로 하고있으니 밀담이 더 필요없는것 같다. 조선을 모델로 하는 새 세계가 펼쳐지지 않도록 행정부의 정치를 바로잡아달라는것을 부언한다.…》

이것은 퇴임한 헐버트의 회상록중에서 발취한 말이다.

며칠후 코난은 국무장관 힐러리를 뛰여넘어 오바마에게 다음과 같은 밀서를 보냈다.

밀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대통령각하.

저는 저를 대통령각하께서 직접 국무성 동아시아 차관보로 천거했다는 사실을 알고있습니다. 저는 미합중국에 충실한 아버지가 그러했던것처럼 대통령각하께 한가지 조언을 드리고저 합니다.

몇달전 진주만기슭에서 대통령각하와 저의 아버지사이에 리해가 오갔던바대로 조선의 경제적도전은 실제적인 위험으로 닥쳐왔습니다. 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가급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합니다.

A. <전략적인내>라는 대조선정책과 함께 군사적압박공세도 추가하여 조선으로 하여금 경제건설에서 손을 떼지 않을수 없게 하며

B. 딸라의 힘을 최대한 리용하여 조선으로 하여금 대외경제교류와 합작을 실현할수 없게 하며 조선이 필요로 하는 설비 및 최신기술납입을 철저히 막도록 해야 합니다.

이상의 대책에 대한 국제공동체의 리해를 받기 위하여 유엔안전보장리사회결의(1718)호를 적극 가동시키는 형식을 취할수 있습니다.

현재 이 결의는 6자회담의 9. 19공동성명으로 명분을 세울수 없는 상태에 있으나 그것을 가동시킬 조건은 어렵지 않게 만들수 있으며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것입니다.

유엔안보리사회결의(1718)호를 동봉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각하.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서 대국들인 로씨야나 중국 못지 않게 조선이 중요하다는 현실을 다시 상기시켜드리는바입니다. 로씨야, 중국과는 달리 조선은 가치관으로 대결해야 하는 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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